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의 초록세상 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대선 토론회를 보니 찍을 후보가 없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동문서답과 마이동풍만 난무, 진짜 ‘콘텐츠’ 없어
 
우석훈   기사입력  2007/12/12 [20:23]
대선 2차 토론회를 본 잠깐 메모...
 
내가 본 TV 토론 중에서 가장 멋졌던 것은 살아있었을 때 프랑수와 미테랑과 작 시라크가 붙었을 때의 일이다. 프랑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까, 이 두 사람의 논쟁은, 불어나 품격이나, 그야말로 '우아한 토론'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 대선의 2차 토론회를 보고 떠오른 느낌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중늙은이들 중 한 명에게 나라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 좀 참담한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까 그래도 우리 말이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권영길 밖에 없어보였다. 그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5년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동사 어미를 뭉개기 시작한다. 웃찾사의 "김덕뱀다" 톤이 느껴졌다.
 
옛날 서울의 꼬장꼬장한 영감들이 봤다면,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들이 설쳐대긴... 그렇게 한 마디 했을 것 같다.
 
1. 전부터 지적하고 싶었던 얘기인데, 전부 문화 '콘텐츠'라는 말들을 입에 달고 있었다. '콘텐츠'라는 말은, 산업적 측면에서 가끔 써야하는 말인데, 문화의 한 속성을 '콘텐츠'로 전부 뭉뚱그려서 말하는 것은 문화에 대한 모욕과 비슷하다.
 
문화가 위기라는 사실에 대해서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은데, 한국 문화의 경쟁력은 익히 증명이 되었다, "한류" 봐라...
 
황우석 만세다!
 
2. 관광 얘기할 때에는 가관의 클라이맥스였다.
 
골프장 만세, 관광 호텔 만만세!
 
이 얘기만 딱 떼어놓고 들으면,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미란다 호텔 같은 데에서 열릴성 싶은 지방 어깨들의 사랑방 모임 같다.
 
중늙은이 양아치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얘기를 DJ 이후 거의 안 하는데, 관광산업은 경기 의존성이 너무 커서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를 구성하면 경기변동에 따라 온탕냉탕을 반복해서 드나들게 되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결국 황폐해진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난 것이 삼성 ‘떡값’ 검사들 얘기 나올 때,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 수서 삼성아파트라는 얘기였다.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타워팰리스가 아니라... 평창동을 제외한 아파트촌 중에서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평소에 인용하는 지역이 수서에서 일원동까지의 한적한 동네인데, 그 한 가운데가 삼성이 최상급 로비할 때 사용한다는 바로 그 수서 삼성아파트이다.
 
(여기서 주택지로 5분 정도 나오면 이인제 후보의 집이 있고, 서울 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권영길 후보의 집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자기들은 관광과 가장 상관없는 곳에 살면서 관광진흥을 말하는 그 입은, 삼성 고급간부들이 타워팰리스 팔면서 자기들은 일원동에 사는 그 심뽀와 똑같다.
 
3. 어쨌든 이 사람 대부분 동문서답의 귀재이거나 아니면 타고난 마이동풍들이다.
 
투표는 반드시 할 생각을 했다가, 이 중늙은이들 속마음을 잠깐 본듯하여, 투표할 생각이 싹 가셨다.
 
4. 다음 대선은 어떻게 될까?
 
이번 대선은 너무 싱겁게 끝나 버려서 어이가 없기는 하다.
 
심심한 김에, 다음 대선은 어떻게 될지나 생각해본다. 5년 후, 정말 한국에서는 백만년 같은 시간 이후의 일이다.
 
과연 다음 대선이 있기나 할지, 그냥 의원내각제 개헌을 하고 그냥 총리 체계로 가는 거 아닐지 모르겠다. 하여간 이 분위기로 내년 총선에서 2/3 넘으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대선일지도 모른다. 직선제로 치루는...
 
한국에서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냥 지금 내가 아는 정보들을 총동원해서 생각해보면 강금실, 오세훈, 문국현, 이렇게 붙을 거고, 이 경우에는 무조건 오세훈 아니겠나?
 
여기에 심심풀이 땅콩으로 심상정이 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희박하다.
 
그럼 박근혜 전 대표는?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2/12 [20:2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