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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립서비스식 '파병'여론몰이
노대통령은 친미 사대주의자들과 국정을 논하지 말라
 
엥란트   기사입력  2003/10/01 [15:52]

참여정부가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홈페이지
그것도 노무현정부는 국민참여정부를 자청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참여정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실천을 단 한번도 제대로 해 본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국민참여정부라는 이름에 먹칠을 해버린 사례는 많다.

1차 파병때의 부시대통령과 벌인 한밤중 전화통화와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발표한 파병결정이 그랬고,대북송금 특검법 전격수용이 그랬으며, 최근에는 부안핵폐기장 선정과정이 그랬다. 이외에도 파업노동자 대책, 나이스를 둘러싸고 하루아침에 뒤바꿔버린 전교조 대응책등 수시로 원칙이 왔다갔다 했을뿐 딱히 무엇하나 국민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묘를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을것이다.
말이 좋아 국민참여지 정치에 대한 극심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태에서 먹고살기에 여념이 없는 일반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건 사전에 국민의 감동을 줄만한 큰 정치적 이벤트나 동기부여가 될만한 사례가 있지 않고서는 힘들며, 정치권에 대한 꾸준한 국민적 신뢰가 회복되고 이의 축적과정을 거치지 않고선 단기간에 전 국민적인 국정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매우 지난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걸 주지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는 과정자체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치열하게 우리 사회 각계에 포진하고 있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과의 건곤일척의 전투를 통해서만 승리할 수 있었던 관계로 이에 치중한 나머지 미쳐 대통령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가장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출범한 대통령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사정이 이러하다고 해서 지금의 노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민심이반이 그걸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대통령은 임기동안 무한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일반론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 임기초기부터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지지기반 붕괴현상은 단순히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을 비롯한 반대세력들의 시기 가득한 훼방만으로 돌리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 이유는 노대통령 자신의 잦은 말실수와 정책일관성 결여로 인한 대통령으로서의 안정감부족, 수개월을 정치개혁의 이름으로 추진해온 신당의 궤도이탈과 신당추진세력들의 기회주의적인 처신에 따른 국민적인 실망감과 지지상실에 따른 든든한 여당의 부재, 그리고 개혁, 국민통합, 남북화해협력 중시라는 노무현정부의 당초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않는 성급한 이라크전 파병 결정과 대북 송금 특검수용으로 개혁적 지지층의 이유있는 분열상 초래, 거기에다 임기초부터 이어져온 경기위축과 노무현 정부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극심한 빈부격차 해소에 대한 기대감 상실 그로인한 서민들의 박탈감 증대….

한마디로 노무현대통령과 행정부관료 그리고 노대통령 추종세력들의 연이은 실책 혹은 변질 또한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추락의 중대한 원인임을 부인할수 없다.

모든 어려움의 원인을 남에게서만 찾고자 하는 자는 결코 그 수렁에서 헤어나올수 없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어려울수록 겸손하게 자기 잘못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한시라도 빨리 실책을 만회할 대안과 행동을 취해 나가는 게 정도라는 건 굳이 설명이 불요할것이다.

하물며 무한책임에 가까운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눈에 보이는 많은 실책을 반복적으로 지속하거나, 실책을 항변하는 데에만 급급해서는 이 수렁에서 결코 빠져 나오지 못하고 좌초될 것이다.

이제 이러한 지적을 이라크전 파병으로 국한하여 이야기 해보자.

굳이 이라크전 파병에만 국한해서 이야기 해도 되는건 이것이 전국민적인 관심사항이기도 하거니와 여기에 오늘날 노무현 정부의 위기의 원인과 실책 그리고 개선점 혹은 대안이 농축되어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이라크전 전투병 파병의 부당성이나 당위성에 관한 부분은 너무 길게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하자.

이번 이라크 전투병파병의 명분이 없다는 건 부시와 네오콘 꼴통들 빼놓고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을것이며, 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허울좋은 국익차원이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부시정부가 가장 만만한 상대인 한국을 골라 집요하게 주한 미군의 재배치니, 경제적 압박이니 해가며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한국의 조기파병을 유도함으로서 국제사회의 반전흐름을 전환하고, 부시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전략에 노무현정부가 굴복하고 이용당할것이냐, 아니면 현명하게 극복할것이냐의 선택이 핵심이라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라크 재건에 동참으로서 얻을수 있는 이익이니, 석유공급원 확보니 하는 따위는 미국의 푸들 노릇을 해가며 이라크전에 올인하고도 미국으로부터 변변히 챙기지도 못하고 있는 영국을 볼 때 한국에게 돌아올 떡고물은 전투병 참전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한국이라는 자주국가가 강대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 똑같은 전범국가가 되어버리는 수모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할 것이라는 건 굳이 예측이 따로 필요치 않을것이다.

미국의 일개 관리가 한국군의 후방부대 어쩌고 하면서 어느어느 부대가 파견될것이라는 둥, 어느 부대가 필요하다는 등 일국의 자주권을 능멸하는 발언을 마구 해대는데도 흥분하는 관료하나 없는 정부가 실제로 미국의 요구조건대로 전투병을 파병할시에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가능성마저 지극히 불투명한, 최악의 위기에 처한 부시정부에게 마저도 현명하게 대처하기는 커녕 굽신거리는데 급급한 식민지 국가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것이다.

이외에도 이번 전투병 파병의 부당성은 단지 명분뿐만 아니라, 지난 1차 파병이후 부시정부의 기만적인 대북 강경정책과 한반도 긴장 조성, 하이닉스에 대한 전격 보복관세 그리고 최근 미국경제 보호만을 위한 환율절상압력이 노골화 되고 있는 상태에서 실리차원에서도 파병이 결코 득이 안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 마저 전투병 파병은 한국 현대사에서 또하나의 치욕스런 일로 기록될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인터넷 칼럼사이트를 통해 파병의 부당성에 관한 다양한 논거들를 제시해온 관계로 더 이상 조목조목 거론한다는 건 진부한 이야기가 될것이다.

내가 오늘 진정 거론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 이라크전 전투병 파병과 관련하여 김진표 경제부총리,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 한승주 주미대사등 최근에 갑지기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일부 관료들의 막가는듯한 발언과 처신이다.

나는 이들이 과연 참여정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나 하고 있는 인물들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아니 이해는커녕 엊그제 말한 대통령의 방침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싶다.

지난 9월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전 전투병 파병과 관련하게 아주 소상하고 분명한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그 핵심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이 문제는 제가 대통령 이전에 개인 노무현이 아니고 대통령으로서 판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 국민적 인식이다. 우리 국민들도 예를 들면 지난번 파병을 하면서도 또 다른 판단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판단과 선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를 할만 능력이 있다. 있기 때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어떻든 우리 국가가 지향해야 될 가치가 뭐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그 다음에 구체적으로 우리가 국가적 이익이 어떻게 될 것이냐라는 계산도 해야 하고, 그 다음에 앞으로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한국의 그 위상이라는 것은 전 세계 국민들에게, 세계 인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국가적 전 세계 국민적 이미지, 그 다음 아랍권과의 그 이후의 관계 이런 것들을 전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할지 말지 이런 것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빨리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라 이렇게 하는데 결단을 내리기 전에 끝까지 판단해야 될 상황이 아주 많은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유엔에서도 이런 논의도 있고, 세계 각국의 흐름도 있고 한데 앞장서서 먼저 깃발을 든다고 반드시 이득 되는 것만은 아니다. 또 앞장서서 제일 먼저 ‘우리는 안돼’하고 먼저 선언하는 것이 가장 국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보내더라도 되도록이면 명분과 이익을 두터이 해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해야 되고 설사 안 보내더라도 가장 그래도 원수가 덜지는 마음이 덜 상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절차와 과정들을 다듬어야 한다. 그래서 직답 못 드려서 죄송하다. 그렇게 설명해 드리겠다.”

나는 노대통령이 그날 밝힌 원칙에 입각해서 파병문제를 처리하면 그런대로 전투병 파병문제를 큰 후유증없이 해결할수도 있다고 보았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쏟아져 나온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이라크 파병찬성 발언과 윤영관 장관의 조기파병 시사 발언, 급기야 한승주 주미대사의 무조건 파병론까지 대통령이 앞서 밝힌 원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하에서 국민들은 이들 장관에게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묻고싶을 뿐이다.

최근에 나온 이들 관료들의 발언을 좀더 살펴보자.

“외교-안보 및 경제부처 장관들이 사실상 파병 찬성론을 밝히거나파병 여부 결정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등 파병 신중론이 후퇴하는 인상을주고 있다.
조영길 국방장관이 29일 인터넷신문 ‘국정브리핑’과 회견에서 “다음 달중순까지 이라크 추가파병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데 이어,연말까지로 그 시기를 늦춰 말했던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도 30일 기자들과 만나“미국쪽이 준비해야 할 상황이 있을 것이므로 결정이 너무 늦어져선 곤란하다고본다”고 변화된 자세를 보였다.
윤 장관은 “조만간 귀국하는 이라크현지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파병 여부와 파병 결정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파병 찬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이날 해명 발언에서“경제 수장으로서 경제만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해 파병 찬성의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30일자 인터넷판 기사-기사원문보기]

▲한승주 주미 대사는 국감답변에서 "파병 실익 크다"라고 밝힌바 있다.     ©YTN
"한승주 주미대사는 이어 "이라크 파병은 한미관계, 경제적, 국제적 입지, 미국과 협상 역량 등에 효과가 크지만 처음부터 조건부로 연계 추진하는 것이 좋으냐는 것은 논의의 여지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협상에서 약속받고 주고받는 형식의 태도를 취하는 편이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이라크전에 병력을 파견했을 때 조건을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조건을 내세웠을 때보다 더 컸다"면서 "우리가 조건없이 이라크에 파병한다해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재차 '무조건 파병론'을 주장했다."(프레시안 10.1일 기사 -기사원문보기)

경제부총리라는 사람이 ‘이라크 진출기회 확보’라는 지극히 막연한 이유로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했을 때 파병찬성이라는 말을 하더니, 외교수장인 운영관장관은 한술 더 떠서 미국측의 준비상황까지 배려해야 하므로 미국측과 보조를 맞추기위해 조기파병을 해야한다고 기존에 자신이 했던 발언마저 뒤집어 가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더니 급기야 한승주 주미대사의 무조건파병론까지 등장했다.
이쯤되면 한.미 이너써클 핵심맴버로서 도대체 한국대사인지 미국대사인지 분간이 안가는 사람이 주미대사에 버젓이 앉아서 본분을 망각한 채 국민을 농락하고 있는 꼴을 보고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극히 친미사대주의적인 발상에서 한발치도 나아가지 못한 채 노대통령이 밝힌 핵심적인 원칙중 국민여론과 한국이 지향해야할 가치,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 아랍권과의 향후 관계, 유엔에서의 논의과정와 결의여부 등은 전혀 고민해보지 않은 채 오로지 미국측의 입장만 고려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그리고 노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전투병 파병은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서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누차 공언해온 터이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몇몇 장관들의 별 내용없는 국익론이니, 조기파병론이니, 무조건 파병론이니 심지어 노대통령까지 미국에 대한 보은론이니 하며 마치 조기파병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기 시작한거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이야 자리(한미동맹 50주년 만찬회)가 자리인지라 접대용 멘트였다고 치자. 그런데 몇몇 장관의 발언은 그야말로 의도됐거나, 아니면 국민여론은 무시한 채 미국측의 비위맞추기에 급급한 발상에서 나온 발언들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행정부내 핵심적인 요직에 있는 관료들이 이런식으로 참여정부의 의미를 뭉개버려도 되는 것인가.

특히 김진표 부총리는 오늘날 침체되고, 갈수록 어려워진 서민경제를 책임진 주무장관이다.
노무현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서민경제의 불안과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에 따른 서민들의 상실감이 크게 기여하고 있는 바 누구보다도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경제철학도 없이 서민경제하나 변변히 챙기지도 못한 무능력한 사람치고는 이라크 진출기회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이라크 전투병 파병의 경제적 이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장관이 이라크전 파병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그에 대한 자세한 근거와 파병시의 득실을 감안한 다양한 분석을 함께 내놓고 설명을 해야한다.

김장관이 할 일은 막연한 이유로 파병찬성이라는 자신의 사대주의적 소신이나 내뱉는 ‘미국을 향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이라크 파병시 그에 따른 경제적 득실에 대한 납득할수 있는 수준의 근거자료와 분석을 가지고 국민들을 상대로 충실히 설명하면서 합당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경제적 득실에 대한 판단자료를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것 즉 국민들이 판단할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민단체등의 반론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로 하여금 파병에 따른 경제적 득실을 판단할수 있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한승주 주미대사의 경우는 더 어이가 없다.

지난 1차 파병이후 부시정부가 한국에 보여준 갖가지 기만적인 배신행위들을 그대로 지켜만 보아온 전형적인 친미사대주의외교관이 이제 와서 버젓이 미국의 협박을 한국정부에 대신 전달하고 있는 꼴이다.

대통령도 여러가지를 감안해서 직답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에서 경제부총리등 일부 보수적인 관료들이 중학생도 말할수 있는 상식적인 이유 하나 가지고 파병의 경제적 가치를 운운하며 파병찬성이 소신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은 매우 경솔한 처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들이 파병여부에 따라 노무현 정부의 국민적 지지기반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수도 있는 중대사안이라는 걸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 있는 장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하긴 김진표, 조영길, 한승주 등 보수적이고 관료주의에 빠진 사람치고 노무현 정부의 역사적 의미를 치열하게 인식하고, 국민을 상대로 한 옳바른 가치판단에 근거해서 처신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수도 있다.

자신들의 임기동안 다음 수순인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회나 힘있는 언론의 눈치나 보면서 이미지 관리하는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었나. 그러다가 대통령지지도 떨어지고 야당의 가능성이 커지면 부나방처럼 날아가는 관료들의 모습을 본 기억이 그리 멀지도 않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정권의 명운이 걸리다 시피한 중차대한 사안을 가지고 어쩌면 저렇게 단편적이고, 어설프게 처신하는지 한심하기 짝이없다.

정부내 친미 사대주의적 노예근성에 찌든 관료들의 표상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슬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 위엄이 있었다면 저런 보수적인 관료들이 대통령의 방침을 정면으로 어겨가며 함부로 입을 놀리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김진표, 한승주씨는 그만두고 차라리 총선에나 나서서 자신들의 경제성적표, 외교성적표를 가지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보는게 어떨까 권하고 싶다.

어떻든 이번 전투병 파병의 최종결정권자는 노대통령이다. 노대통령은 지난번 광주전남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상히 밝힌 대로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천해주길 바란다. 이미 국민들에게 천명한 파병원칙에 관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번에는 시간을 두고 국민여론과 한국이 지향해야할 가치, 국익,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 향후 아랍권과의 관계, 유엔 결의내용의 의미등을 면밀히 파악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건 노대통령 자신이 이미 국민들에게 천명한 원칙 그대로이다.

특히, 노대통령이 제시한 여러가지 파병원칙중 지금 노대통령이 가장 무게를 둬야 할 부분은 파병여부에 대한 국민여론과 한국이 지향해야할 가치이고 또하나는 유엔결정의 내용이라고 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대통령은 지금 임기초부터 헌정사상 초유의 지지세력 대거이탈을 경험하면서 정권기반 자체가 미약해 있는 상태이다.

국회의석수야 출범전부터 한나라당이 과반수이상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입법을 통한 국정운영을 뒷받침 받기에는 힘들었다고 치더라도, 이를 임기초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야당을 설득하면서 개혁을 추동해나갈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노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버티목이었던 국민적지지마저 임기초의 대통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추락해 있다.
백성의 지지를 잃은 임금은 아무리 권력의 정점에 있다 할지라도 자신있게 할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것이며, 한다해도 성공할리 만무하다.

작금의 국민적 지지상실의 이유를 굳이 더 거론하고 싶지 않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지하고 있을것이기에...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의 정점 또한 노대통령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임기 불과 7개월 지난 대통령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할수 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런 신세한탄할 겨를도 없음을 노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대통령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떠난 지지층에게는 확인사살을, 그나마 남아있는 몇 퍼센트 안되는 지지세력마저 2차 핵분열을 감수해야 할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다 잃고 난 뒤 대통령의 모습이 얼마나 허망하고 초라한지,그에 따른 국정난맥과 국민적 고통은 얼마나 지대한지 우리는 지난 대통령들의 임기말 모습에서 너무도 자주 보았다.

지금 노대통령이 맞고 있는 상황은 그때보다 더 최악이다. 임기말이 아니라 임기초부터 일어난 이 희한한 지지기반 붕괴현상은 전혀 다른 위기의 출발일수 있기에 국민불안은 가중될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기위한 기존질서의 와해라는 노대통령의 설명에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노대통령이 지지하는 통합신당의 정치행태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다.

전혀 새롭지 않은 구태인물들이 득실거리기도 하고, 전혀 새롭지 않는 그들만의 '상층의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결국 그들은 내년 총선을 위해 자신들이 힘들이지 않고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정당하나 만든것이란 평가의 범주를 아직 넘어서고 있지 못하다.

누구는 자리를 노리고 몸값을 올리기위해 아직 통합신당에 입당을 안하고 있다는 둥, 누구는 이미 대표로 내정되었다는 둥, 외곽에서 통합신당에 합류하고자 하는 인사들중 상당수가 정치꾼이나 다름없는 구태인물, 혹은 당분열주의자들이 득실거린다는 둥.. 어느 구석하나 신선한게 없다.

진성당원에 의한 상향식 공천만이 신당의 모든 것이 아니며 그것이 모든 정치개혁을 담보해주지도 않는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이 신당의 주도세력이다.

이렇게 노대통령의 버티목이 되어줄만한 변변한 여당마저도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그나마 근근히 버티고 있는 지지층을 떨구어낼 이라크 전투병 파병결정은 자칫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를 조기에 끝낼 수 있는 결정타가 될수도 있음은 현재 정치권에서 심상치않게 거론되고 있는 내각제 논의의 싹을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국이 지향해야될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이미 이라크전 파병에 따른 국익은 전투병 파병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미국의 이라크 독점에 대한 야욕, 그리고 지난 1차 파병후에 부시정부가 한국에게 돌려준 기만적이고, 배신적인 태도 때문에 이번에도 또다시 국익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우스운 상태이다.

따라서 한국현대사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의 한페이지를 노대통령이 장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셋째, 유엔의 결정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엔결의하의 다국적군은 명백히 유엔 꼬깔만 씌운 미국군대이며, 여기에 참가하는 다른나라 군대는 그야말로 자기 돈내고 전쟁에 참가하는 ‘밑빠진 용병’에 불과하다.

유엔 결의는 어디까지나 유엔주도하의 평화유지군일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유엔결의만 있으면 이라크 전투병 파병의 명분이 당연히 획득될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 한겨레 여론조사는 시시하는 바가 크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유엔의 승인〓평화유지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한겨레신문이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파병에 대해 처음에는 57.5%(반):38.2%(찬)였던 답변이 ‘유엔 결의 뒤’라는 조건에서는 44.4%(반):51.0%(찬)로 뒤바뀌었다. 그러나 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의 차이를 설명한 뒤 다시 질문을 했더니 61.4%(반):32.4%(찬)로 다시 뒤집어진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정부가 파병 결정에 앞서 국민들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한 뒤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은 급한대로 유엔결의만으로 이라크전 명분을 획득했다고 국민들을 일시 속일수는 있다.

그러나 역사는,아니 마지않아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의 눈가리고 아웅식 결정에 분노하게 될 날이 올것이다.

참여정부는 국민들보고 '참여하면 된다고 말만하면 되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고 함께 고민해나가는 모습을 실천해 나가야한다. 어렵더라도 방법을 찾아 정성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민사이에 진지한 '정신적 의사소통'이 이루어 질 때 “참여정부’는 비로소 그 이름값을 하게 될것이다.

따라서 최근 김진표 부총리와 윤영관 장관, 한승주 대사의 표피적이고, 미국중심의 사대주의적인 조급증세는 참여정부의 국민참여의 의미를 내팽개쳐 버린 처사라 하지 않을수 없다.

이들에게 있어서 국민은 한낱 자신들의 '립서비스'에나 만족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관료가 취할 태도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들 장관들이 할일은 국민여론이 정상적으로 형성될수 있도록 각 부처의 입장에서 면밀한 분석과 검토끝에 나온 정보를 국민들에게 브리핑 해주는 일이다.

그렇게해서 시민단체등 제 3세력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반론 혹은 재평가가 이어지도록 하고 그런 과정을 국민들이 언론등을 통해 지켜보면서 국민적 판단의 정확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중차대한 국가 대사를 결정해 가는 과정에 있어서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는 방식으로 립서비스나 대충 해대고 그러면서 여론의 반응이나 떠보고, 조중동을 위시한 독과점상태의 언론에 기대어 여론 몰이에 나서는 것은 참여정부의 방식이 아닌 과거정부의 그 모습 그대로 항상 국민들은 그저 설득의 대상에 불과한 '소외정부'의 방식에 불과 한것이다.

이왕 말이 나온김에 이번 파병과 관련하여 나름대로 대안삼아 제안을 해본다.

이번 파병결정은 상기한 대로 국가적 극비사항이 아닌한 파병과 관련된 문제들이라면(특히 이미 어느정도 알려진 사안일수록) 국민들에게 충실히 그 정보들을 제공하고, 정부의 희망사항도 함께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기간 동안 국민여론 형성기간을 가진 다음에 몇몇 여론조사기관에 동시에 파병관련 여론조사를 하도록 의뢰해서 '1차 국민여론'을 파악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해서 국민여론이 한쪽으로 크게 기운 결과가 나오면 그 쪽에 중점을 두어 결정하고 , 팽팽한 상태(찬반비율의 차이가 10% 내외일때)라면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본다.

이번 파병결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신중하고 현명하게 결정하고 처신하느냐에 따라 지지기반의 완전상실로 이어지는냐, 아니면 그나마 잃어버린 지지세력의 결집을 재시도 할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느냐가 판가름 날수 있는 매우 중대한 분기점이 될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 지지 뿐만아니라 자신의 기존 지지기반마저 대부분 상실한다는 것은 지금 미국이 노무현 정부에 가하고 있는 온갖 협박보다 노무현 정부에게는 더 큰 치명타가 될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주기 바란다.

소위 유시민이나 서영석류의 ‘단무지(단순,무지 ,지멋대로의 준말이라고 함) 노빠’들 같이 ‘이래도 지지 저래도 지지자들’만의 뒷받침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수는 결코 없으며, 대의명분과 원칙에 충실한 대통령으로 보다 많은 국민들이 인정해주면서 신뢰를 축적해 가야만 이 험난한 위기를 그나마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될것이다

노대통령의 앞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 국민의 자존을 드높이고, 무엇이 진정한 국익이었는지 두고두고 표상으로 삼을만한 지혜로운 결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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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1 [15: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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