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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과 기자들은 '사실fact'을 모른다"
박진원 세종법무공동대표,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안돼
 
홍성관   기사입력  2003/10/07 [15:24]

박진원 세종법무법인 공동대표는 현 정권에 대한 불안감이 과대 포장된 것으로 보고, 그러나 갈등 중이라도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진원 세종법무공동대표     ©대자보
박 대표는 7일 서울대에서 열린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교수 김세원)'의 초청강사로 나서면서 법조인이 바라보는 시장경제와 법질서에 대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연 앞머리에서 박 대표는 "권위가 흔들린다, 갈등이 너무 많다는 등 현정권을 부정적으로 보는 말들이 횡행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말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다"면서, "이는 옛날의 권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의 불안감에 지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또 이라크 파병문제, 북핵문제, 송두율 교수 문제 등등이 합치되어 현 정국을 '과도기'라고 보는 사람들에 대해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사이에 놓여있어, 이런 논리대로라면 항상 과도기일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사회 일각의 우려 중에서 법치주의가 흔들린다는 소리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시장경제를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사회후생을 증진시키는 시스템으로 규정하면서, 시장경제 하에서의 법률의 의미는 시장의 비완전성 보완과 원천적 불공정ㆍ불균등 해소, 그리고 계약자유의 원칙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법대로 하자는 말을 흔히 쓰는 사람들은 대개 법이 순전히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알거나, 법의 모순이 있음에도 상대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라며, 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적용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현존하는 악법에 대한 개인의 견해를 밝히면서 박 대표는 먼저 너무 범위가 넓거나 임의성이 큰 법을 지적하면서, 산업자원부가 산업정책을 선별지원 하는데 있어 범위와 방법 등이 모호한 점을 예로 들었다. 이어서 지키지 못할 법, 잠재적인 범법자를 양성하는 법, 정치자금법과 같이 선별적이고 편의주의적으로 적용하는 법을 악법으로 꼽았다.

▲강연중인 박진원 세종법무공동대표     ©대자보
박 대표는 법을 운용함에 있어서 '사실(fact)'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사실에 대한 존중이나 사실 발견을 위한 노력이 희소하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최근 감사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들면서, 국회의원들의 '실력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랑 얼마나 가깝소?', '가깝지도 않은데 어떻게 내정자가 됐지?'라는 식의 수준 낮은 질문을 비난했다.

또 언론에 대한 지적을 덧붙이면서, 우리 언론은 「기자 수첩, 기자의 눈, 기자의 손가락...」식으로 '사실보도'보다는 기자의 의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외국 신문에 비해 기사가 상당히 적은 것은 독자들에게 알려줄 정보의 양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언론 역시 '사실'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박 대표는 '법 위에 국민정서법 있고, 국민정서법 위에 떼(집단) 법 있다'는 농담이 우리 법조계의 현실이라면서, 올 봄에 있었던 두산중공업 노동쟁의 당시 절차를 무너뜨린 노조와 정부의 대응방식을 탓했다. 

이에 대해 몇몇 학생들은 기득권층에게 법률망을 피해갈 수 있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어 원천적으로 비대칭인데, 법률적 절차만을 중시하는 것은 약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인의 측면에서 절차중시가 당연한 것은 이해하지만, 아직 절차를 지킬 힘조차 가지지 못한 약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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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7 [15: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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