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학교내 휴대폰 소지 금지, 과연 최선인가
[시론] 규제 일변도보다 유기적 대안 마련과 실천이 필요
 
이영일   기사입력  2009/02/05 [09:41]
일본 정부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휴대폰 소지 등교를 금지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우리나라 주요 일간신문에 비중있게 보도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휴대폰이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하는데 직접적 필요성이 없을뿐더러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사이버 이지메 현상과 유해정보 접근으로 인한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 하는데, 휴대폰이 단순한 통화수단의 의미를 넘어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보면 이같은 일본의 소위 ‘휴대폰 금지령’을 그냥 남의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쏟아지는 휴대폰 성인 컨텐츠와 무분별한 유해정보의 홍수, 허술한 성인 인증 시스템 문제등으로 청소년들이 유해매체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되어 왔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2008년 10월에는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자파 노출실태 및 건강영향 조사’ 를 통해 초등학생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수업중에도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데 몰두해 있고 키득거리거나 벨소리 울림에 이어폰으로 가요듣기등은 적지 않은 교사들이 호소하는 정상적 수업 저해 요인임이 분명하다. 휴대폰으로 친구들을 폭행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유포하거나 특정 학생을 왕따시키며 문자메세지로 욕설과 위협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우리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실제 현상이다. 일부 신문 사설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도 초중학교 휴대폰 소지 등교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실제 일선 학교에서도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도록 한 학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일본처럼 우리가 초중학교까지 강제적인 휴대폰 소지 금지령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해선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청소년을 유해매체와 사이버 이지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이미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치를 확대하는 양상인데 비해, 우리 논의의 중심은 수업중 휴대폰 사용이 면학분위기를 저해하는 문제아들의 일탈 행위이고 교권이 침해당하는 일이기에 강제적으로 휴대폰 소지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접근방식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일본의 고등학교 경우 전체 80% 가량이 휴대전화 등교를 허용하고 있고 대신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대부분의 학교가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규정을 일방적으로 교칙에 두고 있으면서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이를 자제하도록 효율적인 설득이나 공감대 형성도 못하고 문제가 심각하다고만 이야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어렸을때부터 엄격하게 훈육하는 교육문화로 인해 수업중 휴대폰 사용 금지에 대해 교사나 학생 모두 공감대로 형성되어 있는 일본 학교 분위기와, 학생의 의견과 입장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규제 일변도인 우리 일선 학교 분위기의 차이에서 역설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8년 10월에 발표한 학교내 휴대폰 소지 자체 금지의 인권침해 결정은 바로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 반영 미비를 지적한 반증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과 우리의 사회구조와 교육환경, 청소년보호 의식 편차와 시스템등이 상이한 현상에서 무조건 일본을 따라 규제 정책을 모방하고자 하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날로 증가하는 납치등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위치추적 서비스 기능의 휴대폰을 집에 두고 등교하라고 강제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안은 곧 가정의 인성교육, 휴대폰 기업의 청소년보호 의무 법적 강화, 등교시 휴대폰 수거하고 하교시 찾아가는 제도 정착, 교내 공중전화 확대, 유비쿼터스 사회에 걸맞는 올바른 모바일 교육 강화등의 상호 유기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여건과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우리 학생들은 스스로 휴대폰 벨소리를 사랑과 존경이 넘치는 웃음소리로 바꿀 능력이 있다.
 
학교가 그럴 기회도 마련해 주지 않았으면서, 학교와 사회가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으면서 휴대폰 문제의 원인이 학생들인양 휴대폰을 학생들로부터 빼앗는 방법부터 강구하고 휴대폰 소지 금지가 인권침해라는 청소년의 호소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도 모두 무시한다면 이 사회는 정말 휴대폰만도 못한 소통의 고장난 사회라 해도 그리 과한 지적은 아니지 않을까.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기자, 동아일보e포터 활동을 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을 출간했고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2/05 [09:4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