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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넷으로 승부거나?
chosun.com 대대적 변신, '안티조선'까지 수용
 
취재부   기사입력  2003/05/15 [18:17]
조선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조선닷컴(http://chosun.com )의 콘텐츠와 디자인이 15일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조선일보측의 발표에 따르면 chosun.com 탄생 8년 만에 가장 혁신적인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새 chosun.com 은 ‘통신보다 빠르고, 신문보다 상세한 전문(全文) 서비스’를 특징으로, 청와대·검찰·재정경제부 등 주요 뉴스 발신지의 주요 발표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이와 함께 생생한 발표 원문을 가감삭제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chosun.com이 종이신문의 컨텐츠를 그대로 옮겨온 것을 지양하고 지난 3월 26일 편집국 내에 신설한 ‘인터넷 뉴스부’를 통해 chosun.com exclusive(조선닷컴 독점기사)를 chosun.com 을 통해 매일 서비스한다는 것에 있다.


이번 조선닷컴 개편의 핵심은 본격적인 인터넷 신문으로 태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언론사들의 인터넷 서비스는 종이신문의 기사에 전적으로 의존해 오면서, 통신사 기사를 위주로 제공돼 왔다. 조선일보는 이같은 언론사닷컴의 한계를 극복하고 속보성을 최대한 살리며 리얼타임으로 인터넷을 통해 중계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취재 뒷얘기와 '조선일보 외+알파'로 기사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새롭게 개편되는 조선닷컴에는 뉴스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중심축인 30~40대를 겨냥한 오락·생활 콘텐츠를 강화, 국내 최초의 동영상 삽화를 갖춘 연재소설, 샐러리맨을 위한 노후 재테크 가이드, 안도현 시인이 쓰는 사랑의 잠언 등도 새로 선보인다.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여론 형성의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독자들의 참여 공간을 크게 늘려 각종 현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전개하고, 좋은 글을 쓴 필자는 '금주의 시민논객'으로 선정하는 등 네티즌의 참여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안티조선’의 목소리까지 수용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못참겠다]라는 코너에는 이미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 성명서 전문'과 '조선일보 반대는 역사적 소명이다-조선일보 기고와 인터뷰를 거부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차 선언 전문' 등이 올라와 있다.

사실 그동안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등은 인터넷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특히 진보적이고 개혁적 성향의 네티즌들은 끊임없이 보수적인 조중동에 비판을 가하였고, 여기에 조중동은 인터넷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대응해 왔다. 특히 지난 대선을 정점으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와의 결전은 조중동과 인터넷 매체(와 네티즌)와의 또다른 전쟁이었지만, 결과는 조중동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이 때문에 대선 직후 일부에서는 언론권력의 지형이 바뀌었다는 '선언'도 나왔지만 언론, 그중에서 신문권력이 누렸던 지위가 급속한 쇠락을 맞은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조선닷컴의 파격적 변신은 어느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종이신문, 특히 조중동의 권위나 영향력은 방송과 인터넷 매체에 의해 이미 쇠퇴일로에 있으며, 보수적인 시각으로는 더 이상 '여론의 선도기능'까지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안티조선' 운동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의 영향으로 20-30대가 주류인 네티즌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은 '시장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절실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선닷컴의 변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터넷 매체의 도약과 안티조선 등의 공세적인 네티즌들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보다, 사실 포털사이트들의 '미디어강화'에 따른 주도권 싸움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초부터 인터넷 붐을 타고 검색은 포털, 뉴스는 언론사닷컴이라는 공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주)인터넷메트릭스 조사 결과 지난해 하반기 이후 포털사이트의 뉴스부문 순방문자수는 종이신문 사이트를 앞질렀다. 또한 이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닷컴은 기존 종이신문 보도를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해 네티즌들의 참여가 제한되지만 포털에서는 하나의 사실에 대해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등 다양한 언론 보도를 볼 수 있다”며 “네티즌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다양한 시각과 정보”라는 한 포털관계자의 언급처럼 포털은 전략적으로 미디어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언론사닷컴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의 인터넷 전문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 협공당하고 있다. 사실 언론사닷컴은 인터넷 대안매체에 '여론'과 '아젠다설정' 기능을 빼앗겨서 노심초사 하였지만, 지금은 뉴스 등의 미디어 주도권조차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이다.  

[관련기사]
전관석, ‘온라인 영토’를 잡아라, 기자협회보(2003. 4. 23)
신미희, '색깔있는 뉴스’ 상한가, 미디어오늘(2003. 4. 23)

조선일보로서는 적대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았던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신문에서도 중앙일보에 추월당하는 양상이다. 최근 방상훈 사장은 노 정부 출범 후 특종을 확보하지 못해 뒷북치기 식이거나 他紙들과 똑같은 보도내용을 게재하자 "과거의 영광을 상실하고 있다고 주변에서 평가를 한다"며 자신 스스로도 뛰어다니는 취재를 하겠다고 강조하였다고 했다. 안티조선까지 수용하겠다는 조선닷컴의 파격적 변신은 바로 조선일보의 초조함과 절박함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한때 인터넷과 네티즌들이 자신들을 저주한다고 해서 '저주와 부정의 온상'으로 매도했던 인터넷을 강화한다는 조선일보의 변신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중평이다. 조선닷컴이 조선일보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인터넷 상의 변화로 인해 조선일보가 '파격적' 변신의 도화선이 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조선닷컴의 변신은 어쩌면 조선일보가 변할 수 밖에 없는 단서를 잉태하고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김대중 칼럼] ‘조선기자들 癌발생 기쁜 소식, 조선일보(2000. 7. 13)
햇귀, 인터넷 마녀사냥이 시작되는가?, 대자보 42호
이창은, 인터넷은 '욕지거리의 바다'인가, 대자보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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