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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이 불타기 전, 국민주권이 먼저 불탔다
숭례문과 국민주권
 
박상준   기사입력  2008/02/16 [15:26]
2008년 2월 10일 밤 8시50분 경에 국보 1호로 지정되어 있던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방화를 저지른 사람은 70살 노인이었다. 그 노인으로 하여금 국보 1호인 문화재에 방화할 수 밖에 없도록 선택을 강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이 중대한 것이라면, 국보 1호 숭례문 소실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노인에게만 전가시킬 수 있겠는가?
 
1997년, 일산동 600 일대에 살던 주민들은 1997년부터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하고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아파트 건설을 추진한다.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분양을 받아 입주할 권리가 있는 조합을 결성한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진입로에 자리를 잡고 있는, 채 노인의 땅을 사야 했다. 현대건설은 조합을 대신해 채 노인과 협상을 한다. 채 노인은 이곳에 대지 220㎡[66.7평](건평 65㎡)인 집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채 노인이 소유한 4억에 이르는 재산에 대략 1억여 원의 보상이 제시되었고, 채 노인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방법으로, 관계기관의 담당공무원에게 수 차례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산동 600일대는 재개발로 인해 2002년에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었다. 2002년~2007년 기준, 일산 일대의 35평 아파트가격이 대략 3~6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즉, 채 노인의 재산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재산권은 국민주권을 근본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본권이다. 이 기본권은 주택밀집 지역 같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 위해서 제한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아파트 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때, 당연히 국민의 한 사람인, 채 노인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도록, 공무행정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기업 또한 맹목적인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국민의 행복추구를 위해 사업을 영위할 때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고 본다.)
 
채 노인의 토지는 공무원의 말 몇 마디에 수용되어버렸고, 평생 동안 선량하게 살았던 채 노인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웃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채 노인은 온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으나, 자신의 재산에 부당한 피해를 받자 점점 그 인자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똥 밭에 구르면, 어느 누구라도 똥이 묻기 마련이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상황에 직면하면 어느 누구라도 아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후로 채 노인은 지속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2003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토지 수용재결을 신청을 한다. 2003년 10월, 채 노인은 패소하면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보상가는 땅값 6745만원(3.3㎡당 242만원)과 건물값 3317만원(3.3㎡당 168만원) 등 모두 1억 62만원으로 결정된다. 현대건설은 금액에 5000만원을 더 얹어 1억 5000여만원을 주기로 하고 채 노인과 건물의 자진철거 이행각서를 받아낸다, 격심한 마음의 변화를 겪은 채 노인은 건물 일부를 철거할 수 없음을 주장하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다가 강제철거 당한다. (국민 한 사람이 공무원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6년 간의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상태라면, 채 노인의 결정이 심신이 심약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국민 배심원제가 도입되었다.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어떠한가?)
 
채 노인에게 어떤 질책을 할 수 있겠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채 노인과 같은 상황에 직면해 이렇게 국민의 기본권(재산권과 존엄 등)을 지켜내기 위해 혼신으로 저항할 수 있겠는가? 채 노인과 같은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무원의 권력 앞에 무릎 끓고 국민의 기본권을 포기할 것인가? 국민 주권을 지닌 주인인 국민이 심부름꾼(봉사자)인 공무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그들의 눈치를 본다면, 국민주권은 이미 죽어버린 것이다.   
 
이번 숭례문 방화사건을 지켜본 전문가가 주요 방송매체에 나와, 채 노인이 문제해결능력이 뒤떨어져, 그 불만으로 숭례문을 방화했다고 지적했으나, 그 지적은 결코 옳지가 않다. 결코 70살 노인의 문제해결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채 노인이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 하나하나를 세세히 파악해 보면,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을 먹는 봉사자로서의 자각이 없이, 국민의 상전으로서 자신의 배만 불리면 된다는 생각만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료 공무원들의 그런 행위를 옆에서 제재하지 않고 방관하는 정의감이 사라져 버린 공무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채 노인이 자신의 기본권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주권을 행사하며 가시밭길을 헤치며 상처 입어갈 때, 국민에게 상처를 가한 국민의 봉사자라 지칭하는 공무원들은 국민의 상처와 아랑곳없이 두 다리 쭉 뻗고 행복한 모습으로 잠들고 있다. 이렇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공무원의 부당한 행정처리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주인인 국민의 삶이 피폐해질 때, 심부름꾼의 삶이 풍요롭다면 이게 이치에 맞는가! )
 
숭례문이 불타기 전에, 이미 부당한 공무행정에 의해 국민주권이 죽어 버린 것이다.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는가!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주권이 훼손되고, 존엄이 훼손될 때, 국보든 보물이든 그 어떤 것도 쓰레기와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인간보다 더 귀한 보물 없고, 인간보다 더 귀한 국보도 없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숭례문의 전소(완전히 불탐)에 애통해 눈물을 흘리던 장면 등 만이 공중파를 타고 방송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숭례문을 국민의 성금으로 복구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자, 아이러니하게도 불만과 반대의 목소리가 급격히 쏟아져 나왔다. 다음의 아고라에서 “숭례문 복구에 성금은 절대 안 된다.”라는 취지의 글에 찬성이 3000여 표. 반대가 30여 표 정도가 나왔다. (즉, 99%가 국민성금 및 세금을 사용한 숭례문 복구를 반대했다. 즉, 숭례문 복구는 국민 의사를 반영하면 불가하다는 것이다.)
 
표본집단 3000여명 정도로 전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만한 신뢰도가 어느 정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70~80%의 신뢰도는 될 것이다. 즉, 국민의 90%가 숭례문 복구를 위한 성금 반대라는 이렇게 극단적인 국민여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언가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이 사회의 중요한 문제점이 있지 않겠는가?
 
공무원의 불공정 및 부당한 공무행정과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 당한 것이 숭례문 화재에 대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70살 노인의 절규 어린 목소리는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깊숙이 묻혀 버렸다. (이와 같은 중대한 문제가 확연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묻혀 버릴 수 있는 사회라면 언론조차도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대체 국보가 무엇이길래, 인간은 저만치 치워놓고 숭례문이라는 물건에만 온갖 관심을 집중시키는가? 인간보다 더 귀한 국보가 있는가? 인간보다 더 귀한 보물이 있겠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면 한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이 파괴되어 상처를 입기까지의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 대체 국보1호가 뭐길래, 거대한 문짝에만 가치를 부여하려 하는가?
 
우선 국보 1호가 무엇인지 한번쯤 살펴보자. 인간은 인간의 가치관에 따라 물건에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즉, 인간의 가치관이 변하면 물건이 지닌 보물이니 국보니 하는 의미도 변하고 가치도 변하기 마름이다. 인간이 존엄하면 그 아래도 귀한 것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국민)이 존엄을 잃어, 국민주권이 죽어버린 사회(인간이 쓰레기가 되어 버린 사회)에 그 무엇이 있어, 귀한 것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는가! 국민주권과 존엄을 상실하여 쓰레기가 되어 버린 인간(국민)이, 인간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는 절대명제 앞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란, 쓰레기보다 못한 것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 주권과 존엄을 상실하여 쓰레기가 되어버린 국민(인간)이 부여한 국보 1호 숭례문은 무엇이겠는가! 인간보다 귀할 수 없는 국보1호 또한 쓰레기보다 못한 것이 되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라! 밤이 되면, 소주 한 병과 빵 한 조각을 넝마 같은 외투 주머니에 쑤셔 넣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와 배고픔을 달래는 노숙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숭례문! 국민(인간)의 존엄이 훼손될수록 인간이 가치를 부여한 국보의 가치는 더욱더 급속히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국보 1호 숭례문을 국보로 오랫동안 보존하기를 희망한다면, 바로 인간의 존엄과 국민주권을 되살려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그 증거를 보고 싶다면, 언제 어느 때나 주위를 둘러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된다. 인간의 존엄이 땅바닥에 처박혀 있는 이 상황에, 어쩌면 숭례문의 화재는 물질(물건) 만능주의가 되어, 가장 귀한 보물이며, 국보인 인간(국민)의 존엄이 상실되어 버린 현실에 강력한 경종을 울려줄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사회에서 국보 1호란 단지 물건에 불과하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소서행장(고니시 유키나와)이 이끄는 군대가 남대문"을 통과했고, 가등청정(가토오 기요마사)이 이끄는 군대는 "동대문"을 통과해 조선 왕이 도망쳐 텅 빈 왕성에 입성했다. 그 후 또 다시 수백 년이 지나 조선은 일본,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의 싸움터가 된다. 한반도의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열강들의 싸움에서 승자는 일본이 되었고, 조선 왕은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잃어버린다. 일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숭례문을 보물 1호, 동대문을 보물 2호로 지정한다. 어떤 의도로 조선총독부(그 당시, 한반도를 통치했던 일본정부)가 숭례문과 동대문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여 보물이라 칭했는지는 본인의 섣부른 판단은 미뤄야 하겠다.
 
이렇게 일본정부에 의해 보물1호로 등록된 숭례문은, 다시 대한민국이 탄생한 후, 국보 1호로 가치를 거듭 인정받는다. (즉, 국보니 보물이니 하는 것은 인간의 가치에 따라 경쟁하는 것이다. 먼 훗날, 더 가치가 있는 것이 생겨나거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경쟁에서 밀려나 국보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이 존엄하다는 가장 중요한 기본 전제가 있어야 한다. 어느 것도 인간보다 귀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이 무너져 인간이 쓰레기취급 받는 사회에서는, 보물이란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보와 보물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국민주권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숭례문 방화 사건에서 우리는 70살의 채 노인의 애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에게 잃어버린 국민 기본권을 되돌려주어, 더불어 사는 사회. 인간 존엄이 숨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번 생겨난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심히 어렵다. 1930년대 전세계가 경제공황을 겪어 미국 등이 세금을 신설할 때, 부자들에게만 걷으려는 시도를 하다가 그들의 반발을 샀다.
 
“왜, 우리만 내냐?”
“그러면, 모두 걷으면 되잖아.”

그러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걷는 게 아니라, 전국민에게 세금을 걷어버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무척 단순하지만 왜곡된 질서를 바꾸는데 참으로 효과적이다. 가난한 자들도 자존심이 있는 인간이라, 모두 똑같이 부담한다면 그다지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겨난 세금은 더욱 더 방대해져 갔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바로 세금과 자원 등이 한 곳으로 집중되어, 특정인이 그걸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 시스템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무원이다.
 
견물생심이라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결국 참지 못하고 집어 먹게 되어 있고, 황진이처럼 매혹적인 여자가 유혹하면, 면벽 참선 수십 년 한 고승도 넘어가게 되어 있다. 하물며,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은 고사하고, 오로지 시험공부(특히 영어공부)에만 몰두하여 발탁된 공무원들이 어찌 탐욕이 유혹하는 손짓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자원의 집중되지 말아야 할 곳에 집중시키고, 자원이 분배되어야 할 곳에 분배되지 않으니, 국민의 자식(자녀)들이 90%가 공무원이 되려고, 봉사정신보다는 영어에 몰입하여 기계인간처럼 무미건조한 인간이 되어가고, 그렇게 공무원이 된 자들의 부패와 부당한 행위가 쌓이고 쌓여, 국민의 90%가 공무원을 불신하는 사회가 되었다.(공무원에게 묻고 싶다. 지금과 같은 무미건조한 삶이 과연 행복한가? 동료들의 부정부패를 묵인하면 근심스럽지는 않는가? 공무원에게 고개 수그리는 국민의 비굴함과 국민의 웃음이 사라진 사회를 바라볼 때, 진정으로 만족스러운가?)
 
따라서, 우선적으로 취할 가장 강력한 공무원 개혁 수단은 공무원 임기를 단기(3~5년)로 줄여, 많은 이들이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접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즉, 국민과 공무원 간의 관계의 괴리현상을 파악하고 자연스런 견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창의적 노동의 극대화를 통해, 나노 시대를 열어, 모든 국민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이리 되면,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꿈과 모험이 있는 우주 개발 시대가 열릴 것이라 본다.)
 
즉, 공무원 체제의 개혁 없이는 존엄과 주권을 상실한 궁민(불쌍한 국민)은 끊임이 없을 것이고, 결국, 그러한 궁민의 눈에 뵈이는 것 중에 귀한 것이 그 무엇이 있겠는가! 숭례문이 불타기 전에, 인간의 존엄과 국민 주권이 불타 사라졌고, 숭례문이 국보로서 불타기 전에 이미 숭례문은 국보로서 가치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국민주권이 무너져 쓰레기가 되어버린 인간보다 더 귀한 국보 없으니, 숭례문이 불탄 자리에 무엇을 복구하며 무엇을 세워야 하는가!
 
 
박상준 : 전 경문전문학교 교수 임용. 전 정보통신기업 비와삼시스템 대표. 한양대학교 전자공학 박사 수료(국내외논문 20여편.특허1 실용신안 1 저서 2편 등), 전 한양대학교 강사. 저서:::SF소설 "우주의 항문 화이트홀"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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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16 [15: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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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타민 2008/02/19 [23:39] 수정 | 삭제
  • 선량한 서민들이 억하심정을 참지 못하고 자기 몸을 불태우는 나라라면
    국보1호가 탄들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부당한, 호소할길 없는 답답함과 절망감으로 자신의 몸을 태운
    태안주민, 또는 노점상인 들을 볼 때 이 나라는 너무나 많은 고통과
    인내를 서민들에게 요구하며 때로 그것은 자신의 몸을 태움으로서 밖에는
    표출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외부로 그 울분을 돌리지 못하고 자신을 태우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그 울분의 대상을 외부로 돌려 국보1호를 태운들,
    국민이 스스로를 불태우는 상황보다 나쁠 것이 뭐 있단 말일까요.
    위험한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숭례문 화재는 스스로 몸을 태우는
    울분에 가득찬 서민들을 대신해 그 화마를 입은 것이고,
    국민이 불타는 것 보다는 국보 1호가 불타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선조 임금이 도성을 버리고 피난길에 나설 때 울분에 찬 민중이
    궁궐을 태운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아쉬움은 아닐 것 입니다.
    숭례문이 불탄 현실은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현실에 억압받는 서민들의
    울분 중 일부가 외부로 돌려진 것이며 그 대부분은 여전히 어려운 사정의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국보 1호가 불탄 현실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