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대안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서민들은 '디스토피아'를 선택할 것인가?
[논단] 한나라당 압승 이후, 존재를 배반하는 서민들의 의식
 
이태경   기사입력  2008/04/03 [12:40]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 지는 것이 있다. 4.9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란 사실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이변이 없는 한 한나라당이 최소 160석에서 많으면 180석까지 획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부동층이 30~40%에 달해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부동층 대다수가 반한나라당 전선에 합류할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힘센 자들과 부자들을 위한 정부

문제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다. 출범한지 고작 1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매우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건 MB가 지향하는 정책의 방향성이다.

기업 프렌들리로 상징되는 친재벌.반노동 정책 기조 천명, 대결적 대북관으로 인한 남북관계의 급격한 경색, 출총제 및 금산분리 원칙의 대폭 후퇴로 대표되는 시장 규율시스템의 전면적 해체, 대운하로 상징되는 개발연대 식 사고방식, 대입자율화.자립형사립학교의 전면 허용 등이 의미하는 공교육의 위축 등이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방향성이라 할 것이다. 심히 걱정되는 건 이 같은 정책들이 힘센 사람과 많이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커서다.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정책지향성을 감안하면 MB가 세간의 비판여론을 뚫고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자) 및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내각을 구성한 것이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어쩌면 MB는 시장원리와 경쟁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룩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른바 MB노믹스가 현실에서 철저히 관철된다면 대한민국이 1%의 힘센 사람과 많이 가진 사람들만이 살아남는 정글자본주의로 탈바꿈하기 십상이다.

서민들의 집단자살극

이미 발동을 건 MB표 폭주기관차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전혀 없어 보인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MB표 폭주기관차는 더욱 속도를 높일 것이다. 아마 대운하 특별법의 제정이 MB표 폭주기관차가 통과하는 첫 번째 정거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인 건 이명박 정부를 선택하고 다가올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져줄 채비가 되어 있는 유권자들 대부분이 서민이라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사회, 경제적 처지가 더 나빠질 것이 자명해 보이는 그 서민들 말이다.

자신들의 무덤을 스스로 파면서도 자신들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지조차 모르는 일부 서민 유권자들의 행태를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같은 수용소에서 기거하던 동료들이 가스실에서 죽어가고 곧 자신의 차례가 올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만은 가스실에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믿음이 성취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들은 물론 없었다.

한나라당에 맹목적으로 표를 던지는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집단적 심성은 아우슈비츠에서 자신만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MB노믹스 하에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서민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MB와 한나라당을 밀어줘야 경제가 살아나고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마음과 죽음의 수용소에서 죽음이 자신만은 피해갈 것이라고 확신했던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모를 일이다.

총선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후, 행정부와 지방권력에 더해 의회까지 합법적으로 장악한 한나라당이 수구언론 및 재벌과의 신성동맹을 통해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대한민국은 서민들에게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울 것이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건강보험재정이 축소되어 맹장수술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고 나서야 혹은 폭증하는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고 난 후에야 서민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깨달을 수 있을까?

헛된 기대는 배반당하기 일쑤고 현실은 언제나 냉혹하며 그릇된 정치적 선택에는 가혹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유권자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들려주고픈 말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8/04/03 [12:4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