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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자살하게 만드는 우리 정치, 정치인
정치(政治), 딱 그 단어만큼만 해주면 살 맛 나련만..
 
권태윤   기사입력  2003/08/04 [17:34]

정치(政治), 딱 그 단어만큼만 해주면 살 맛 나련만…….

요즘 사람들의 자살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허약한 사회안전망을 탓하고,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풍조를 나무라지만, 정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위정자들에게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을 가장 밥맛 잃게 만들고 살맛 안 나게 만드는 집단이 바로 정치권 아닌가. 국민들의 살림살이 나아지도록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과 자당(自黨)의 이해관계에만 눈이 멀어 소모적인 정쟁(政爭)에 몰두하는 모습은, 정말 정나미 떨어지게 한다.

대통령은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데 수개월간 성과도 없는 신당타령에 세월 다 보낸 여당이나, 사사건건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풀려 반사이익만 챙기려고만 하는 야당 모두 국민을 자살로 내몬 ‘자살교사범’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살림살이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밥 굶는 아이들이 지천에 깔려있고 당장 한 끼 양식을 걱정하는 빈곤층이 부지기수지만,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국민혈세를 아무 생각 없이 낭비하고, 세비인상과 같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한통속이 되어 재빠르게 합의하는 몰염치를 저지르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그래놓고도 책임 떠넘기기에는 수준급이다.

▲ 정몽헌 현대 아산 회장 모습     ©YTN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도 자살대열에 합류했다. 아버지 정주영 회장에 이어 대북경협사업에 많은 열정을 쏟아오던 터라 그의 죽음은 더 큰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은 정 회장의 자살원인을 ‘특검’이니 ‘햇볕정책’탓으로 서로 떠넘기기에 바쁜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정작 그 원인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평범한 범부이든 재벌이든 죽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아픈 슬픔이다. 어찌됐거나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경협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해오던 사람이 생목숨을 끊었다면, 그 직접적 당사자인 정치권은 정말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맨 처음 하는 일이라는 것이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다. 이러니 국민들은 정말 살 맛 안 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노사문제나 노사갈등의 원인도 엄밀히 말하면 노사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의 문제다. 함께 노력해서 키운 ‘파이’를 정당하게 나누자는 너무도 정당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사용자측이 시원하게 들어줄 수 없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정치권 때문  아닌가? 정치권에 돈을 갖다 바치지 않고서는 이 땅에서 기업하는 일이 어렵도록 만든 더러운 정경유착 구조를 방치하고 즐긴 게 누구인가? 정치권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파이를 중간에서 가로채지만 않는다면 많은 노사갈등은 애당초 생겨나지도 않는다. 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노사가 키워낸 파이를 더 키우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 파이의 일부를 빼앗아 먹으며 노사간 자율이니 대화니 하는 위선적인 말들을 해왔다.

우리 정치권이 ‘정치자금’이라며 당당하게 받아먹은 그 돈들이 과연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일까. 수많은 정치인들이 합법적 정치자금이라고 받아 챙긴 돈들이, 기업이나 노동자가 순수한 마음에서 낸 것일까. 그걸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존경받을 정치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문 정치인들에게 피 같은 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의 핵심정보팀을 두고서 온통 안테나를 여의도에 집중시키고 기업정보 보다는 정치정보 수집에 몰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웃기는 현실을 조장한 것이 누구인가. ‘보험’을 들지 않고서는 마음 놓고 기업할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놓고 그걸 은근히 즐기면서도 입만 열면 기업인들의 도덕성을 논하고, 노동자들의 과격성을 비난하는 정치인들의 그 입은 정말 쉽게 용서가 안 된다.

갈수록 살벌하고 삭막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지 못하는 정치라면 존재할 필요도 없다. 죽음을 통해서만이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정말 살 맛 안 나는 세상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정말 대오 각성해야 한다.

* 필자는 '좋은 글을 통해 우리를 생각하는 PEN21사이트( http://www.pen21.com/ )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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