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대안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종부세, '강부자' 내각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시론]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 보다 국민여론 따라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8/08/25 [18:44]
신도시 추가건설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8.21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주로 건설사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8.21대책에 종부세 및 미시적 금융대책(LTV 및 DTI규제)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다행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비록 이번 대책에 주택신축판매업자(시행사)가 건축해 소유한 미분양주택에 대해 종부세 비과세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시공사가 주택신축판매업자로부터 대물변제로 받은 미분양주택에 대해서도 5년간 종부세를 비과세하며, 주택건설사업자(시공사)가 주택건설 목적으로 취득해 보유하는 토지에 대해서도 종부세를 비과세하기로 하는 등의 건설업체에 대한 종부세 완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비수도권지역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세금혜택요건을 크게 완화한 대목이 있지만 말이다.
 
확실히 8.21대책에 종부세 및 미시적 금융대책, 특히 종부세 무력화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건 예상밖이었다.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에서는 주택분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세대별합산과세방식을 인별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강력히 추진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모양새는 아니었기 때문에 8.21대책에 사실상 종부세를 폐지하다시피 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종부세 개악이 가져올 정치적, 경제적 후폭풍을 뒤늦게나마 인식해서 8.21대책에 종부세 개악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천만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과중한 부동산 세제의 개선을 계속 얘기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종부세법 개악을 단념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만약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믿는 구석(?)이 있다면 그건 헌법재판소일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가 MB와 한나라당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인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오는 9월18일 열릴 예정이다.
 
지난 2005년 말 과세기준이 되는 부동산 금액을 공시가격 기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과세 방법을 개인별 합산에서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강남 주민들이 종부세 취소 소송을 내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가 법원이 “종부세는 사유재산권 자체를 부인하거나 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기각하자 청구인들이 이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는데 이 사건의 변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헌재에서 다루어질 종부세법의 쟁점은 종부세 부과가 재산권ㆍ생존권ㆍ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와 국세로서의 종부세가 지방재정 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라고 한다. 또한 종부세 부과가 미(未)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또는 소급과세에 해당하는지,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예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등도 쟁점이라 한다. 사실상 종부세의 거의 전 부문에 대해 위헌성을 다투는 셈이다.
 
한편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해 행정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는데 이 사건 역시 하반기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쯤되면 종부세의 운명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미 한나라당은 앞장서서 종부세를 없애려고 시도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당한 바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으로서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의 일부분(예컨대 세대별 합산과세방식)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준다면 정치적 부담 없이 종부세법을 개악할 정당한 명분을 얻게 된다. 혹시 8.21대책에 종부세법 개악안이 포함되지 않은 건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상당한 자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종부세의 수명은 여론에 달려

 
돌이켜 보면 종부세만큼 험난한 길을 걸어온 세금도 드물다. 태어날 때부터 '세금폭탄' 혹은 '징벌적 과세'라는 뭇매를 맞았던 종부세는 종부세에 적대적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백척간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청와대, 재정부, 한나라당, 조중동 등에 에워싸인 채 난타당하고 있는 종부세가 내년까지 존속할 수 있을까? 국민여론이 종부세의 수명을 결정할 것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8/08/25 [18:4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