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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지형도] 이두헌 Imagine
 
기타기순   기사입력  2002/03/05 [17:00]


2001년 2월 발매된 [Imagine]앨범은 실로 오랜만에 나온 국내 대중음악의 문제작이다. 막가파식 언더그라운드 록 담론과 제도권의 풍선껌 사운드들이 난무하는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여전히 진지한 음악의지가 유효함을 입증하는 이 앨범은, 섵부른 장르적 맥락을 거부한 체 이두헌이라는 노숙한 음악가의 깊이 있는 음악적 정체성을 매우 정교하게 구성한 걸작이다.

  그 옛날 <다섯손가락>의 앨범들에 나타난 감성이 한층 깊이와 결을 더한 「10년 동안」, 「비오는 날」,「마중, 그리고 배웅」같은 무채색의 슬로 곡들, ‘음악연출가’로써 진정된 역량을 과시한 「High all over」,「선택」,「그녀가 떠난 후」등 세션 보컬리스트를 기용한 트랙들, 노련한 기타리스트로써의 기량을 발휘한 「Letter from loss」,「Jumpin with Joe」등의 인스트루멘탈을 포함한 총 12곡을 포진시키고 있는 [Imagine] 앨범은 한 대수와 같은 ‘천재’들이 국내 대중음악계에 남긴 기적적인 작품들과 달리, 대중음악의 내용과 형식이라는 진지전에서 돌아온 한 진보적 음악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음악적 화두이다. 특히 <유익종>이 참가한 「선택」은 70년대 국내 대중음악계의 어수선한 서구의 장르적 오마쥬의 호들갑을 조소하고 있으며, 80년대 마이너 발라드를 집대성하는 소위 ‘국내가요’라 불리는 음악장르의 결정판이다.

  언제나 ‘재즈 맨’으로 비춰지면서 산뜻한 뉴에이지를 연주하는 <김광민>이나, 가벼운 퓨전 어프로치에 안착한 듯한 <정원영>, 훵크를 말하면서 과격한 에너지만이 녹아있는 블루지한 록만을 반복하는 <한상원>같은 이들과 달리 이두헌은 「Imagine」앨범에서 진지하게 비밥을 연주하거나 굵은 사운드의 훵크 인스트루멘탈곡을 세련된 브라스의 지원사격으로 박력있게 연주했으며, <맨하탄 재즈퀸텟>의 <스티브 갯>에게나 들을 수 있었던 삼바리듬의 향연아래 한결 진중한 퓨전을 선보였다.  

「Imagine」앨범이 지금 이 시점 문제작인 것은, 비로소 음악의 형식과 내용의 문제를 균형있게 성찰하는, 음악적 진정성을 육중하게 선적하고 대중음악의 탐사작업에 나선 유일한 음악작가의 출사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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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기타기순의 대중음악지형도] 작가주의 음악감독 이두헌 - 인터뷰1
[기타기순의 대중음악지형도] 작가주의 음악감독 이두헌 - 인터뷰2


* 본 글은 대자보 59호(2001.5.16)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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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05 [17: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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