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전지구적 환경오염, 도시시민이 움직인다
[책동네] 환경오염에 맞선 착한도시 그린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7/12/31 [16:27]
기술보다 생활방식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
 
<영남일보>의 정혜진 기자가 그간의 도시, 환경문제와 관련한 취재를 통해서 얻어진 성과를 모아 이번에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2007, 녹색평론)를 펴냈다.
 
먼저 책제목의 ‘착한’ 도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저자에 따르면 “‘착한 도시’라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용어를 쓰는 것은 에너지, 그러니까 온실가스를 줄이는 ‘자세’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저탄소 도시’나 ‘친환경 에너지 도시’처럼 온실가스 배출 감축,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 확대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착한 도시’라는 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시의 품성이다.”(34쪽)
 
이러한 착한도시 개념은 본서를 일관되게 관통한다. 근자에 유행(?)하는 기술을 통해서 환경재앙을 극복한다는 믿음 하에 탄소격리 기술, 바이오 연료 등의 대체에너지를 찬미하는 일각에 대해 비판하면서(기술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와 미국 등지에서 성공한 자동차 함께 쓰기 운동, 꾸리찌바를 통해서 국내에서도 알려진 전철과 버스의 통합시스템, 프랑스의 무인 자전거 대여서비스 등의 성공사례에서 드러난 창의성을 강조하고, “지구를 구하려 나서는 독수리 5형제의 비장함이 없어도 된다”(72쪽)고 말하는 데서 도시민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환경재앙을 피할 수 있는 비책이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영남일보의 정혜진 기자가 그간의 도시, 환경문제와 관련한 취재를 통해서 얻어진 성과를 모아 펴낸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 녹색평론, 2007
저자는 유독 도시를 강조한 연유를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도시가 기인하는 것도 적지 않지만 또한 도시를 통해서 환경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을 집중취재하면서 미국 내의 도시들의 온실효과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소개한 부분이다.
 
“‘단단한’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 해가 되는 행동은 할 수 없다”며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후 자신의 ‘소신’을 꾸준히 지켜왔다. 그러다, 보다 못한 시장들이 나선 것이다. 교토의정서가 발표된 지 보름쯤 지난 2005년 3월 30일, 그렉 니컬스 시애틀(워싱턴 주) 시장은 뜻이 맞는 10명의 다른 시장들과 함께 400여개 도시 시장들에게 교토의정서(미국은 2012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온실가스 배출 7% 감축의무)를 지키자고 나선 것이다. 시장들의 반응은 제안 당사자인 니컬스 자신도 미처 예상치 못할 만큼 대단했다. 같은 해 6월 13일, 미 시장들의 모임에서 기후보호협약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부시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하는 민주당 소속 시장들만 서명한 것이 아니다. 뉴욕 시장, 알링턴 시장 등 공화당 소속 시장들도 상당수다.”(97쪽)
 
국가 스케일에서의 부진한 환경 거버넌스(협치)는 도시 단위로 하향해서 자율적이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시사되는 바는 한국의 지방자치제 있어서 여전히 중앙정부로의 해바라기 사랑과 비자치성이다. 국내 지방도시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중앙정부로부터 사업을 얻으려 하거나, 공장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다. 그런데 본서에서 소개하는 프라이부르크, 포틀랜드 시, 미나마타 시 등은 창의적인 친환경적 시정을 통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켰다. 이는 외국에서만 가능한 이례적인 사실일까. 여기서는 포틀랜드 시만을 간단히 소개해보면.
 
“포틀랜드에서는 스타벅스 커피보다는 로컬 브랜드인 월드컵 커피가 인기고, 월마트보다는 동네 슈퍼마켓이 인기다. 그러나 지역의 것이라고 무조건 선호하는 눈먼 애향심은 아니다. 포틀랜드 시민들이 생각하는 ‘로컬 비즈니스’ 기준은 까다롭다. 거대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면서도 품질이 높은 소규모 비즈니스여야 한다.”(133쪽)
 
지방에서 대형할인매장을 유치하기 위해서 도로를 건설해주는 등(저자의 말을 빌린다면 탄소의 증대)의 구애를 하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커녕 지방소매업을 씨를 말리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본다면 창의적인 시정을 통해서 그 지역의 생태적, 경제적 미래가 조화가 되는 것도 가능함을 볼 때 저자가 현재의 지자체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본서에서는 필자와 같은 범인들에게는 막막하게 보이는 환경재앙에 대한 대응을 도시차원에서 독수리 5형제가 되지 않더라도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해주었다. 무엇보다 정책을 입안하는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일독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도 읽으면서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본서를 쓴 저자 또한 환경재앙을 막기 위한 행동의 하나로 자신의 자가용과 ‘별거’를 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힘들었던 솔직한 내용을 적어놓았는데 이 짤막한 일기를 통해서 환경담론이라는 것이 재차 일상에서의 삶의 방식에 바꿀 수 있음을 실감했다. 독자들도 유쾌하게 하지만 실천적으로 본서의 일독을 부탁드린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2/31 [16:2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