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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극우광풍, 대구시민사랑모임이 잠재워
송영길 의원 의정일기에서 밝혀, 극우단체에 비난 높아
 
김광선   기사입력  2003/08/26 [17:32]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포스터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공식홈페이지
지난 24일 오후 2시50분경 남북이 하나되어 잔치를 벌리고 있는 대구의 하늘아래서 폭력사태가 야기되는 바람에 대구시민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동안 대구 시민들은 북한이 'U대회 참석 불가'를 밝혔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 터라. 이번 북한 기자단과의 불미스러운 일은 대구시민들의 표정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혹시 '일련의 폭력사태로 북한 선수단들이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이 사건으로 인해 남북이 경직돼 교류조차 끊어지는 것은 아닌지', '6자 회담이 있다던데, 이 사건으로 인해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대구시민들은 갖가지 걱정을 하면서 25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 대구시민사랑모임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측에서 '남북청년공동문화행사개최'에 합의해 29일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대구시민들은 순식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히 그 전날까지도 북한측은 U대회를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는데, 하루 사이에 입장을 달리해 이후일정에 참가하고, 더불어 29일 남북 청년공동문화행사까지 개최한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북측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돌변한 것에 대해 대구시민들은 얼떨떨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북측이 하루만에 한발자욱 물러나면서 '남북공동행사'까지 개최한다고 합의한데는 대구사랑모임이 보이지 않게 활동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대구사랑모임(민주당 정동영, 송영길, 임종석 의원, 이강철 대통령 특보, 임수경 씨 등)은 대구에서 자유시민연대 청년연합,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극우시민단체와 북측 기자단과의 마찰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사건은 극우시민단체들이 전시컨벤션센터(EXCO) 앞에서 '김정일 타도하여 북한주민 구출하자'등을 적어 넣은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북측기자단들을 자극을 받았고, 이에 3∼4분간 몸싸움을 벌였다는 소식이었다.

이에 대구사랑모임은 지난 25일 오후 급히 대구로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북측의 전극만 총단장을 만났다고 한다.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의원일기를 통해 "전 단장은 폴리친이라는 독일사람이 이미 북측에 라디오 보내기를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된 바 있고, 인공기가 소각되었던 8.15 대회에 참여한 전력 등이 있는 사람인데 왜 주의를 하지 않았는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는데 당국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는가. 뭔가 알고도 방치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특히 세계인민들이 다 모인 잔치에 동족끼리 비난하는 이런 망나니 짓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송영길 의원의 일기 전문보기]

또 송 의원은 일기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어제 상황에 대해 잘못된 일로 유감을 표시했다"며, "그러나 남측은 우리 대통령도 야당당수가 퇴진운동을 하겠다고 할 정도의 사회이고, 북측과 다른 면이 있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조해녕 조직위원장이 유감표명을 했으니 양해해줄 것을 정동영의원 등이 부탁했다"고 전했다.

대구사랑모임의 한 측근은 "정동영 의원과 이강철 특보가 고생이 많았다"며, "북측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20여분 이상 들어주고 얼래고 달래고 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또 측근은 "북측의 사람들은 임수경 씨와 임종석 의원에 대해 전설적인 인물로 여기고 있다"면서, "특히 임수경 씨와 임종석 의원이 동행해서 대화가 긍정적으로 수월하게 풀릴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남북한 선수들이 같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극우세력들의 시위는 이러한 남북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보여진다     ©대구산업정보대학 사진영상미디어
이날 대구사랑모임은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행사가 중반으로 들어서는 이때 일부 극우단체의 경솔한 행위는 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 진행을 바라는 대구시민들의 간절한 기대를 져 버리는 일이었다"면서 "이미 너무도 많은 아픔을 겪어온 대구시민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일이었고, 남과 북이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에서 어우러지며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고, 그 모습을 축복하던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는 행위였다"고 극우단체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또 대구사랑모임은 호소문을 통해 "최소한의 주인된 자세를 망각하고 경솔하게 행동한 일부 극우단체 회원들에게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구사랑모임과 대구시민들의 간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구/보수 단체들은 분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더욱이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을 비롯해 극우/수구 인터넷 매체 독립신문은 사회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은 지난 25일 자신의 홈피에 올린 사설에서 "개혁 개방을 거부하여 동포 300만 명을 굶겨죽이고도 호화판 독재자 생활을 즐기고 있는 守舊(수구)의 원조 김정일을 추종하는 한총련 등 친북 반역세력을 진보라고 추켜 세워주고 있는 한국의 기자들이 또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여 김정일 편을 들고 대한민국 편을 욕되게 했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인권단체의 선봉에 서 있는 것처럼 역설했다.

특히 그는 "오늘도 기자들은,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장에서 애국시민들의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시위를 방해하기 위하여 시민들을 기습한 북한공작대원들의 폭력 행패를 '항의'니 '충돌'이니 하고 표현했다"고 말하면서, "말로 하는 것이 항의이지 주먹으로 하는 것이 항의인가. 습격을 충돌이라니 그렇다면 6.25도 남침이 아니고 6.25충돌로 쓸까"라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비아냥 거렸다.

또 "말을 정확하게 쓰지 못하면 기자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면서, "국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영향력이 큰 기사를 쓴단 말인가. 연애편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수백만의 독자들이 읽을 기사를 쓴단 말인가. 오늘날 한국의 위기는 국어 교육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는 趙淳(조순)씨 글이 생각난다. 기자들의 가장 큰 타락은 돈을 먹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언어를 버리고 부정확한 언어와 타협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했다.

특히 수구보수의 인터넷매체인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26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8일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어 북한기자들의 시민 폭행 등을 규탄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8일 서해교전 전사자 유가족이 직접 인공기를 태울 것"이라면서, "정부가 막고 있지만 과연 가족을 죽인 적국의 국기를 태우는 것까지 정부가 막을 수 있을 지 두고볼 것"이라고 말해 또 한번의 국가적 망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날 독재정권과 민주화 투쟁당시 몸을 사리고 가만히 있었던 수구 극우세력들은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해 가면서 마치 제 세상 만난 것처럼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까? 또한 수구 보수 단체에게 묻고 싶다. 정말 싸우고자 하는 것을 삼단논법으로 설명해 달라. 무조건 때려잡자 공산당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왜 이땅에서 당신들이 싸워나가는지 알려달라고 묻고 싶다./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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