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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정책'만이 '합리적 대북정책'이다"
[한국의 진보를 말하다] 김근식 교수 "이명박 정부 햇볕정책 무력화 우려"
 
안일규
 

지난 26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박세일 교수가 이끄는 중도 보수성향의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김형기·임혁백 교수 등이 이끄는 진보적 자유주의 성향의 ‘좋은정책포럼’이 “한국의 진보를 말한다”는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 진보의 정체성과 가치’와 ‘한국 진보의 분야별 과제와 전략’으로 두 세션에 걸쳐 진행된 이 날 심포지엄은 그동안 각 분야를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 혹은 전문가들이 발제에 나선데다 주최단체에 대표적인 뉴라이트 대표단체 중 하나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이 포함되어 보수, 진보 성향 가릴 것 없이 수많은 방청객들로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 날 심포지엄은 <오마이뉴스>가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제1세션 ‘한국 진보의 정체성과 가치’는 <한겨레> 기사를 통해 “진보여, 다양한 세력 모아 한국형 뉴딜연합 만들라” 를 통해 보도되었다.

이에 <대자보>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제2세션의 발제자로 대북문제를 다룬 김근식 교수의 발제와 한국 진보진영의 대안적 경제발전전략 구상들을 정리한 신정완 교수의 발제를 각각 정리하고자 한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 각 분야를 대표해 나온 진보적 성향의 발제자들은 지난 민주정부 기간에 책임이 있거나 해당 분야서 전문가로서 손꼽을 인사인 만큼 진보진영의 지난 날에 대한 회고와 반면교사, 앞으로의 갈 길에 대한 지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대자보>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김근식 교수의 발제는 보수와 진보의 잘못된 대북관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앞으로의 대북 지향점을 정립해줄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 소개할 신정완 교수의 발제는 한국 진보진영의 대안경제모델 논의과정에 대한 정리로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진보적 경제모델에 대한 평가부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첫 번째로 소개 할 ‘한국 진보, 북한과 통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발제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발제에서 남남갈등을 심화시키는 반북과 친북관을 우려했으며 애북과 지북의 결합을 통해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할 수 있게 만들면서 역동성과 진보성을 통일의 원칙으로 놓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통일의 방식으로 ‘점진적 평화통일’이 우선되어야 하나 ‘붕괴 후 흡수통일’ 또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된다고 내다 본 김 교수는 포용정책만이 합리적 대북정책일 수 밖에 없으며 구조적 포용을 통해 대북포용의 발전적 진화를 이뤄야 된다고 주장했다. 아래부터 김 교수의 발표 전문이다.


남남갈등 심화시키는 극단적 친북/반북주의 지양해야 

▲ 대표적인 진보적 '북한통'으로 알려진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CBS 노컷뉴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하 김근식) : 우리 사회가 가장 크게 부딪치고 있는 분야가 남남갈등이라고 불리는 대북관, 통일관인데 사실은 다른 나라와 달리 진보와 보수를 선명하게 다루는 전선이 대북정책으로 되어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분단의 모습이 한반도의 특수성을 말하는 것 같고 최근 들어 보수와 진보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걸로 보인다.
 
남남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시청 앞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화형식을 하는 걸 보면 그 분들의 주장은 제가 볼 때는 이른바 대북정책이나 대북관, 통일관을 진보 쪽이든 보수 쪽이든 가슴으로 대변하시는 분들은 아니라고 본다. 극단적인 편향적 시각들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특정 언론, 정치적 흥행요소와 맞아떨어지면서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이 남남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극단적인 친북좌파, 수구우파라는 분들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은 소수라고 본다. 그분들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하고 극단적이기 때문에 그런 분들끼리 쟁점이 되고 선점되면 자유로운 토론이나 진지한 논의보다는 멱살 잡고 싸울 수밖에 없고 상대방을 화형 시키는 것밖에 안 되는 것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곰곰이 생각해보면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통일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어떠한 대북정책을 맞을 것인가 어떤 게 현실적인가를 차분히 들여다 볼 때는 중간지대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진보의 합리적인 분들, 보수의 합리적인 분들이 같이 논의하고 상대방을 확인하고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외교안보정책은 모든 정치영역에서 가장 초당적인 분야다. 다른 정책과 달리 엄연히 현실에 기반 한 것이고 조금만 잘못해도 큰 손해를 보는 곳이기 때문에 대북정책 역시 외교안보정책의 큰 틀에 들어가는 만큼 외교안보대북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첨예한 이념전쟁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이고 국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따져보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리면, 하나는 대북관이다. 우리사회의 격렬한 남남갈등이 나타나는 주변에 대북관이 있다고 보는데 저는 극단적 반북성향, 극단적 친북성향을 지양해야 된다고 본다. 반북주의와 친북주의 모두 북한사회의 현실, 실제 존재하는 모습을 과대애정하고 보시거나 과대비난 하는 거라 봅니다. 물론 반북주의에서 북한은 도저히 희망이 없는 체제이기 때문에 북한을 무너뜨리고 김정일을 타도해서 흡수하자, 그 길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고 극단적 친북주의는 북한체제가 상당히 내구성 있으며 갈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우리가 이해하고 배울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른바 반북주의와 친북주의는 현재 존재하는 실제로서의 북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감정적이나 선험적 편견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보고 있다고 본다.
 
북한이라는 것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을 수 있다. 반북주의는 지나친 적개심과 맹목적 혐오증만 가지고 북한을 색안경 끼고 보고 있으며 북한의 탈북자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문제가 있습니다만 2400만 명 중에 아직까지 대다수가 고난행군이라는 자기 스스로의 집단과 인내, 의지를 가지고 버티는 분이 있다. 그 분들의 북한체제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현실에 있어 긍정과 부정이 다 있는데 긍정의 측면을 바라본다고 하는 게 자칫 친북주의로, 북한을 숭배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을 이해하는 것은 맞으나 이해한다는 understand가 일부 친북주의자들에게는 우리가 북한을 수용하는 것으로 과도하게 나가는 경향이 있고 북한이 엄연히 휴전선 이북의 실체로서 admit해야 된다는 건 당연하나 그것이 마치 북한이 우리의 대안모델이 되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친북적 성향이 가지는 또 하나의 위험성도 그렇지만 반북주의가 가지는 위험성은 북한의 입장에 대한 오해가 있다. 반북주의는 북한의 입장을 지나치게 안 믿으려 한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의적 수단으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고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한다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일관된 논리를 반북주의자들은 믿지 않는다. 북한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6자회담도 쓸모없는 것이고 핵무기 폐기하기 위한 평화적인 협상도 다 부질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대안이 안 나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친북적인 입장에서는 북한의 입장을 지나치게 믿는다. 북한의 공식입장이나 매체에서 나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다. 대표적인 게 1991년 UN 동시가입을 북한이 수락하기 직전까지의 북한의 공식입장을 보면 전날까지도 대남방송에서는 분단의 고착화, 영구해체라고 비난했다. 저는 북한의 입장을 보는 데 있어서 반북주의는 지나치게 북한을 믿지 않고 친북주의는 너무 많이 묻는 게 잘못 보는 것이다. 북한은 그 중간에 있다. 북한도 엄연히 국가이기 때문에 전두환 정권을 대규모의 민주화세력을 학살한 나쁜 정권이라 해도 전두환 정권과 특사를 보내면서 회담을 하는 나라다.
 
대북관, 친북과 반북에서 애북과 지북으로 바꿔야
 
김근식 : 그래서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친북과 반북의 극단적 성향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모습을 보고 정확한 입장을 캐치하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애북(愛北)과 지북(知北)에 있다고 본다. 반북주의는 북한이 있어서 안 될 체제로 남한체제로 귀결되어야 된다는 대안으로, 친북주의는 북한이 남한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대안적 접근이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애북과 지북은 반북주의가 말하는 북한을 타도와 적개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공조의 대상과 이해의 대상으로 보면서 북한을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애국만 있어서는 되지 않는다, 애국이 반드시 지국과 결합이 되어야 된다. 지국은 북한을 가장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알고 정확히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애국에 지국이 없으면 친북으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애국과 지국의 관점이 동시에 결합되어야만 반북주의는 북한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고 친북주의는 북한을 지나친 애정보다는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애국과 지국이라는 제3의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통일관에 있어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은 두 가지 큰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역동성이고 다른 하나는 진보성이다. 제가 만든 이야기인데 역동성이라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맞이해야 될 통일은 정해된 수순이나 기계적인 방안이 아니라 통일의 길은 열려져있고 개방되어있고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변수와 구성원들의 노력과 총체적인 유기들이 갖춰지면서 개방적인 과정을 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통일이다. 그래서 역동성과 개방성의 통일원칙이라는 것은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말하는 것이다. 북쪽과 남쪽의 변화를 모두 총괄하는 것이며 남쪽 국민들의 의식변화, 북쪽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총괄하는 과정이며 부단한 진행과정이며 발전의 연속으로서 통일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반드시 이런 쪽으로 가야 된다고 못을 박아버리는 통일은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지구상에서 분단되었다가 통합된 나라 중에 있어 어느 한쪽이 공식적으로 제안해왔던 통일방안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두 번째 원칙은 반드시 지금보다 나은 통일로 가야 된다는 것이다. 남쪽의 현실도 지금보다 나아져야 되고 북쪽의 현실도 지금보다 나아져야 된다. 더 나은 통일이라고 하는 진보성을 맞이해야 되지 않느냐. 통일이 지상과제라고 해서 북한의 유일지배체제가 온존하는 통일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 통일을 당장 해야 되기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린 땅을 찾자고 해서 전쟁을 통한 통일방식도 우리가 동의할 수 없다. 그건 더 나은 방향으로의 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동성과 진보성이라는 두 가지 통일을 전제한다면 가능한 바람직한 통일의 방식으로서 두 가지를 생각하는데 하나는 점진적 평화통일, 대북포용정책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상정했던 평화로운 공존과 화해협력의 과정을 거쳐서 북한이 점진적으로 변화해서 한국주도의 통일로 가는 점진적 평화통일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통일의 경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바람직한 통일의 방식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을 추구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그 추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라고 하는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사태가 있을 수 있다고 충분히 상정해야 된다고 본다. 점진적 평화통일이 바람직하지만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되면서 우리가 흡수하는 ‘붕괴 후 흡수통일’이라는 방식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가령 북한이 지금 당장 붕괴할 것인가라는 데 있어서는 면밀히 검토해야 된다. 당장 붕괴할 가능성이 없는데 주관적 기준을 내세워 붕괴할 것으로 믿는다면 정책의 오류가 되는 거고 설사 붕괴한다고 하더라도 붕괴 이후 상황이 한국이 주도적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지 국제적 역학관계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붕괴 후 흡수통일’이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해야 되는 경로이지만 이것만 놓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잡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북한급변사태라는 것을 철저히 대비하되 조장하거나 의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바람직한 통일의 방식으로는 점진적인 평화통일의 방식, 그러나 ‘붕괴 후 흡수통일’을 하나의 가능한 통일방식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통일과정을 보면 1960년대부터 이른바 동방정책에 의해서 점진적 평화통일의 방식을 추구하다가 89년 베를린장벽 붕괴라는 하나의 이벤트가 생기면서 급진적으로 동독이 망하면서 흡수통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래서 현실에 있어서는 점진적 평화통일의 방식과 ‘붕괴 후 흡수통일’의 방식이 결합될 수 있다, 그리고 결합되는 것이 우리사회에 있어서는 가장 현실적이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해본다.
 
'포용정책'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합리적 대북정책
 
김근식 : 그런 전제하에서 보면 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합리적 대북정책은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이것은 잘 아시겠지만 탈냉전 이후에 미국에서부터 비정상국가들을 미국주도의 규범체계로 유도하고 변화시키게 해서 교류협력을 확대함으로서 자신들의 변화의 틀로 데려오려는 정책이 개입정책이었다. 다양한 포괄적인 접촉을 확대하고 구축해서 상대국가의 정치적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정책이 engagement인데 그래서 우리도 포용정책 그러면 김대중 정부의 산실처럼 되어있지만 사실 연혁을 따져보면 노태우 정부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탈냉전이 되었기 때문에 그 시기에 7.7선언, 남북경협이 시작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과 화해협력의 경로를 통해 점진적인 평화통일정책을 하게 된다. 김영삼 정부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 사이에 북핵문제라는 돌발적 이슈 때문에 대북관계가 파탄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불가불로 탈냉전 이후에는 engagement policy를 거부할 수 없었다. 김대중 정부 와서는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진행된 것이고 노태우 정부부터 시작된 것의 발전적 계승이라 볼 수 있다. 대북포용정책, 노태우 정부로부터 따지면 연혁이 20년이고 김대중 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따지면 10년이다.
 
이명박 정부 1년에서는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다. 햇볕정책 폐기주장도 많다. 이 engagement, 대북포용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지는 크게 세 가지다. 그 첫째는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하는데 뭐 하려하느냐. 두 번째는 북한에게 퍼주기만 하기 때문에 북한에게 받을 것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상호주의가 안 된다는 거다. 세 번째는 10년 동안 햇볕정책 해봤지만 북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걸 우리가 막지 못했다. 안보불감증이나 유화정책이 되고 말았다는 거다. 맞다, 틀린 게 아니다. 북한 변화가 미흡하다. 제가 봐도 답답할 정도다. 상호주의 잘 안 된다. 핵실험도 2006년에 했다. 그런데 그 세 가지 비판의 지점들이 노태우 정부 때부터 해왔던 대북포용정책, 개입정책을 모두 포기할 정도까지 문제가 되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햇볕정책이 지나오면서 그 세 가지 문제 때문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 문제점이 왜 생각났는지를 보고 그 문제점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인 고민을 해야지, "햇볕정책 필요 없다"면서 북한이 기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 대화 다 중단하자, 관계 다 끊자, 지원 할 게 뭐있냐고 하는 것은 제가 볼 때 매우 비현실적이다. 안타깝게 이명박 정부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지적들은 한반도적인 현실에 있어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예컨대 북한이 변화하지 않는다. 변화가 쉽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미국의 탈냉전 때 아프간, 중국, 베트남에 engage할 때는 될 수가 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을 engage할 때는 분단국가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북한이 변화에 따라오기 쉽지 않다. 마치 우리가 70년대에도 북한이 잘 살 때 남쪽에 하다못해 서신교환이라도 하자고 성명내면 우리는 벌벌 떨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 사는 상황에서 북에 대해 engage하겠다는 것을 김정일 정권이 변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변화 자체가 분단체제의 상대방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 상호주의가 잘 안된 것도 당연하다. 남과 북이 이질화된 체제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북한의 가치체계, 남한의 가치체계가 다르다. 우리 비료, 쌀 40만 톤 줬으니까 너희도 그에 맞는 걸해라고 하는 것이 북한에선 받기 어렵다. 가치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우리의 기준과 잣대만으로 북한의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북의 관점에서 일방주의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상호주의가 쉽지 않다. 그 현실을 인정해야 된다. 상호주의가 되는 게 좋은데 쉽지 않다. 그 다음에 핵무기를 막지 못했다는 것도 맞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이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권도 그랬고 노무현 정권도 그랬는데 철저한 안보, 북핵 불허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DJ의 포용정책의 기본은 튼튼한 안보이며 노무현도 제1원칙은 같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북핵 불허와 튼튼한 안보라는 전제조건으로 억지화, 봉쇄정책을 깔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전쟁불사의 입장으로 갈 것이냐, 한반도적인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거다. 어떤 우파가 집권하더라도 전쟁불사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핵을 막지 못했다는 말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햇볕정책도 기본적으로는 억지와 포용을 병행하는 것인데 봉쇄가 안 되고 핵실험했다고 해서 1994년에 클린턴 정부 때 북한에 북폭을 준비하면서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개월 안에 한국군 49만 명이 죽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 대규모의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에 할 것인가. 못하는 거다. 그 현실을 이해해야 된다. 햇볕정책을 폐기해야 된다는 세 가지 근거는 일견 타당하지만 한반도의 분단체제라는 독특한 현실에 회피한, 우리가 풀어야 할 현실이지 그것이 햇볕정책을 폐지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구조적 포용 통해 대북포용의 발전적 진화를 만들어야
 
김근식 : 마지막으로 구조적 포용(Structural engagement)라는 개념을 만들어봤는데 불가불 탈냉전 이후에 한국의 대북정책은 포용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러한 포용정책을 비가역적인 상태로 남북관계가 진전되어야 된다고 본다. 여기서 구조적 포용이 갖는 의미는 이제는 본격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전략적 고민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북한하고 포용하고 대화하고 협상하더라도 어떤 것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저는 구조적 포용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명박 정부는 정권교체의 후유증 그리고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북포용정책의 개선이 아니라 폐기로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기사입력: 2009/03/27 [12:2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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