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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좌파와 진보는 고난을 피해가려 하는가?
[도끼빗의 갈라치기] 좌파는 돈·명예 아닌 것으로 삶 채우는 연습해야
 
도끼빗   기사입력  2007/10/16 [16:49]
 좌파는 헌신적인가

이젠 신물이 난다. 좌파들, 상황이 어떻네 뭐가 불비되었네 하면서 그러니까 자기들은 이만큼 밖에 할 수 없고, 능력이건 시간이건 에너지이건 어쨌든 이만큼이라고. 그러고 집에 가서는 커피 마시고 와인 마시고 치즈 먹으며 <sex and the city> 보고 잔다. 혹은 이런 저런 술집을 전전하며 온갖 미주가효(美酒佳肴)를 작살을 내며 혁명을 담배연기로 하늘로 보낸다. 도대체 보고서는 언제 쓰고 독서는 언제하고 체계적 사유는 언제 할 것이며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과의 깊은 소통 - 이메일이건 무어건 - 은 언제 하는데. 그러면서 말들이 많다. 삶의 질이 어쩌니 무어니.
 
정말 신물이 난다. 가장 자명한 진리 하나를 잊고 있는 것 같다. 좌파는 우파와 동급이 아니다. 누가 "건전한 보수" 따위를 운운하는가. 우파와 보수란 머리가 나빠서이건 욕심이 강해서이건 다른 이들의 고통과 인류의 정신적 성장에 훼방을 놓고 있는 골칫덩이들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은 돈이건 권력이건 명예건 무엇이건 주어지고 보장되어야 우파 노릇을 한다. 세상에 온갖 탄압과 궁핍을 뚫고서 우파 사상을 지키는 이들을 보았는가.
 
좌파는 그래서 이들과 동급이 아니다. 좌파는 그래서 원래부터 돈 권력 명예에서 소외되고 온갖 인간 세상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헌신하는 이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금욕적이거나 인간 생활의 즐거움을 빼앗겨서 우울하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좌파들은 그런 것들과 무관한 즐거움과 기쁨과 긍지로 삶을 채우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역사의 진보를 가져왔던 진보와 좌파의 무수한 인물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오늘날 모든 이들이 악마로 여기는 볼세비키들 공산주의 혁명가들이라 할지라도 당 관료로 득세한 자들 이외에는 모두 극도의 어려움과 고난을 달게 받으면서 살았던, 초인들이다. 심지어 스탈린과 같은 자라 할지라도, 아무 짝에 쓸데없고 백치와 같은 히틀러에 비교할 인물은 아니다.
 
어째서 좌파와 진보는 고난을 피해가려 하는가? 어째서 사회 전체에 주어진 평균적인 노동 시간과 보수와 쾌락을 다 챙기려하는가. 먹을 것 입을 것 놀 것 마실 것 다 챙기고서 무슨 얼어죽을 좌파 활동인가.
 
자유는 필연을 뭉개버리는 순간이다. 인간은 창자가 있고 성기가 있고 감각 기관과 몸뚱이와 그 알량한 감정이 있다. 이놈들은 모두 그 나름대로의 세계와 논리가 있다. 이 놈들의 필연적인 논리를 따라가라. 너는 짐승이다. 기억해야 할 일이 아닌가. 원래 자유는 이런 내 몸과 마음의 필연에 대한 배반을 그 본성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이는 물론 많이 게으르고 느슨해진 나 자신에 대한 경계로 쓴 글로서, 이 글의 "썩을 놈의 좌파"란 오롯이 도끼빗 하나를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이 글은 나 이외의 다른 누구와도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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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16 [16: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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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전 2007/10/18 [11:41] 수정 | 삭제
  • 두 분의 견해가 저에게는 그리 다르게 읽히지 않습니다.
    두분 모두 건승을...
  • 파이터 2007/10/17 [14:30] 수정 | 삭제
  • 이게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다.

    "가난하더라도 정의로운 세상에 살고 싶다"면 좋은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사회가 정의로울 때 가난해도 좋다는 말일 것이다. 말을 바꾸면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가난을 말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발상이요 가난과 부와는 관계가 없는 말이다.(가난하게 살든 부자로 살든 그것은 삶의 주체가 자유롭게 선택할 문제지 가난한 삶이 진보적 삶이 가지는 질적 우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좌파는 올바른 부의 창출과 분배를 원하는 것이지 모든 이가 굳이 올바른 사회에서의 가난이나 명예를 구하지 않는다.

    도덕이나 세속적 가치(올바른 사회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가치)를 강요하는 진보가 진보적 서민을 가난하게 하고 우리사회의 기득권적 구조를 공고화하며 진보에 대한 지지를 말아먹게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길 바란다.
  • 관전자 2007/10/17 [03:05] 수정 | 삭제
  • 요즘 같은 대선정국에 큰 울림이 되는 글이군요. 짤지만 아주 간결하고 핵심을 논파한 글... 깊은 울림으로 다가업니다.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게 해주는군요...
  • 행인 2007/10/16 [17:15] 수정 | 삭제
  • 좌파적 삶을 지향했던 사람으로서 , 이글이 아무리 님을 향한 성찰과 반성의 글이었다하더라도 그래도 부끄럽고 아픈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삶의 저 자신을 살피는 거울로 삼겠습니다.건승하시고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