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명박발 황당 시리즈, 얼마나 버틸까
[비나리의 초록공명] 경제에 대한 종교적 믿음, 결국 시스템이 문제다
 
우석훈   기사입력  2007/12/20 [11:47]
대선 그 이후...
 
하여간 한국 사람들, 화끈한 건 알아줘야 한다. 이명박, 50% 넘을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던 것 같은데, 가볍게 절반 가까이 갔다.
 
앞으로가 더 문제인데, 다음 방어선이 있을지 모르겠다. 시대의 흐름은 원래 도도한 것인가 보다.
 
이명박 시대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벌써 재경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선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정부 직제 개편안 그림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약간 택도 없어보이는데, 하여간 절반을 넘어 이제는 방어선을 튼튼하게 확보한 사람들이 그리는 그림들이 전개되는 것을 막을 길은 별로 없어보인다.
 
노무현발 황당 시리즈를 5년 경험했는데, 이명박발 황당 시리즈를 또 못 견딜 이유는 없을 것 같아보이기는 한데 얼마나 많은 집단이나 개인들이 이 기간 동안에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진을 짜서 진용을 갖추면 수비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데, 진법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깃발을 들고 진을 지휘하는 지휘부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지휘부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 겨울에서 내년 총선까지의 기간은 완벽한 공황 상태일 것 같고, 그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내공도 3갑자 정도 되고, 상당한 일관성을 갖춘 사람들일 것 같다.
 
하여간 경제는 산다고 하는데, 경제에 대한 종교적 믿음은, 결국 시스템이 무너지고 나서야 보통 상태로 돌아올 것 같다.
 
어쨌든 이명박 50%를 넘는 걸 보니, 정신이 별로 없기는 없다.
 
웃을 수 있는 요소들
 
초록정치연대라는 곳에서 정책실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시절이 있다. 물경 3년이나 된다. 정말 열심히 고민하던 시절이라, 주위 사람들은 이 시절이 내 인생의 '흠'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말 정성스럽게 새로운 정당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녹색당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았던 3년간이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냐면 필요하다면 출마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대안 정당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적으로는 출마할 사람이다. 사실 1~2등을 한 두개의 보수정당에서 독점하다시피한 한국 현실에서, 그런 '따뜻한' 곳이 아니고도 출마하겠다고 마음먹는 건, 뭔가 살짝 맛이 갈 정도의 정열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하여간 그렇게 출마까지 고려하는 집단의 맨 앞에서 앞으로 가야할 길의 일정표를 만들고, 부족한 요소를 찾아내서 채우는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장기전망 같은 것을 하게 된다. 3년을 하루같이 그런 일들을 하고, 아마 내 인생에 만났던 사람의 전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그 3년 동안 만났다. 새만금, 부안 같이 잘 알려진 싸움이 있는 동네는 물론이고, 전혀 중앙언론에서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동네 싸움에도 찾아가서, 한 명이라도 혹시 녹색당 같은 거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냈는데...
 
결국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손을 놓았다. 하기가 어려운 일을 정성만으로 하다보면, 한약식 표현으로 "화를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웃는게 아니다... 그런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몇 주 전부터 우리나라 기자들 대신에 외신 기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줄곧 물어오는 건,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 말이 목구멍을 넘어올듯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고... 아, 네...
 
'명랑'이라는 단어는 의미를 두려면 한없이 심오하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얘기는 전혀 아니다. 아주 어려운 질곡을 건너면서 명랑하지도 않다면, 제 정신을 갖기가 어렵고, 편집증을 건너서 분열증, 혹은 '군중 심리의 함정' 같은데 빠지기 좋다.
 
"미쳤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정말로 집단이 미치면 약도 없다.
 
"너는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잘 생각해보면 너와 나는 사회라는 틀, 혹은 한국 사회라는 틀에서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선으로 서로 엉켜있다. 그 불결한 선을 다 끊고 혼자 고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진짜로 그렇게 하려는 것은 미친 놈이거나 혹은 배신자다.
 
내가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누군가를 죽인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들은, "죽이면 된다"는 간단한 구조 위에 서 있다. 물론 해법이 단순해서 기분은 좋은데, 사실 사회라는 구조는, "죽이면 된다"로 끝나지는 않는다. 좀 다른 구조이지만 좀비 얘기는 더 어렵다. 좀비는 "죽이면 된다"지만, 절대로 전부 죽일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
 
오래 버티면서 해야하는 싸움이라면 '웃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돌아온 박진영이,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완전히 심형래 버전이다. 하나도 안 웃긴다. (박진영은 미국 가서 망했고, 이상은은 홍대에서 망한 것 같다. 수 년전부터 홍대 앞 기운이 혼탁해져서, 이게 무슨 거대한 매음굴 같다.)
 
하여간 웃을 수 있는 요소가 뭔가, 이렇게 물어보면 답이 막막하기는 한데... 절망만이 남은 것 같은 사회에서 오래 버티면서 싸우기 위해서는 명랑과 같이 웃을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시닉도 재밌기는 한데, 이건 온 사회가 다 희망에만 가득차 있을 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오만과 편견>과 같이 말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19세기의 영국 사회와는 달리, 냉소가 오히려 지배적이다. 그럴 때에는 어떤 요소로 사회악과 맞서야 하나? 그런 게 요즘 내가 조금씩 생각해보는 고민들이다.
 
나도 이명박이 좀 이상한 건 알아... 그래도 다른 인간들도 다 이상하쟎아?
 
이 문장 속에, 우리가 싸워야 할 구조가 숨어있는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2/20 [11:4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걱정인 2008/03/02 [02:45] 수정 | 삭제

  • 노무현 정권보다 더 골치덩어리가 될 거 같다. 미국과 특정 종교 하수인에 지나지 않을 거 같다는 느낌이다. 영어 숭배 정책, 남대문 불태우기 들을 보면서 더욱 그렇게 보인다. 이런 국민의 걱정을 알고 정신차리면 자기들도 나라도 괜찮을 터인데...
  • 성동구 2007/12/21 [14:36] 수정 | 삭제
  • 어차피 다 위장정부 라는거 알고 있는데
    영문으로 BBk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