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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사죄의 108배를 드립시다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드리는 공개 제안
 
류상태   기사입력  2009/04/15 [07:26]
지난 4월 12일, 대부분의 한국 교회는 부활절 행사를 성대하게 치루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교회에서는 아무 행사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부활절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올 한 해 동안 기독교와 관련된 어떤 절기도 지키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절기들이 대부분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를 뒷받침하는 소재로 사용되는 현실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하지만 저희 교회가, 우리 기독교의 중심사상이 십자가와 부활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주님은 가난하고 억눌린 백성에게 자유와 평화와 생명을 주시기 위해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는 예수사건의 정점에서 진정한 기독교 정신과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산 교훈이며, 십자가를 외면하고 기독교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부활 또한 우리 주님께서 보여주고 가르쳐주신 아름다운 삶과 말씀이 그의 죽음과 함께 소멸될 수 없는 것임을 증언해줍니다. 불의와 모순에 저항하여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 편에 서신 주님의 선택이 옳고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그의 삶과 가르침이 절망에 빠져있던 제자들의 가슴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부활은 오늘날 우리에게 예수정신과 그가 하신 운동의 의미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복음으로, 우리 기독교의 중심이며 생명입니다. 
 
▲ 지난 1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만 여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2009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렸다.     © CBS노컷뉴스

이러한 십자가와 부활의 정신을 따라 오늘도 모든 억압에 항거하며 생명과 평화운동에 매진하는 이 땅의 많은 교회들을 저는 존경합니다. 그들은 기득권 종교에 저항하셨으며, 아무 전제 없이 모든 생명을 하느님의 자녀로 포용하심으로써, 사람이 종교의 속박 없이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과 운동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교회들입니다. 

하지만 이 땅에는 현실도피적이며 무책임한 내세신앙으로 몰입하는 교회들도 많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친히 보여주신 생명운동을 따르기는커녕, 순진한 교인들을 현혹하여 예수의 정신과 운동을 죽이고 오로지 교회의 대형화와 권력화에 앞장서는 교회지도자들이 많습니다. 또한 그들의 무지하고 이기적인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교인들도 우리나라에는 무수히 많으며, 불행하게도 이들이 한국 교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주류 개신교회들이 이렇게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이 된 이유는 교리의 기독교에 깊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라졌거나 소멸의 길을 걷는 교리의 기독교가 우리나라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그 독선적인 교리가 교회 조직을 보호하고 확장시키는데 더 없이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교리의 기독교는 불의에 대한 저항과 불타협의 상징이었던 십자가 사건을 교회조직의 영속적 번영을 위한 교리로 변질시켜 참사람 예수를 신의 유일한 아들로, 또한 유일한 구세주로 선포하였습니다. 그 선언으로 예수님에 의해 아무 조건 없이 하느님의 자녀로 선포된 자연 상태의 인간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 되었으며 인류는 죽음의 무덤으로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어둠의 세력을 이기고 되살아난 예수의 아름다운 정신과 운동은 합리와 과학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해괴한 교리로 변질되었습니다. 교리의 기독교는 부활을 예수의 정신이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 그의 시체가 벌떡 일어난 것이라고 가르침으로써 교회의 신앙을 비합리와 비과학의 길로 빠지게 하였습니다. 이처럼 조직교회는 예수를 체포하고 결박하여 깊은 교리의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죽음에서 부활하여 한국 주류 개신교회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예수는 누구입니까? 그는 인류 전체를 사랑으로 품어안는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교회 조직을 위해 봉사하는 허깨비 예수입니다. 인류 역사를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수놓은 종교문화의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교리의 예수입니다. 그는 독선과 배타에 빠진 기독교 조직에 투항해야만 구원을 베풀겠다고 주장하는 괴물일 뿐입니다. 

오늘날 한국 주류 개신교회가 극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독선과 배타에 빠진 교리의 기독교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 교회가 어둠의 질곡에서 헤어나기 위해 반드시 돌파해야 할 무지의 감옥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한국의 주류 개신교회는 교인들을 그 무지의 감옥에 가두고 세뇌시켜 민속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제사문제로 갈등을 빚게 하였으며, 아름다운 이웃종교와 그 문화를 우상숭배로 규정함으로써 온갖 사회 갈등을 야기했습니다. 그로 인해 이웃종교인들이 겪어온 아픔에 대해 한국 교회는 깊이 사죄해야 합니다. 이에 저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정중히 제안하고자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5월 2일, 토)의 다음 날인 5월 3일 주일 오후에 가까운 사찰을 방문하여, 그 동안 우리 기독교가 불교를 비롯하여 이웃종교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사죄의 108배를 드릴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사죄의 108배를 드려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구마을 백성으로서 인류의 큰스승으로 오신 부처님께 감사를 표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은 특정 종교의 테두리를 넘어 온누리에 자비와 사랑으로 꽃피었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지구마을 백성으로서 역사를 통해 누려온 그 분의 은덕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2. 기독교인으로서 그 동안 기독교가 이웃종교인 불교에 저지른 무례에 대해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기독교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잘못 해석하여 교리적 독선과 배타에 빠짐으로서 지구마을 이웃들에게 씻지 못할 죄업을 쌓아왔으며 지금도 사회 갈등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것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우리 주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잘못에 대해 부처님과 불자님들께 정중히 사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     © CBS노컷뉴스

3. 이 일을 계기로 종교간 대화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리스도교 뿐 아니라 세계종교인 불교와 유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종교가 비등한 세력으로 공존하면서도 큰 갈등없이 지내온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듭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불교와 유교 등 너그러운 이웃종교의 무한한 자비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개신교는 여전히 종교 갈등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여, 지난 날 교리기독교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우리 한국 교회 교인들이 이웃종교인 불교에 저지른 횡포와 무례는 그 사례를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 부끄러움을 언제까지 그냥 안고 가겠습니까? 부처님 얼굴에 시뻘건 페인트로 십자가가 그려지는 만행을 보고도, 심지어는 사찰이 불질러지는 만행에도 인내와 덕으로 덮어주고 참아주신 불자님들께 우리는 무엇으로 사죄해야 하겠습니까?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사죄의 108배를 드립시다. 그리하여 그동안 우리 개신교회가 지은 모든 허물을 씻고 길벗된 이웃종교인들과 화해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이루어 갑시다. 저희 예수동아리교회는 5월 3일에 가까운 사찰을 방문하여 사죄의 108배를 드리기로 운영위원회에서 결의하였으며 이 결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일에 동참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합니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여, 저의 제안을 깊이 숙고해주십시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박제된 부활의 교리를 진정한 부활의 정신으로 되살려주시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내는 뭇 이웃들의 마음에 훈풍이 찾아들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여, 부활하신 우리 주님의 은총과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자비가 한국 교회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두 손 모아 빌며.

2009년 4월 15일

예수동아리교회 담임목사 류상태 드림.

(http://cafe.daum.net/jsclubch)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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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15 [07: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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