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금융자본 실패를 인정하나 기회를 주는 쥐20, G20?
[인권오름의 눈] 국제적 기준 못미친 MB정부, ‘국제기준’ 언급자격 없어
 
이창근   기사입력  2009/04/15 [16:57]
지난 4월 2일 런던에서는 세계경제의 85%를 차지하는 G20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들은 핵심적으로 금융규제 강화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방지 등에 대해 합의했다. 금융규제 강화 방안은 금융안정포럼(FSF)의 확대개편을 통한 금융안정위원회(FSB) 구축, 헤지펀드와 신용평가기관 규제 강화, 조세피난처 규제, 신흥국 및 개도국에 대한 금융거래 지원을 위한 1조 1000억 달러 규모의 국제통화기금(IMF) 재정 확충 등이다. 또한 무역장벽을 새롭게 도입하는 국가의 명단을 공개하는 정책(name and shame)을 시행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2010년까지 5조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
 
이번 G20 정상회담 최종 성명서에는 “금융 규제와 감독의 실패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금융 개방과 자유화의 위험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큰 변화이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을 신종금융상품, 위험관리 부실 등 협소하게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금융자본의 실물경제 지배를 해체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들, 즉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 주식거래를 포함한 모든 금융이동과 거래에 대한 조세 제도 도입, 투기적 금융상품 금지 등은 이번 성명서에서 빠져 있다. 한편,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제적 금융 감독과 규제를 누가 할 것인가이다. G20 정상들은 1999년 선진 7개국을 포함한 12개국의 중앙은행총재와 규제 당국자들로 구성한 ‘금융안정포럼’을 확대 개편한 ‘금융안정위원회’와 국제통화기금(IMF)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누가 보더라도 IMF와 ‘금융안정포럼’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자유무역·자유투자, 금융화를 앞장서서 추진하여 결국 재앙적인 위기를 가져온 주범이다. 이들에게 금융 감독과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     © 외교통상부
이명박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혁파”의 선봉장?
 
정부는 G20 정상회담 이후 ‘보호무역주의 혁파’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최종 합의안에 반영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다. 주요 조치는 무역장벽을 새롭게 도입하는 국가의 명단 공개와 작년 11월 1차 워싱턴 G20 정상회담 이후 채택된 보호무역조치들에 대한 ‘시정’이다. 하지만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수출중심 구조, 대외종속적인 구조로 인해 지구적 위기에 더욱 취약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호무역주의 혁파”를 통한 수출주도 경제구조 회복이 과연 올바른 위기 해결책인가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한번 다수 민중의 희생을 대가로 수출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방문하는 국가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고 선언하고 다니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노동자, 민중의 삶에 대한 관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FTA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키고,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유화를 촉진시킴으로써 현 위기를 불러온 주요한 제도 중의 하나이다. 또한 식량권을 파괴하고, 지적재산권 강화를 통해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과 지식에 대한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보호무역 대(對) 자유무역’이라는 잘못된 논쟁을 넘어, 보다 공정하고 노동친화적 무역시스템이 계획되고 수행되어야 한다.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
 
G20과 이곳에 초대된 IMF, WTO 등은 지금 위기를 불러온 ‘주범’들이다. 위기의 ‘해결사’를 자임할만한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의 위기극복 정책들은 자신이 합의한 G20 성명서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금융규제와 감독 강화가 국제적인 대세인데, 이명박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키고,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금융규제와 감독 실패”를 지적하면서도, ‘금융시장 독재’를 부추길 이와 같은 조치들을 실행하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G20 정상들은 “재정지출 확대의 핵심 목표로 일자리 지키기와 창출”을 언급하고, 동시에 “가장 취약한 계층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교육·훈련에의 투자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할 최저임금 삭감과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킬 비정규직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자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보다는, ‘삽질’ 사업을 통한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더욱 근본적으로 최근 강화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인권, 노동권,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은 한국 정부의 국제적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최소한의 국제적인 흐름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제기준’을 언급할 자격도 없다.
 
* 이창근님은 민주노총 국제국장입니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인권운동사랑방(http://www.sarangbang.or.kr)이 발행하는 주간 인권소식 <인권오름>의 기사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4/15 [16:5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