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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죽은 '노무현'이 그리 무섭나
[벼리의 느긋하게 세상보기] 고인 명예 더럽히는 반민주적 행위 중단해야
 
벼리   기사입력  2009/05/26 [14:58]
추모 물결이 끝이 없다. 그를 좋아했건, 미워했건, 또는 애써 무시하고 살았건 간에 사람들은 출근길에, 퇴근길에, 혼자 또는 가족을 이끌고 대한문 앞으로, 또 봉하마을로 다리품을 팔아 간다. 정성이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에 애절함을, 분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념도 아니다. 시쳇말로 니편 내편 가르는 것도 소용없다. 그게 다 무슨 헛수작이란 말인가. 지금까지의 모든 정치는 이 죽음 앞에서 그저 허방일 뿐이다. 

그런데도 술수를, 꼼수를 부린다. 온다고 했다가, 장례 위원회 결정에 따른다고 했다가, 꼬붕들을 시켜 상가집 분위기가 어떤지 간이나 본다. 시청광장은 안 된다고 했다가, 노제일 경우 적극 검토하겠단다. 불 붙은 가스통을 휘두르던 듣보잡 물질들은 되지만, 추모 시민들은 안 된단다. 추모하고 고인을 기억하고, 반성해야할 자가 시청 광장과 청계 광장에다 자기 개들을 풀어 놓고, 낮잠을 자게 하거나, 오가는 선량한 이웃들을 위협한다. 광장도 안 되고, 촛불도 안 되고, 결국 추모는 폭력 시위라는 거다. 

비겁하다. 치졸하다. 자기가 저질러 놓고 그걸 가리기 위해 애먼 사람들을 불법으로 몬다. 얼씨구나, 노망 난 청와대 옆 김씨와 조씨가 나선다. 치료를 요하는 두 노친네가 엉뚱하게 멀쩡한 사람들을 가르친다. “그건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야”, “죽은 게 어디 우리 이명박이 때문인가? 다 자업자득이야.” 
 
▲ 서울 대한문 시민분향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걸쳐진 노란 리본과 검정색 근조 리본.     ©대자보
 
분하다. 힘이 없다. 저 입들, 더러운 입들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런다. 정서장애로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하루속히 죽어야 할 사람들이 대명천지에 골프장으로 어디로 나돌아 다니는데, 고인은 “원망하지 마라”고 등을 다독인다. 서러워 고인을 뿌리친다. 눈물을 훔치며, “아니다”라고 말한다. 어디 이게 당신이 원하던 나라였냐고, 어디 이런 인간들이 지도층이며, 석학이며, 대통령이냐고, 따진다. 사실은 당신도 살아생전 이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바라지 않았냐고, 왜 그러냐고, 왜 그리 말하냐고, 떼를 쓰며.

생겨나고, 살아 온 게 다른 모든 사람들 마음이 이 죽음 앞에서만은 오롯이 하나 같은데, 죄를 빌어야 할 놈이 꼼수를 부린다. 북쪽이 핵실험을 했다고, 그러니 상을 치우라고, 추모를 걷어 치우라고, 곧 전쟁난다고 그런다. PSI도 전면 참여란다. 잘못을 빌어도 시원찮을 놈들이 오히려, 턱을 요렇게 받치고, 고개를 외로 돌리며, 다리를 탈탈 털며, 사시눈을 해 가지고, 우리를 으른다. 협박한다. 어이가 없는 짓거리, 씨알도 안 먹힐 짓거리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게 누군데, 누구를 협박하는 건가? 

이제 그만해라. 제발이다. 이제 고만 죽여라.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나? 권력보다 고향 마을 산천의 공기가 더 좋아 “아 기분 좋다”하지 않았나? 그걸 보고도, 그 말을 듣고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가? 엄연한 ‘정치보복’이었고, 삼척동자도 헤아릴 만한 ‘사법 살인’이지 않나? 그 책임자가 어디 검찰총수 뿐인가? 아귀 같은 입으로 매일매일 고인의 명예를 할퀴고, 피를 빨아 자신의 배를 불린 언론들과 거기에 한 입이라도 더 대고 고인의 살을 뜯어 먹은 부라퀴들이 얼마나 많은가? 벌써 몇몇 인사들은 애달픈 마음에 비판의 칼을 거꾸로 놓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고인을 마음으로 추모하고 용서를 비는데, 그들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이, 그들보다 연륜도 많다고 떠벌린 인간이 어찌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가?

욕심을 버려라. 그 가당찮은 권력욕을, 그 어쭙잖은 공명심을. 그 때문에 이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철거민들이 죽고, 노동자가 죽고, 기어이 전직 대통령이 죽었다. 부엉이 바위 아래, 고인이 선혈을 쏟아 내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그때, 바로 그때 고인과 함께 있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어라. 피를 토해내는 가여운 입으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뚫린 귀로 들어라. 

용서를 빌어라. 그리고 추모를 원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원망’을 안고, 품어라. 고인의 명예를 더럽히는, 반민주적인 일정을 일소하고, 반민주적인 행정적, 사법적 수작들을 거두어라. 꼼수를 거두어라. 부끄럽다. 부끄럽다. 고인 앞에서 더 이상 ‘괴물’이 되지 마라. 

잘 들어라.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 written by REDBRIGADE
수유너머N에서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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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26 [14: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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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혁 2009/05/27 [13:19] 수정 | 삭제
  • 속이 시원하네요. 우리가 힘이 없단건 좀 분하지만 말예요.
    군대갔다온 사람들.. 죽어도 전쟁 안난단거 다 알고 있어요..
    전쟁할라면 하세요.. 무서워서 바지에 똥싸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