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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부는 한글 열풍, 집권자는 중국을 보라
[논단] 중국 곳곳에 한글 간판, 영어광신 말고 우리 문화 자부심 느껴야
 
이대로   기사입력  2007/12/28 [18:47]
나는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사람이다. 40년 전에 우리 정부와 언론과 학자와 국민이 한글로만 글을 쓸 때 우리말이 살고, 우리 겨레가 일어나고 나라도 빨리 빛난다고 생각하고 한글사랑 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 일에 한 삶을 바쳤다.

내가 한글사랑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5-60년대만 해도 한글은 정부와 학자와 신문과 많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했다.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1962년에 이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아 한글이 우리나라의 글자로서 제 대접을 받고 그 빛이 제대로 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대학생 때인 1967년에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고 국어독립운동을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하고 있다.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만 적을 때에 우리 국어가 독립할 수 있게 되며, 그럴 때 이 나라는 빨리 발전할 것이라고 믿어서 이 한글만 쓰기 운동을 했다. 그래서 이제 한글이 우리나라의 글자로서 제 대접을 받고 빛나고 있다. 온 국민이 한글로 지식과 정보를 빨리 주고받게 되어 나라가 빨리 발전하고 있다. 나 혼자 이 운동을 한 것은 아니고 많은 분들이 함께 애쓰고 국민이 따라주어서 한글세상이 되었다.

내가 이 운동을 시작하던 60년 대 초만 해도 책방에 한글로만 쓴 책이 드물었다. 신문도 한자 뒤범벅이었고, 대학 교재나 전문서적은 말할 거 없이 일본식 한자혼용 문장이었다. 그런데 지금 모든 책이 한글로 되어있고 책방에 한글로 쓴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셈틀과 손전화에서 한글이 빛나고 있다.

내가 바라는 한글세상이 되었다. 참으로 고맙고 기쁘다. 수천 년 동안 메고 있던 한자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되어서다. 지난 수 천 년 동안 중국의 한자만 배우고 썼는데 이제 중국인들이 우리 한글을 배우고 쓰고 있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이제 시작이지만 머지않아 더 많은 중국인이 한글을 알고 쓰게 될 것이며, 중국 땅에 한글간판과 책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난 5천 년은 한자세상이었지만 앞으로 5천 년은 한글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 바람과 뜻으로 중국에서 한글을 만났을 때 가슴 벅차는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한자가 물러간 한국에 미국인이 쓰는 영문이 판치고 있다. 새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까지 우리 말글을 지키고 살릴 걱정보다 영어 섬기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제발 영문으로부터 한글과 한국어가 짓밟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중국에서 만난 한글에 대해 적어본다.

중국 연길시내 한글간판

누가 뭐라고 해도 중국 연변자치주 동포들의 한글사랑과 한글간판은 한국인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한자 나라인 중국 땅에 살면서 조국의 우리보다도 더 우리말과 글자를 잘 지키고 써온 분들이다. 일찍부터 교과서도 우리 한글로만 쓰고 거리 간판도 한글을 위에 먼저 쓰고 그 아래에 중국 글자를 쓰도록 법과 규정을 만들어 잘 지키고 있다.

나는 중국 동포의 그런 모습을 본받아서 우리도 거리 간판에 우리 한글을 쓰게 하는 규정을 만들자는 운동을 했고, 10여 년 전부터 “옥외광고물은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외국 문자를 써야 할 때엔 한글과 외국글자를 함께 쓸 수 있다”는 옥외광고물관리법 표기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공무원도 국민도 지키기 않고 있다. 그래서 온통 영문으로만 쓴 간판이 서울 거리에 넘쳐난다.

중국 연길시에 있는 아래 간판을 보라! 연길 관공서의 현판도 한글이 먼저이고, 거리 간판이 모두 한글이 먼저다.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두만강 다리 위의 한글로 쓴 국경선 알림 글

2년 전에 연길에서 북한 학자들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체육용어통일회의”를 마치고 두만강 국경선에 가 보았을 때 거기 써 논 국경선 표시 한글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중국은 그 다리와 강가에 한글 알림 글을 쓰고 한국 관광객에게 돈을 받고 보여주고 있는데 강 건너 북한은 사람도 보이지 않고 총을 든 보초만 보였다. 멀리 강 건너 언덕 위 고갯길에 목탄차가 올라가지 못하고 연기만 뿜으니 사람들이 밀고 있는 모습 또한 슬프고 한심스러웠다.
 
한국어정보학회 최기호 회장이 “한발만 넘으면 북쪽인데 한 발짝 넘어볼까?”라고 말해서 모두 웃었지만 마음은 아팠다. 두만강 상류로 가니 강물도 조금밖에 흐르지 않고 몇 초면 북쪽 땅으로 갈 수 있는 거리였으나 가지 못했다.

기차 안에서 만난 아이가 입은 옷의 한글
 
한국산 옷으로 보이게 하려는 중국인들의 상술이 기막히지만,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다.
 
지난해 상해에서 영파로 가는 기차를 탔는데 내 앞자리에 앉은 어린이의 옷에 달린 상표가 한글이어서 반가웠다. 한국산 옷인가 했더니 중국인이 한국산으로 보이려고 말도 안 되는 한글 글귀를 쓴 상표를 만들어 달은 것이었다. 중국 옷에도 한글을 쓰면 고급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그런 글을 쓴 거로 보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옆 가게의 한글 간판

우리 국민이 상해임시정부 터에 많이 간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 입구 왼쪽에 있는 아래 가게에 들러서 물건을 샀거나 한글간판을 보았을 것이다. 중국 연변 동포인 유상숙 사장이 오래 전에 문을 연 점포인데 지금은 이 가게가 없어졌다. 연길 동포들이 중국 곳곳으로 퍼져서 사업을 하면서 한글 간판이 여러 곳에 많이 있다. 아래 사진 오른쪽이 유상숙 사장이고 그 옆에 오빠인 유은종 월수대 한국어과 교수다.  
 
장개석 고향 관광지 한글 간판
 
오늘날 중국에 우리 관광객이 많다. 그래서 한글 간판도 많고 간단한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도 많다. 아래 사진은 한 달 전에 중국 절강성에 있는 장개석 고향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한글로 쓴 게 보여 반가웠다. 중국에서는 영어 다음으로 한글과 한국어가 대접을 받고 있다. 
 
내가 만들어 단 중국 월수대학 태권도관 한글 간판
 
나는 올해 중국 절강성 소흥시에 있는 월수외대에 태권도장을 열었다. 한국 문화보급 차원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태권도를 배우게 하려고 만들었다. 중국 땅에 내 손으로 한글간판을 달게 되어 가슴 뿌듯했다.
 
중국 대학생들이 쓴 한글 붓글씨
 
올해 한글날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중국 월수외대에서 한글문화큰잔치를 열었다. 중국 전국의 한국어과 대학생들에게 “한국어 말하기, 한글 붓글씨 쓰기, 한글 경필 쓰기”대회를 열었는데 중국 학생들이 한글 글씨를 잘 썼다. 아래 사진은 그 때 입선한 중국 학생들의 붓글씨를 한국의 국립국어원 최용기 부장과 중국 월수외대 유은종 교수가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다. 중국인들에게 한글로 글씨를 쓰게 하면서 가슴이 뿌듯했고, 그 광경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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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28 [18: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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