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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멍청하거나 독자를 속이거나
정부의 부동산대책 보도 갈팡질팡, 일관된 보도없어
 
황진태   기사입력  2003/09/21 [23:13]

중견(中犬) 희극배우 한경의 부동산 페르소나를 벗긴다.

고대 그리스 비극을 연기하던 배우들은 페르소나(persona)라 불리우는 가면을 쓰고 연기했다. 페르소나(persona)에서 파생된 ‘person’은 인격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것은 아닐진 데 대한민국 유력 경제일간지 한국경제신문(한경)에서 비극 대신에 희극으로 장르만 살짝 바꿔 가면을 쓰고 매일매일 독자를 상대로 연기를 하신단다. 한경의 희극은 집 한 채 장만하는 게 지상 과제인 이 나라 서민독자를 상대로 등쳐먹는 도덕성이 거세된 상업주의가 시놉시스다. 정신분열증이 아닌 이상. 어떻게 정반대의 인격이 한 가면의 표면에서 충돌할 수 있는 걸까? 혹시 필자가 마땅히 연기대상을 줘야 할 한경의 연기력을 못 알아 본건 아닐까? 글쎄다. 연기경력(창간)이 30년이 넘은 강아지중의 강아지, 중견(中犬) 희극배우 한경은 돈 밝히는 신인배우보다야 사회에서 선도적 역할이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보는데. 특히, 신인배우 장나라 씨는 벌써부터 사회환원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한국의 허약한 보수정치진영도 안타깝지만 이들 보수를 즐겁게 해주는 중견 희극배우 한경의 인격에 퍽이나 의심스러울 수밖에.

강남은 강남이다. 한경은 한경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5일자 데스크칼럼 / 이동우 사회부장‘강남은 강남이다’     ©한국경제신문홈페이지
9월 15일자 한국경제신문 이동우 사회부장이 ‘한경 데스크’ 칼럼에 ‘강남은 강남이다’는 도발적인 칼럼을 썼다. 이부장의 칼럼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지?’ ‘그래 역시 정부가 문제야!’라며 감탄사가 나왔다. 잠시 필자가 그간 한경의 희극연기에 대해서 매료되어 치적을 망각했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시대 비극무대의 배우와 관객처럼 말이다.

고대그리스 비극은 다른 매체가 없었던 당시에 직접 배우와 관객이 만나 파토스에 찌들어 눈물샘을 짜며, 같은 박동의 호흡을 나누면서 극이 전개되었다. 그런데 페르소나를 쓰고 있는 한경이 필자를 그만 그들의 연기에 홀딱 빠진 게 한 것이다. 필자의 순진함인가? 이는 대체적으로 한경 독자들이 받는 순진함이라고 봐야겠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경에 대한 비판의 맹점으로 형성된 원인이겠다. 다행히도 9월 18일 한경을 접하고서는 그들의 연극에서 사흘 만에 빠져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서두가 길다. 그럼 이부장의 칼럼과 한경의 부동산 페르소나를 벗겨보자.   

[관련기사] 황진태, 조선 흉내내면서 기고만장한 한국경제신문, 대자보(2003.09.15)

정부가 얼마 전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서 내려놓은 정책에 대해서 “추가대책은 없다. 이것으로도 꽤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단정도 우습지만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잘 아는 이부장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짚어내고 있다. 

“정부는 입버릇처럼 ‘투기세력 엄단’을 외쳐대지만 실상은 부동산 투자열기를 경기부양의 핵심 수단으로 써왔다.”

언뜻 맞는 말 같지만. 근데 한경은 그 동안 입버릇처럼 ‘정부는 위선적인 정책가면을 벗어 던져라’고 외쳐대지만 실상은 부동산 투자열기를 한경 부양의 핵심수단으로 써왔지 않은가?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그 동안 거의 매일매일을 “욕심 낼만한 이유! XXX시티” “소문 들어 보셨어요? 마당 넓은 아파트 XXX힐” “강남 중의 강남, 눈에 보이는 투자가치가 있는 곳은 강남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등등. 철판으로 된 페르소나를 쓰고서 당당히 부동산 광고로 도배하며 광고료를 챙기고서는 이제 와서야 부동산 열기에 불을 당긴 자신의 행위는 망각하시니 과연 동물이 맞긴 맞나 보다.

이부장이 첫째 이유를 언급하며 뒤이어 김대중 정권 당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아파트 미등기 전매를 눈감아준 것은 정치적인 행위라며 비판한 것은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한경은 필자가 앞에서 말했듯이 부동산 열기를 가열차게 하는 데 그간 일조를 했으며, 앞으로 한 지면을 통째로 부동산 광고를 내는 복덕방 장사를 때려 치거나 광고빈도를 대폭 줄이지 않는 다면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의 정치적 행태를 그대로 노무현 정권으로 가져와서 “때문에 내년 봄 총선 전까지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정부가 다시 부동산 경기 진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고약한 심보는 제발 버려라. 새삼스레 경기파동을 설명한 것도 우습지만 경제라는 게 쇠퇴가 있으면 부흥이 있는 법이거늘 케인즈를 너무 좋아한 건가? (한경의 그간 논조는 신자유주의 였던데?) 노무현 정부가 경기 진작책을 내놓은 게 단지 총선이란 정치적 이유 때문인가? 그렇다면 한경의 쓴소리대로 한다면 경기가 과열되던 냉각되던 간에 정부는 강 건너 불 보듯이 가만히 있으란 소린가? 누구 좋으라고? 부동산 열기가 가열되면 부동산 광고료 높아지고, 광고 건수 늘어나는 한경만 좋으라고? 명색이 경제신문사가 그러한 의도라면 한경은 한경이 아니다! 그냥 한복이지. 한국복덕방신문.

자아 정체감이 덜 형성된 오춘기 청소년 한경.

“정부는 강남 대체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판교신도시에 사교육(학원)단지를 만들고 특목고를 배치하고 대형아파트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혹해서 강남에서 판교로 가거나 강남으로 갈 사람들이 판교로 가리라고 기대한다면 정책을 내놓은 관료들이 멍청하거나 알면서도 다시 국민을 속이는 것일 게다.”(9월 15일 한경 데스크 이동우 칼럼)      

“판교에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이 곳의 개발계획을 일부 변경, 중,대형 평형 아파트 가구를 늘리고 학원단지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9월 18일 1면 톱)

불과 사흘 만에 이렇게 왔다 갔다 질풍노도를 보여 줄 수 있을까? 사춘기 아니 한경이 창간 된지 30년이 넘었으니 ‘오춘기’로 보아야 겠다. 이 때늦은 오춘기 청소년 한경은 분명 9월 15일에는 학원단지를 만들고, 특목고를 만든다고 판교로 사람이 몰리겠냐고 회의적이었던 반면에 사흘 후에 18일자에서는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한다. 투기바람이 왜 부나? 수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기서 정책을 내놓는 관료들이 최소한 멍청한 것도 아님이 증명되고(맹물정책을 내놓는 정부를 옹호하고 싶지도 않지만) 정작 이동우 부장 말처럼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한경이 속은 게 아니던가? 국민들은 영악해서 “가격도 묻지 않고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라지 않은가? 최소한 한경에서는 ‘예측을 잘못했습니다.’라는 조그만 사고라도 실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데스크에 실린 칼럼이 아닌가? 순수한 사춘기 청소년들은 실수를 하면 최소한 “잘못했습니다.” 정도는 말할 줄 알던데 오춘기 청소년 한경은 좀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없으니. 한국언론은 왜 반성을 모를까?

한경부터 위선적인 가면을 벗어야.

이동우 사회부장에게 바란다. 먼저 신문사 내에서 최소한의 입은 맞추고 신문을 팔아라. 정부의 9.5대책에 대해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잘아는 이들은 “아니다”라고 단언’했지만, 사흘 후에 1면 톱으로 내놓은 기사에서 “서울 강남의 주택 수요를 흡수,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줄 것이라는 당초기대”의 그 기대감은 도대체 누구의 기대감인가? 그 기대감에 대해서 불과 사흘 전에 “아니다”라고 단언했으면서 말이다.

이 부장은 칼럼의 마무리를 “정부는 강남부동산시장을 당장 잠재우겠다는 식의 위선적인 정책가면을 벗어 던지고 시장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서 현실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고 엄중히 꾸짖는다. 나도 비판해봐서 알지만 비판은 쉽다. 대신 대안이 어렵지. 한경이 그간 부동산 열기를 지펴온 짓은 생각 못하고 주제넘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생리를 한경 이상으로 처절하게 직시하고 있다. 당장 강남부동산시장을 잠재우겠다는 식의 위선적인 게 아니라 그만큼 부동산 정책이란 게 복잡하고 미묘한 사안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근데 꼭 ‘위선’이라는 단어마저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도 경제신문이라면 대안을 제시해야지 이 정도의 정부 씹는 일은 기존 일간지에서 잘 하는 도맡아 하던데.. 이글의 첫머리에서도 말했었지만 한경부터 위선적인 가면을 어서 벗어 오춘기의 혼돈과 방황을 끝내고 성숙된 한국 경제의 선도지로 한국경제신문이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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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1 [23: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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