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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의 한 철’, 이명박, 복수는 너의 것?
[벼리의 느긋하게 세상보기] 암울한 현실, 그리운 소식은 언제올 것인가
 
벼리
필자는 한 1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속을 좀 썩이거나 하면, 요사이 하는 말이 있다. “인석아, 명박이 삽질하는 소리 할 거야?”
 
그러면 수굿하던 아이들 분위기가 왁자해진다. 터지는 웃음소리, 까르르! 저마다 따라한다. “명박이 삽질 소리, 삽질 소리, 크크.” 하긴 예전에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한다”였는데, 이렇게 말을 바꾸어 보니 우습기도 하다. 견공과 최고 권력자가 한 마디의 농담 안에서 동격이 되는 순간이니 말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이런 정치농담을 2009년 한국 땅의 어린 아이들이 정말 척척 알아먹고 웃어댄다는, 바로 그 현상이다. 이 정권의 개념 없음을 한탄해야 할지, 어린 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칭찬해야 할지 문득 헛갈리는 순간이다. 
 
▲  ©청와대

그런데 삽질 소리가 저 고요한 워낭 소리처럼 사람 마음에 척척 감겨 아픈 곳을 풀어 주는 소리라면 오죽 좋겠는가마는 절대 그렇지 않다. 궁상맞은 목소리로 방송국 부스 하나를 꿰차고 자기 자랑만 줄창 해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삽을 백주 대낮에 들고 나와 휘둘러 댄다.
 
거기 맞아 죽은 자가 속출하고 있으니, YTN이 그들이고, KBS가 또 저 뒤에 피를 철철 흘리고, 이제는 아고라와 MBC 사옥에까지 개(檢)을 앞세우고 와서 사람을 물어뜯게 만들고 있다. 대충 최근 한 달 정도에 저지른 만행만 꼽아 봐도 손가락 열 개가 모자를 지경이다. 살천스러울 따름이다.
 
저간의 이 행태들을 뭐라고 해야 할까? 혹시 ADHD(과잉행동장애)? 하긴 하루에 몇 시간 자지도 않고, 지하벙커에서부터 대운하 예정지까지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부모들(民)을 괴롭히니 그럴 수도 있겠다. 혹자는 제발 잠 좀 자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이건 여간 심하지 않다. 벌써 1년이 넘게 삽날로 사람들을 때려잡았으면 싫증날 만도 한데, 무슨 ‘13일의 금요일’에 제이슨도 아니고, 연방 후속탄이 터진다. 촛불도 아랑곳없고, 용산에서 떼죽음을 당해도 사과 한 마디 안하더니, 실업자가 사상 최대인데, 일 없으면 막노동이라도 하란다.
 
이게 한 나라의 선출된 대통령이 할 소리인지, 아니면 취직 못해 앓고 있는 조카에게 건네는 무식한 삼촌의 일갈인지 구분이 안 간다. 이러니 한 편으로는 분노가 치밀고, 한 편으로는 냉소가 번진다. 희한하다. 신경질 내면서, 웃어야 하다니 말이다. 사기꾼 하나가 온 국민들을 이렇게 신경질내면서 웃는 이상한 미친놈으로 만드는 세상이다. 지옥이다.
 
‘지옥에서의 한 철’이라고 했던가? 딱 맞다. 대한민국 국민이 지낸 일 년여가 딱 지옥이다. 가뭄에 단비처럼 야구에 열광하고, 김연아에 황홀해 했지만, 그건 지나가면 그뿐이다. 여전히 뉴스를 보면 삽질이 난무하고, 피가 튀고, 누구 목이 달아난다.
 
이 지옥을 연출하는 자들, 또 거기서 연기하는 자들이 참 많이도 있다. 어슬렁거리는 충성스러운 개도 두 마리 있다(수수께끼 하나. 개 두 마리의 이름은 뭘까? 한 마리는 주로 입으로 짓고, 다른 한 마리는 주로 밖에서 사람들을 문다. 개 이름 둘 다, 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지옥에는 단 하나의 명령만이 있다. 그건 ‘복수하라!’라는 것이다.
 
“삽질에 반기를 든 촛불, 너희에게 복수하겠다. 사법부와 재판관의 독립성이라는 이념을 허물고서라도, 너희에게 복수하겠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권력을 가졌던 너희들, 복수하겠다. 줄줄이 뇌물죄에, 횡령죄다. 나? 나는 조사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왜 나를 조사하는가? 나를 털면 너희보다 더한 사실이 줄줄이 나올 건데? 나를 조사하라고? 말 안 되는 소리! 삽질을 비판하는 너희 기자놈들, PD놈들, 다 복수다. 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 결백하고, 죄 없다. 너희 놈들이 내 죄를 만든 거다. 복수다. 숨통을 끊어 놓을 것이다. 성상납? 남자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 그게 뭐가 죄야? 재수 없이 걸린 것 뿐이다. 그 보다, 뒷구멍에서 나 욕한 아고리언들, 너희는 악마들이다. 구속이다. 복수다. 고통을 주고, 겁을 주고, 공포에 떨게 하면서, 난 너희를 통치할 것이다. 알아서 기어!”
 
▲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 CBS노컷뉴스

제대로 복수하고 있다. 신문을 펼치면 한 면 가득 무협소설 같다. 내용이 뻔히 보이는 그 무림 복수극 말이다. 형편없다. 요사이 아이들에게 하는 농담이 또 하나 있는데, 이렇다. “명박이 동생과 상득이 형이 예전에 매일 싸웠데. 근데 어머님께서 매번 상득이만 혼내는 거야. 왜 그런지 아니?”…“그건, 그건, ‘형편없기’ 때문이다! 으하하”
 
아이들이 어이없어 한다. 딱 그 짝이다. 이 살벌한 지옥 한 철에 황당하고, 어이없는 농담이나 아이들에게 하면서 견뎌야 하다니 말이다. 어이없다. 그리고 형편없을 따름이다.
 
조금 있으면 5.18이고, 좀 더 있으면, 6.10이다. 한 소식, 그 한 소식이 참으로 그리운 봄날이다. 다른 이들의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수유너머N에서 공부합니다.
 
기사입력: 2009/04/09 [19:0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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