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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월드' 한국판,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나라
[벼리의 세상보기] 영혼없는 소수가 다수를 억압, 동물원인가 나라인가
 
벼리
필자가 아주 흥미롭게 본 영화가 있는데, [언더월드](렌 와이즈만, 2003)가 그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지하세계에 사는 두 종족이 나온다. 각각 뱀파이어와 라이칸이라고 불리우는 이들 종족은 적대관계에 있긴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만큼 일치한다. 그건 인간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는 거다. 그러니까 감독의 눈에는 짐승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상, 그게 '언더월드'인 셈이다. 짐승이니 영혼이 있을리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정권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그 모든 주옥같은 쇼들 중 하나가 떠 오른다.  
 
인수위 시절 이명박 정권은 국정홍보처를 정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듯 했다. 이에 맞서 전 국정홍보처장은 처절한 발언을 했는데, 그게 바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거다. ‘천민 자본주의’와 더불어 막스 베버 선생의 유명한 개념 중 하나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기 위해 영혼 또는 정신, 즉 누우스(nous)를 기준으로 삼았다.  
▲ 한승수 총리     ©벼리

하여간 전 처장은 홍보처의 존폐를 막기 위해 애를 쓴 게다. 그 와중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으니, 진짜 영혼을 판 셈이다. ‘불행한 의식’(Hegel), 철학자였던 그 분은 이 개념의 의미를 알 것이다. 정말 코메디는 그 이후다. 국정홍보처는 문체부 산하로 개편되었고, 날이 갈수록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토론 사이트인 ‘아고라’를 감독(?)하려고 시도한다. 홍보를 하겠다는 건지 차력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사건이 줄줄이 터진다. 촛불이 청와대 앞마당까지 일렁이더니, 용산에서는 ‘잘 한다, 잘 한다’ 했던 모범생 하나가 전교학생회장 취임을 앞두고 사고를 쳤다. 그러더니 질질 짠다.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웬 불이 화왕산까지 번졌다. 휴전 중인 앞 마을 녀석들도 방해다. 미사일을 쏜다, 그런다. 양키들도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알아서 하란다. 진퇴양난이다. 결정적으로 온 나라에 돈이 씨가 말랐다. 대신 있는 놈들은 더 많이 번다. 없는 사람들한테 베풀라고 세금 털어 주었더니, 제 불알 밑에 우겨 넣고는 꺼낼 생각을 안 한다. 왜 돈을 노동하는 이들에게 안 쓰냐고 으르면 오히려 줘 놓고 웬 생색이냐, 이미 우리 돈이다, 란다. 무능의 극치다.

이래서 공무원들이 더 영혼을 빼 놓을 수밖에 없다. 정신줄을 놓은 게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것은 아닌 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연봉에 걸맞는 짓을 해야 하는데, 서슬 퍼런 마왕은 회의에서조차 자기 말하기만 바쁘다고 한다. 그러니 비위 맞추다 시간 다 간다. 직언은 엄두도 못 낸다. 

▲     © 벼리
언제는 미국산 소를 국민들에게 먹이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던 물질이, 이제는 “먹어 봤어, 안 먹어 봤으면 말을 말어!”라고 외친다. 그리고 이런 웃기는 행실을 고발한 티비 프로그램을 고소했다. 서커스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이 어디 천한 용역 따위와 어울려 공권력을 함께 집행하느냐고 했다가, 이후에 증거가 나오자 망신을 당하고, ‘메일’이라고 말했다가, 그건 ‘편지’의 영어 표현이라고 하고, 포복절도하게도 그게 ‘영어실력’ 나부랭이라고 밝히기도 한다. 이건 패닉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현재진형형이다. 나는 이들의 지겨운 코메디를 더 이상 웃으면서 볼만한 느긋함도 없고, 그렇다고 화를 내자니 너무 어이가 없을 뿐이다. 그러니 이들이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고, 어떤 얄궂은 말을 했든 멀뚱멀뚱할 뿐이다. 믿을 만 하지도 않고, 또 믿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저들이 그렇게 약속했던) 돈도 안 되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저 말 듣고 돈이라도 나왔다면, 아, 그랬다면. 최근 대박을 치고 있는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가사를 인용하자면, 선지자가 가리키는 대로 "물을 찾아 죽을둥 살둥 왔지만, 아무 것도 없잖아"다. 선지자인지 사기꾼인지 그래도 주식 투자하란다. 멀뚱멀뚱할 뿐이다. 

이렇게 4년을 견뎌야 하는가? 멀뚱멀뚱한 채로? 그래서 되겠는가? 사람이 죽어 가는데? 일곱 명이나 죽었는데도 그것을 '자폭 테러'라고 규정하는 이 공무원들. 물론 이들이 전체 공무원들 중의 소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소수가 다수의 '영혼 있는 공무원'들을 억압하고 지도하려고 한다면 사태가 심각한 것이다. 소위 고위 공무원들이 더 이상 누우스를 자기 규정체로 삼지 않는다는 건 곧 짐승들이 인간을 상대로 명령을 내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2009년 봄, 언더월드 코리아에서는 인면수심의 짐승들이 활개친다. 이건, 뭐, 동물원인지 나라인지 구분이 안 된다. -nomadia
수유너머N에서 공부합니다.
 
기사입력: 2009/03/20 [02:5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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