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여자 복싱 심판, 그 자체가 자랑스럽습니다"
[사람] 여자 복싱 국제심판 1호 신경하 씨, WBCF 심판 위해 23일 출국
 
김철관   기사입력  2008/04/21 [23:06]
“비록 명예직이지만 국제 여자 복싱 심판이라는 그 자체가 자랑스럽습니다.”
 
▲여성 복싱 국제심판인 신경하 씨는 오는 26일 열리 WBCF 라이트급 세계타이틀매치 심판을 보기위해 오는 23일 출국한다.     © 김철관
지난 4월 12일 오후 1시 서울 중랑구 망우3동에 있는 혜원여고 실내체육관 특설링에서 열린 우리나라 우지혜 IFBA 여성복싱 슈퍼페더급(58.97kg) 세계챔피언과 도전자 중국의 황・원시(세계 랭킹 5위) 선수의 타이틀매치의 능숙한 주심을 보는 한국인 여성 국제심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우리나라 여성 복싱 심판 3명 중 1호이자 유일한 국제심판인 신경하(38) 씨다.
 
그는 클린치를 하는 두 선수를 갈라놓은 가하면, 버팅을 하는 선수에게 당당히 주의를 주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또 경기 운영을 잘하기 위해 선수들이 싸우는 쪽으로 밀착해 이쪽저쪽을 관찰하는 모습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평소 봐왔던 남자 심판 못지않은 능숙한 진행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그가 차고 있는 나비넥타이가 유독 돋보였다. 이날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이라는 채점 결과가 나오자 챔피언인 우지혜 선수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에서 심판의 진가를 발휘한 듯했다. 오픈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그를 경기장 주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명예직이지만 권투 국제 심판이라는 것이 보람입니다. 국내외를 합쳐 20여 차례 국제심판으로 세계타이틀 경기 심판을 봤습니다. 물론 국내외 일반 여자 선수 랭킹전도 심판을 보고 있지요."
 
그는 동덕여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닐 때, 대학원에 입학한 심판 선배가 여성 심판과정을 추천해줬다. 그 이후 견습심판을 마치고 2002년 3월부터 정식 심판이 됐다. 그후 2005년 9월 1일 국제 심판이 됐다. 박사과정을 마친 그의 정식 직업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현재 중앙대, 동덕여대 등에서 체육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경기를 본 사람들이 심판을 잘 본다고 격려를 해줄 때 기분이 좋습니다. 어느 땐가 해외 출장 국제 경기에서 주심을 마치고 내려왔는데 공정하게 잘 봤다고 평가해준 사람도 있습니다. 국가위상을 생각해서라도 경기를 잘 운영해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물론 경기 때마다 주심만 보는 것이 아니다. 부심을 보면서도 채점할 때도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6월 평양 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과 미국이 참여한 권투 경기에서 주심을 보기도 했던 인물. 최초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진 그곳에서 남북 여자 선수의 경기 주심을 봤다. 최초로 남북 여자 복싱 선수 경기에서 국제 심판이 된 셈이었다.
 
“이날 여러 경기가 있었는데, 그중 남측과 북측의 여자 선수가 맞붙은 경기에 주심을 맡았습니다. 북한의 한연순 선수와 한국의 한민주 선수가 싸웠습니다. 난타전이 계속됐지요. 결국 한연순 북측 선수가 이겼습니다. 민족끼리의 경기이니 정확히 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한국 선수가 패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요."
 
▲신경하 심판은 복싱 국제경기 20여 차례와 수차례 국내외 랭킹전 등의 심판을 봤다.     © 김철관

신 씨는 평양에서 한국 국가와 최초의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는 역사 현장에 존재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흐뭇했다고 말했다.
 
"경기전 남북 국가가 울려 퍼졌고, 최초로 미국 국가가 울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국기도 계양됐지요. 그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유명 미국 오케스트라가 북한을 방문해 연주를 했는데, 최초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는 잘못된 보도를 보고 오보라고 생각해 씁쓸했습니다.”
 
그는 심판의 도덕적 가치는 공정한 경기 운영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선수와 다른 나라 선수의 경기가 진행될 때, 공정성을 잃고 우리나라 선수를 봐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봐요. 공정성을 잃은 것이지요. 그래서 가끔 편파판정 얘기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봐요.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심판이 신뢰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정직한 경기 운영이야말로 국가위상도 올라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8/04/21 [23:0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