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T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선일보의 침소봉대, 한중 임금격차 13배?
한국은행 논문왜곡, 임금협상ㆍ주5일제 확산에 찬물끼얹기
 
홍성관   기사입력  2003/08/11 [17:20]

▲ 조선일보 기사, 한·중 임금격차 13배로 벌어   ©조선일보홈페이지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을 왜곡하는데 앞장서 온 조선일보가 이번에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논문을 자기입맛에 맞게 왜곡한 기사를 실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기사는 현대자동차 임단협 타결의 성과로 '임금 상승, 주 5일제 근무' 등의 사안이 타 사업장으로 확산되는 조짐에 대한 견제 방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8월 11일자 "한·중 임금격차 13배로 벌어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영록 서울대 교수와 이종건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팀장이 한국은행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중국 경제의 부상과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방향’논문(논문의 내용은 한국은행의 공식입장이 아닌 집필자의 사견임을 밝혀둔다)을 전혀 엉뚱하게 분석했다.

[관련기사] 김주영, 조선,중앙, '현대차노조죽이기' 협공 , 대자보(2003.08.07)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이종건 팀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논문의 목적이 "중국경제가 급부상한 배경을 살펴보고, 상대적으로 위축된 우리나라 산업에 대한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하는데 있다"면서, "이를 일부 언론들이 (논문 내용의 일부를) 너무 세게 다루니까 약간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중국경제 성장의 배경으로 중국 정부의 일관된 산업정책 추진과 외자 도입의 호조, 고정자산 투자의 확대, 저임금 노동력의 양적, 질적 개선 등을 들면서 이로 인해 우리 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후퇴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이런 중국경제의 급부상은 우리 나라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경쟁력이 있는 기술 및 자본집약적인 정밀화학, 전자기계 산업 등의 제조업에 대한 육성이 시급함을 강조하고있다.

특히 이 팀장은 "한 산업이 특화되면 10년 이상 우위를 점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 사이 새로운 도약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중국과의 격차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정부가 자국 산업에 대해 직접적인 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앞으로는 '투자 및 교육' 등에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정책을 펼쳐야 국가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중국경제의 성장 배경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 방향에 대해 언급한 논문의 주된 내용과는 무관하게 중국과 한국의 제조업 임금격차 등 부수적인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의 이 팀장은 "중국과의 임금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의 통계체계가 미흡해 정확하게 격차를 따지기는 힘들며, 무엇보다 중국과 한국은 판이한 경제체제에 있고, 특히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국가차원으로 저임금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을 단순히 일대일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또 "논문에서 인용한 자료들은 몇 년이 지난 것들이고 그 사이 중국경제의 개방화가 상당히 진행되면서 제도상의 큰 변화와 함께 임금격차도 줄어드는 추세에 있을 것"이라면서 "굳이 두 나라의 임금격차를 비교해본다면 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실질임금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숨겨진 비용(hidden cost)' 등의 제반 여건들도 고려사항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양국의 경제규모(GDP·국내총생산)를 비교한 부분에서도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반복하고 있다. 논문이 중국 기업 경쟁력의 강화 이면에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국제적 영업활동이 암묵적으로 반영되어 있고, 중국 경제의 외자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 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이런 앞 뒤 맥락을 무시한 채 기계적인 수치에만 치중하고 있다.

한편 이 팀장은 '저임금 인력의 양적 질적 개선'에 대해서도 "논의의 전개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정확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외하긴 했지만, '인력의 개선' 부분은 고급인력과 단순노동 인력을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온 고급 인력들의 임금은 당연히 고임금이라는 말이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논문의 실제 방향과 의도에 대한 설명은 빠뜨린 채 실질적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한 양국의 임금격차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 임단협 타결 이후에 노조에 힘이 실리면서 '임금 상승, 주 5일제 근무' 등의 요구가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에 대해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 외에도 최근 임단협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현대자동차 노조를 매도하는 등의 기사들을 실어오고 있다. / 경제부 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8/11 [17:2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