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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강력한 국어 진흥정책 펼 때다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영어만 중시하는 정책펴면 역사의 죄인된다
 
이대로   기사입력  2008/07/11 [12:20]
지금 우리 역사상 가장 우리말과 글자가 나라 안팎에서 빛나고 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우리말은 있으나 우리 글자가 없어 중국의 한자를 빌려서 썼다. 그래서 그때 우리 조상은 입으로 하는 말은 우리말을 하고, 눈으로 보는 글은 중국 한문이었다. 한문은 중국말을 적은 글이다. 그래서 몹시 불편했다. 그때 우리의 한아비(조상)들은 그 불편함을 덜려고 애썼다. 중국 한자를 빌려서라도 우리식 글을 적으려고 한 이두식 글쓰기가 그것이다. 이 글쓰기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두식 글도 배우고 쓰기 힘든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적기 가장 좋은 우리 글자, 훈민정음을 만드셨다. 이 일은 문자생활 개혁이었고, 문자혁명이었으며, 우리 자주문화가 꽃필 큰 빛이었다. 그때 만든 글자를 오늘날 한글이라고 하는데 이 글자는 세계 어느 글자와 견주어도 가장 잘난 글자여서 사람이 아닌 신이 만든 글자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우리보다 힘센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은 자기 글자로 셈틀에 글을 바로 쓰지 못하고 영문 로마자를 빌려서 글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 로마자가 아닌 획수를 외워 쓰는 식으로도 쓰지만 많은 훈련이 필요해 대중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보다 정보통신 경쟁에서 불리하다. 오늘날 우리가 정보통신 강국이 된 것은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이 있어서이다. 일본도 한자를 쓰다가 ‘가나’란 자기 글자를 만들어 쓴 것도 문자 개혁이고, 중국이 뒤늦게 배우고 쓰기 힘든 옛 한자를 버리고 ‘간체자’를 만들어 쓴 것도 문자 개혁이다. 그런데 그들의 문자 개혁보다 우리가 ‘한글’을 만들고 쓰는 것은 문자혁명이고 기적과 같다.
 
이렇게 훌륭한 글자를 조선 500년 동안 쓰지 않았고, 좋은 우리 말글살이를 외면하다가 일제에 나라까지 먹혀서 일제 강점기엔 한글이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하늘은 우리를 위해 한글과 우리말을 살려주었고, 오늘날 우리말을 우리 한글로 적는 아주 편리한 말글살이를 하고 있다. 이 말글살이는 지난 1500년 동안 우리 조상이 간절히 바라던 꿈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세계 역사에 찬란하게 빛날 우리 자주문화를 꽃필 수 있는 때가 왔다.
 
그런데 그 겨레의 꿈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때에 얼빠진 정치인, 기업인, 학자들이 영어 숭배에 앞장서서 이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이 강력한 나라로서 세계를 이끌고 있다고 미국사람이 쓰는 영어를 제 나라 말보다 더 우러러 받들고 섬기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배 속에 있을 때는 중국 한문을, 일제 강점기엔 일본말을 섬기며 출세하고 잘 살던 못된 사대주의 근성이 이어진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이끌고 우리도 그 그늘 속에 살고 있으니 그들이 쓰는 말을 배우고 잘하면 좋다. 그러나 제 말은 헌신짝 보듯이 하면서 그 미국말을 더 섬기면 안 된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 10위 권 경제 강국이 되었고, 세계 어떤 나라보다 민주주의를 빨리 꽃폈다고 말한다. 그게 영어 때문이 아니다.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말글살이 덕이다. 누구나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말글살이가 국민 수준을 높여주었고 그 바탕에서 우리가 이렇게 빨리 일어선 것이다.
 
그런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에 더 영어 숭배 정책을 펴는 바람에 우리말은 바람 앞에 등불 꼴이 되었다. 거기다가 이명박 정권은 영어 나라로 만들 기세다. 미국이 사 먹으라면 병든 소도 좋다고 하고, 미국이 좋으니 미국말을 더욱 섬겨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의 앞이 캄캄해서 촛불을 들고 거리고 나와 “미친 소고기도 먹기 싫고, 미친 교육 정책도 안 된다.”고 국민이 외치고 있다.
 
영어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지난날 잘못된 중, 고교 교재와 교육 방법과 교육 환경부터 개선하고 철저하게 가르쳐라. 그렇지 않고는 유치원이 아니라 뱃속부터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 얼마나 교육관료들이 엉터리면 지방자치 단체까지 나서서 영어 마을을 만들고 영어 공부를 시킨다고 나선단 말인가. 지금 지나치게 영어 공부에 매달려서 교육 낭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영어 공부는 영어 공부대로 잘하더라도, 강력한 우리 국어 진흥 정책을 세우고, 힘있는 국어정책 기관과 기구를 만들어 우리말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제대로 된 국어 정책도 없고, 정책 수행 기관도 없다. 문광부에 국어민족문화과에 국어정책을 맡은 사람은 사무관 한 사람이다. 그리고 시행 기관을 연구기관인 국립국어연구원을 국립국어원으로 이름만 바꾸어 일하고 있으나 학자와 연구원들이라 행정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국토와 국민과 국어는 국가 구성의 3대 요소로서, 지키고 빛내는 일은 그 어느 일보다 더 중대한 일이다. 남의 나라 국토와 국민과 국어를 더 사랑하고 받들어선 안 된다. 그런데 지금 그 꼴이다. 대통령과 문광부장관은 빨리 잘못된 영어 숭배 풍조와 국어 멸시 분위기를 쓸어내고, 우리 국어에 힘을 실어줄 정책을 펴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건의한다. 이런 국민의 목소리를 못 들은체하고, 계속 남의 나라 말만 더 중요시하는 정책을 펴면 겨레말을 짓밟고 죽인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방법과 길을 모르면 국민에게 물어보라.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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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11 [12: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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