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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부대보다 더빠른 노무현 정부
미국에 'No'라고 못해도 수구언론에는 호통을 쳐야
 
강정구   기사입력  2003/08/14 [01:00]

▲한총련학생들의 시위모습     
한반도에서 미국의 스트라이커부대가 해외 첫 전쟁연습을 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가속화한다며 항의시위를 벌린 한총련학생들이 구속됐다. 미8군사령부는 이 학생들을 "법이 허용하는 한 강력한 조처로 처벌하"라고 외쳤다. 대통령과 총리가, 국방부와 경찰이,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심지어 시민운동께나 한다는 이들까지 나서서 학생들을 매도하고 엄중처벌을 지시하거나 요구한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국가안보회의,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 관련부처의 대책회의까지 열렸다. 총리라는 사람은 "한-미 동맹관계는 물론 우리 국가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강력처벌을 위해 다른 법적 근거가 있는지 검토하라"고 까지 나갈 정도다. 또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동맹국 관계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것이 미국에 즉각 전달되어 그들의 비위를 맞추었다.

이것도 모자라 총리공관에 주한미군 지휘관을 초청해 재발방지, 미군시설 경비대책 강화 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설명했다.

정말 기막히게 신속하고 단호하고 유능하다. 이렇게 유능한 정부가 왜 한반도 전쟁예방에는 그렇게 우유부단하고 무능한가? 정작 한반도 전쟁위기 해소에 전력투구 해야할 남한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전쟁위기가 화급함을 달리자, 이웃나라 중국이 황급히 발벗고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겨우 6자회담을 성사시켰다.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라 남의 나라인 중국에 구걸해야겠다는 자조적인 넋두리가 나올 정도다. 세상 만사가운데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곧, 한반도전쟁위기를 막는 것은 만큼 더 막중한 과제는 없다. 그러나 지난 연말 대선 당시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살길을 택하라고 강변하던 믿음직스런 후보 노무현은 이미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집회후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학생들     ©민중의소리
이 상황에서 한총련 학생들이 이라크침략전쟁에 이어 일촉즉발의 한반도전쟁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반전평화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쟁연습장에 뛰어들었다. 젊은이들의 충정어린 용기와 혈기가 아닌가? 우리 정부와 주류가 제 할 일을 못했기에 학생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이해하기는커녕 반역죄로 몰아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행태가 과연 제 정신이라 할 수 있나?

94년 6월의 전쟁위기 당시 미국방장관이었던 페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서 “우리(미국)는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시간이 다 돼가고 있고 달이 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어서 이제 이렇게 나선 것”이라면서 올해 안 전쟁발발을 경고했다. 연이어 미의회조사국 래리 니시는 북한정권교체는 부시정부의 정책목표이며 7-10월의 전쟁발발을 경고했다.

이 경고대로 지금 미국은 한반도에 전쟁을 치를 만반의 준비를 이미 갖추어 놓고 있다. 이도 모자라 더욱더 전쟁연습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바로 `스트라이커`부대의 전쟁연습이다. 지난 4일 리언 러포테 한미연합사령관은 전면적인 대북한 봉쇄구상인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의 다국적군에 남한 참가를 촉구하여 전쟁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전쟁준비가 차곡차곡 진행되어 어느 날 갑자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과 총리, 정부부처와 시민사회, 주류언론과 정당들은 한총련 처벌에 쏟는 그 기막히게도 신속-단호하고 유능한 역량을 우리의 죽고 사는 문제인 생명권 보장, 곧 한반도 전쟁막기에 발휘하라. 그것이 민족사의 요구이고 이성적인 행로이고 바로 당신들이 마땅히 할 바이다.

* 필자는 동국대 교수입니다.
* 이 글은 {한겨레 신문} (2003년 8월 13일 12면 ‘발언대’)에 기고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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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14 [01: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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