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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 '강부자'만을 위한 대한민국 되나
[논단] 종부세 폐지가 가져올 폐해들, 이제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8/09/25 [10:34]
종부세가 태어난 지 불과 3년만에 짧은 생을 마감할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세금폭탄'혹은 '징벌적 과세'라는 누명을 쓰고 지내온 것만도 억울한데 이제는 아예 역사의 한켠으로 퇴장할 상황이 된 것이다.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가 가져올 부작용은 참으로 많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 세 가지만 소개할까 한다. 
 
첫째,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공고히 만든다
 

대한민국의 고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문제임은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가깝게는 자산양극화, 근로의욕 저하, 소비위축 등의 부작용을 수반하고 멀게는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방법은 전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부동산 문제는 무엇보다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에서 생긴다. 만약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사적으로 전유할 수 없다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동산을 투기목적으로 과다하게 보유하지 않을 것이다.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최적의 정책수단이 바로 보유세(그중에서도 토지보유세)이다. 종부세는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된 보유세인 것이다.
 
부동산 문제가 보유세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유세 없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며 수다한 부작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공급정책이나 주거복지정책, 미시적 금융정책 등도 보유세와 함께 집행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역대 정권들도 보유세가 부동산 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장치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보유세를 현실화시키려고 시도했다가 기득권층의 반발로 그만두곤 했다. 종부세라는 이름으로 보유세가 안착된 것은 참여정부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간난신고 끝에 겨우 정착시킨 종부세를 MB정부는 너무나 쉽게 백지화하려고 하고 있다. 기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 가운데 보유세 현실화 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도 달리 찾기 어렵다. 단 전제조건이 있는데 보유세가 정권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장기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MB정부는 참여정부가 헌법 보다 바꾸기 어려운 법이라며 만든 종부세법을 사실상 폐지함으로써 보유세가 장기지속될 수 없음을 시장참여자들이 확신케 만들었다.
 
향후 대외 경제여건과 거시지표들이 좋아져 지금은 위축된 부동산 투기 심리가 다시 살아난다고 가정할 때 MB정부는 어떤 정책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것인지 정녕 궁금하다. 그때도 공급을 늘리면 된다고 말할 셈인지? 이론상 투기적 가수요는 순식간에 무한대로 팽창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을 통해 이를 진정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들 시장참여자들이 이를 신뢰할까? 오히려 시장참여자들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언제라도 다시 정부가 보유세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MB정부는 종부세를 사실상 없앰으로써 실마리를 찾아가던 부동산 문제를 미궁속으로 밀어넣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MB정부는 국민들에게 부동산 불패신화를 학습시킨 교사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다. 가뜩이나 단단한 부동산 불패신화는 이제 철옹성으로 변할 것이다.
 
둘째, 조세정의의 근간을 허문다
 
조세정의를 어떤 기준으로 규정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시장경제 아래서 노력소득에 감세하고 불로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불로소득은 가장 악성의 불로소득이다. 기여 및 폐단의 정도, 불로소득을 얻을 기회의 균등성, 무책손실의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부동산 불로소득이 다른 불로소득에 비해 가장 악성임이 분명하다.
 
종부세(보유세)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었다. MB정부는 이를 형해화시킴으로써 조세정의의 근간을 완전히 허물었다. 선의의 피해자 운운하지만 종부세 무력화는 국가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하고 부동산 투기를 권장하겠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감면하면서 국민들의 노력소득에 과세하겠다는 용감한 말을 어떻게 감히 할 수있는지 모르겠다. 고작 이런 것이 MB정부가 표방하는 선진화인가?
 
셋째, 강부자만을 위한 대한민국이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국민통합에 힘을 써야 한다. 그러나 MB정부는 출범 초부터 내각 및 청와대 인사 등을 통해 강부자(강남 땅부자)정권이라는 비판을 받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대한민국 2%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청와대와 당정은 종부세 폐지를 잘못된 조세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83%에 달하는 것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국민들은 종부세 폐지가 강부자만을 위한 것임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함에 따라 발생할 세수 부족분 2조 2천억원을 재산세 인상을 통해 보전한다는 발표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주춤한 상태이다. 설령 재산세를 인상해 종부세 감세로 인한 세수부족분을 메꾸지 않는다 해도 다른 명목의 목적세를 신설해 이를 충당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 자명하다. 한 마디로 중산층과 서민들이 대한민국 2% 부자들을 위해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대한민국 2%의 부동산 부자들이 불우이웃이 됐는지 모르겠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는 자산양극화에 기인한 바가 컸고 그 중에서도 부동산 소유의 편중에 연유한 바 컸다. 종부세는 이런 부동산 소유 편중도를 교정하는 데도 일조를 하고 있었는데 MB정부가 종부세를 폐지함으로써 부동산 소유의 양극화 더 나아가 자산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이처럼 종부세 폐지는 MB정부가 강부자만을 위한 정부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상징적 사건이다.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종부세의 사실상 폐지는 대한민국을 과거의 부동산 투기 공화국으로 회귀시키고 부동산 특권층을 위한 나라로 재편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종부세 폐지에 골몰하고 있는 MB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찌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희망은 정녕 어디에 있단 말인가?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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