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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신자유주의’ 득세, 어떻게 봐야 할까?
[책동네] ‘강탈에 의한 축적’ 파헤친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황진태
신자유주의를 주제로 한 출간물은 번역물만 하더라도 상당수 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명한 맑시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서의 원제는 신자유주의의 간략한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다. ‘간략한 역사’라는 책제목처럼 기존에 하비의 저서에 비해서 적은 분량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신자유주의 분석에서 간과되고 있는 공간적 함의에 대한 분석은 간략하다고 치부하기에는 중요한 서술이 담겨 있다.
 
하비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를 소개하기 이전에 그의 독특한 ‘착근된 자유주의’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로 익숙한 포디즘을 ‘착근된’ 자유주의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공간적 함의를 강조하기 위해서 ‘착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인데, 더불어 문화, 역사의 각기 다른 환경에서의 각 국가단위의 안정적인 조절체제를 함의 한다.
 
그렇다면 전후 포디즘의 위기, 각 국가에 안정적이게 뿌리 내린 경제체제를 흔드는 탈착근된 체제가 나타났으니 이를 신자유주의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실체란 무엇인가. 
 
▲맑시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 한울, 2007
본서는 신자유주의에서 주장하는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된다. 하비는 신자유주의의 수사로서의 자유는 기업의 활동에 필요한 자유에 한정되어있음을 지적하고, 신자유주의의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을 검토한다. 사실 이러한 이론이 나온 배경에 대한 검토는 이미 국내외 학자들의 제출물과 상당수 포개어진다. 대표적으로 국내에도 최근 출간된 리처드 피트의 <불경한 삼위일체>(2007, 삼인)는 IMF, 세계은행, WTO에 대한 인적구성과 인맥까지 거슬러 가는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다 두드러진 본서의 탁월한 분석은 아무래도 <신제국주의>에서 개념화한 ‘강탈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 즉, 기존의 착근된 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대안경제모델로서 대두된 신자유주의가 실제 성장은 거의 없었으며, 후진국에 대한 부를 강탈하여 선진국 경제의 부를 유지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심부/주변부로 단순히 이분화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의 후발국의 상층계층에서도 권력회복 또는 권력창출을 위해서 신자유주의가 성공적인 침투를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한국, 스웨덴 등의 사례분석으로 연동된다.
 
외국학자의 한국분석에 유별난 관심을 보일 필요는 없겠지만 하비의 한국에 대한 짧은 기술은 국내 독자들에게 곱씹어 볼만한 대목인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
 
“한국 경제의 연이은 회복(부분적으로 IMF의 재구조화에 대한 조언을 무시하고 훨씬 덜 적대적인 노동 상황에 의해 가능했다)은 가장 먼저 월스트리트의 금고로 공물의 흐름을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미국 엘리트 계급 권력을 더욱 집중시켰다. 외국자본이 무례하게도 해외로부터 이른바 ‘벌처 캐피털(vulture capital)'에 의해 작동되는 흡수합병의 방식으로 밀려옴에 따라, 재벌들의 권력은 부서지거나 재구성되었다. 한국 자본이 국가 및 세계시장과의 관계를 변형시키게 되자, 국내 계급 구조는 요동쳤다. 그러나 여러 자료들의 이면에서, 위기를 겪으면서 소득 불평등과 빈곤이 증대했음을 볼 수 있다. 노동운동, 지역사회운동에 대한 일련의 국가 억압에 의해 뒷받침된 (특히 여성들에게 유해한) 노동력의 비정규화와 ‘유연화’의 증대는 국가 내부이든 국가가 없든지 간에, 계급 권력의 축적을 위한 일반적 결과만을 예감할 수 있는 소수 부유층들에게 공격적인 새로운 계급등장의 전조를 제공한다.”(140~141쪽)
  
조금 길게 인용했는데 요컨대 하비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를 분석하면서 현재의 신자유주의의 득세의 이면에는 양극화의 심화로 인하여 상층의 계급권력의 성취를 위한 노력만큼이나 맑스가 내다본 프롤레타리아화는 아니더라도 반세계화 운동 등의 통해서 밑으로부터의 계급구성을 예측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부분을 한 가지만 더 소개하자면 하비는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을 통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 모더니즘(lately modernism) 분석한 바 있는데, 신자유주의가 관철시키는 데 포스트모더니즘의 활용에 대한 해석은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도시의 엘리트 기관들은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라는 유명한 로고를 고안하면서) 문화센터이며 관광지로서 뉴욕의 이미지를 팔기 위해 동원되었다. (중략) 자아, 성, 정체성으로의 자기중심적 천착이 부르주아적 도시문화의 주요 동기가 되었다. 도시의 강력한 문화기관들에 의해 촉진된 예술적 자유와 방종은 결과적으로 문화의 신자유주의화를 유도했다. 쿨하스(Rem Koolhass)의 기억할 만한 문구인 ‘광란의 뉴욕(Delirious New York)'은 민주적 뉴욕에 관한 집단 기억을 지워버렸다.”(68쪽)
 
이는 비단 선진도시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소비문화가 주요 도시 중심지들에 밀어닥쳤고, 불평등이 늘어나면서 (베버리 힐스처럼) 철저히 경호되는 고소득 주거 지역사회, 투기적이고 특혜적인 소비 지구, 음식점과 나이트클럽, 쇼핑몰, 그리고 많은 도시 테마파크 등과 같은 특별한 양상들이 나타났다.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류도시인 상하이에 도착했다. 어디에서나 성적 매력과 미모를 활용하는 젊은 여성,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과장되게 뉴욕, 런던, 파리를 변형하거나 모방하는 (미스월드 선발에서부터 초대형 예술 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제도들을 지닌 사회적 관계의 전환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지위를 위한 적자생존적 투쟁에서 타자의 욕망에 투기”(181쪽)하게 되었다.
 
하비는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의 과도한(?) 대중적 성공에 대해서 못 마땅한 한편으로 <자본의 한계>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본서에서는 보다 명징하게 신자유주의 선전도구로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분석은 결국 <자본의 한계>에 정치경제학적 시선과 조응됨을 발견한다.
 
뉴욕시의 'I ♥ NY'을 모방한 'HI-SEOUL'의 문구로 시작되는 서울시의 청계천사업, 동대문운동장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은 뉴욕 줄리아니 시장의 과감한 신자유주의식 도심재활성화 계획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문화적 코드를 통한 신자유주의 읽기는 국내에서도 중요한 사고의 단초다.
 
데이비드 하비가 지리학자여서인지 몰라도 신자유주의의 공간적 조망은 간략한 역사라는 제목에 비해서 꽤 유용한 렌즈를 건질 수 있다. 하비는 책의 말미에 대안을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결국 독자들에게 던져져야 할 질문이다. 본서의 일독을 권한다.
기사입력: 2008/01/14 [10:3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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