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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주의와 대학서열이 공교육을 죽인다
사교육비 경감은 입시위주 교육의 타파에서 시작
 
황선주   기사입력  2003/08/28 [08:00]

▲사진설명: 한 학원의 강의모습 / 우리나라에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늘어만가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2분기 도시 근로자의 사교육비가 1년 전에 비해 42.2%나 늘어났다고 한다. 사교육비가 세계 최고인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놀랄 일이 아니지만 정부적 차원의 근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의 공교육이 폐허가 될 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시점에 서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교육 열풍은 뿌리깊은 학벌주의 탓이기도 하지만 최근 사교육비경감대책위원회(이하 사교육 경감위)가 내놓은 안에서 보듯 교육부의 안이한 현실인식에도 그 책임이 크다.

얼마 전 교육부 산하 사교육 경감위에서 학교 교실을 학원에다 임대하여 학원강사가 특기적성을 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여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러한 대책이 나온 것은, 사교육 열풍을 학교 담장 안으로 불러들이면 사교육이 사그라질 것이란 생각에서 나온 순진한 발상인 듯 하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사교육을 공교육 현장에 혼재시켜 공교육과 사교육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공교육의 터전을 사교육에 내줄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오히려 단기적인 사교육비 경감 방안으로 적합한 것은 학원이나 사설학원에서의 선행학습 금지일 것이다. 사설학원 등에서 행해지는 선행학습을 방관하다가 보니 끝없는 사교육 경쟁이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줄인다면서 사교육을 공교육 터전으로 불러들일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설학원의 기능과 공교육 기능의 본질을 구분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말로만 사교육경감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분명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능모의 고사 중인 고3 수험생들 /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할 뿐이다.

사교육비의 부담이 이토록 증가하는 근본 이유는 학벌주의로 인해 서열화된 대학이 생긴 탓이다.

그러기에 장기적으로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학벌로 인한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래야 일류대학을 나와야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범정부 차원의 임금격차 해소 방안이 세워져야 하고 학벌이나 배경에 의해 출세하는 풍토를 개선하려는 혁명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누구라도 뛰어난 특기나 기능만 있으면 취업이 보장되는 사회 전반적인 제도적 차원의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학생들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야 대학에 갈 수 있는 현 일반계 위주의 입시위주교육을 타파하여 특성화고교에서는 관련대학으로만 진학할 수 있는 구조로 대입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소한 중등학교에서부터 특성화되는 학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문대나 사회대를 가고 싶은 학생은 일반계 고등학교나 사회특성 고등학교를 나오도록 하고 전자관련대학이나 이공대로 가고 싶은 학생은 공고나 전자고등학교를 나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상경대(商經大)나 취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상업고나 직업학교를 나오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된다면 상과대나 이공대에 진학하려면 상고나 공고에 들어가야 하기에 실업계 고교도 활성화될 수 있고 일반계 고교에서의 입시위주 교육도 완화되는 일거양득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학제는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의 실정에 맞게 연구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처럼 교육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사교육의 암담한 구렁텅이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 질지 모른다. 공교육이 무너지기 전에 범정부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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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28 [08: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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