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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현상과 주민소환제, 지방자치 시대의 원칙
[시론] ‘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의 재발견, 주민은 원숭이가 아니다
 
황인오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성어(故事成語)의 재발견
 
장삼이사(張三李四), 명약관화(明若觀火), 결초보은(結草報恩) 등 대부분 네 글자의 한자어로 이루어진 경구 등으로 일상에서 겪 미묘한 상황을 명료하게 해주는 말이다. 주로 중국고전에 기원을 두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우화 등의 에피소드에서 비롯되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명사] 
 
1.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2. ‘간사한 꾀로 남을 속이고 농락하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장자(莊子)’에 나오는 우화로, 송(宋)나라의 저공(狙公)이 자신이 기르는 원숭이에게 상수리를 주되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을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성을 내므로, 말을 바꾸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고 하니 좋아했다는 데에서 유래함. -www.daum.net 사전-
 
조삼모사(朝三暮四)도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고사성어의 하나다. 하루 일곱 개의 고구마를 먹기는 마찬가지인데 아침에 세 개를 먹고 저녁에 네 개를 먹느냐, 아니면 반대로 아침에 네 개를 먹고 저녁에 세 개를 먹느냐를 놓고 흥분하는 어리석은 원숭이 무리와 주인의 이야기다. 대체로 간사한 속임수로 사람을 부리고 다스리는 집단의 리더와 거기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은 무리들을 비웃는 뜻으로 쓰인다. 아마 이 말을 국민학교 4, 5학년 무렵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그 때 우리 반 아이들은 이야기를 워낙 재미있게 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원숭이들을 신나게 비웃으며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님비현상 운운하며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는 현상에 흔들리는 현대지방자치의 모순을 빗대는 데에 써 먹기도 한다. 사실 지방자치가 흔들리는 근본이유는 따로 있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최근의 광역화장장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부 지자체 집행부와 주민의 갈등을 보며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통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갈등관계이다. 제왕이나 귀족 또는 관료 등 지배자들은 겉으로는 외침과 내부적 혼란으로 공동체를 지키는 등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은 겉치레이거나 부차적 기능일 뿐 본질적으로 피지배자의 노동에 기생하여 수탈과 착취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지배자의 본질이다. 드물게는 성군(聖君)이라 칭송되는 좀더 영악한 지배자들이 나타나 생산대중의 반감을 덜 사며 효과적으로 수탈 지배하는 경우도 있다. 또 전통시대의 새로운 왕조가 개창될 시기의 초기 정권은 나름대로 피지배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골적인 수탈을 자제하고 부드러운 통제를 시도한다. 대체로 새로운 왕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시기에는 전왕조의 약탈에 가까운 수탈과 부패가 극에 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 정권의 부드러운 접근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게 마련이다.
 
이러한 지배자들의 절제된 수탈과 통제야말로 지배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는 것을 공맹(孔孟)과 로크, 몽테스키외 등 동서양의 수많은 프로파간다들이 공통으로 깨닫고 설파한 것이다.
 
여기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옛말이 드러내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리석은 피지배층을 상징하는 원숭이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고구마가 네 개든 세 개든 먼저 자신들의 의견을 구하라는 것이라는 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우리 속담처럼 같은 말이라도 자신을 존중하는 말과 무시하는 말에는 감정과 반응이 다른 법이다. ‘빗자루 들자 마당 쓸라’거나 ‘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안 한다’는 말도 그렇듯이 민중의 자존심과 자발성을 무시하면 형식적으로는 아무리 옳고 좋은 것처럼 보여도 본래의 의의를 잃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방폐장과 광역화장장 따위가 아무리 좋더라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먼저 구한 뒤에 추진하기보다 관료지배의 관성에 사로잡혀 옳은 일이니 나를 따르라는 일방통행에 대해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부천과 하남의 화장장을 둘러 싼 시당국과 시민간의 갈등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련 당국자들은 왜 이렇게 이익이 되는 좋은 일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할 것이다. 실제로 이익만 있는 일인지도 따져봐야겠지만 절차의 문제가 내용만큼이나 중요하고 때로는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제주도 해군기지와 이천 특전사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작업을 먼저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보는 것이 이제까지의 관행인 것이다. 말로만이 아닌 진짜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민중의 의식변화를 무시한 나머지 분노의 불을 지펴 시간, 비용의 낭비를 거친 다음에야 간신히 제자리를 잡는 꼴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배층의 속임수에 데일대로 데인 민중들의 최소한의 자구책이다. 역사적으로 지배층과 민중의 투쟁결과 얻어낸 양보안의 먹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손바닥 뒤집듯이 배신하는 꼴을 너무도 많이 겪은 민중이다. 갑오농민전쟁이 그렇고 수많은 민란 뒤 끝에 관료들은 임시방편으로 온갖 사탕발림으로 양보안을 내놓고 돌아서기 무섭게 가혹한 탄압과 약탈을 되풀이하는 것을 지난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얼마나 많이 겪었는가. 그러니 일곱 개의 고구마가 다섯 개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아침에 네 개라도 확보하는 것이 저녁에 겪을지도 모를 주인의 배신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주인인 저공과 원숭이들 간의 신뢰가 쌓이지 않은 것이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민중들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벌이는 파업이나 시위를 두고 온갖 비난을 일삼는다. 입 달린 사람들은 경기가 호황일 때는 호황을 깬다며 시위 파업을 비난하고 불경기일 때는 가뜩이나 불경기인데 시위 파업이냐며 난리 부르스를 벌인다. 그러면서 드는 예가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이다. 지난 50년 넘게 파업분규 한번 안했다는 것이다. 경제동물 소리 들어가며 가난한 나라 등쳐서 얻은 이익의 부스러기를 얻어먹으며 순응한 것이 잘 한 일인지도 따져 봐야 할 일이긴 하다.
 
문제는 50년 넘게 파업을 안한 이유가 나름대로 도요다 경영진이 노동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쏙 빼는 것이다. 경쟁력과 관련된 극히 민감한 사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영정보를 노동자(또는 노조)들에게 공개하고 노동자의 채용과 징계, 해고 등에 있어서도 노조와 먼저 협의한다든지 따위는 의도적으로 감추고 노조가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분규를 자제한다느니 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장장 건립이라는 명분 따위로 시민들의 평온한 생활환경을 헤집어 놓고 원래 약속한 편의들은 정작 돈가진 이들이나 힘있는 이들의 장사속에 넘어가거나 독점되는 일을 너무도 흔하게 보아왔다. 나중에는 굴러 온돌이 박힌 돌 빼는 격으로 원주민이 찬밥신세되는 꼴을 상기하자면 숨넘어 갈 정도이다.
 
한두번 속아봤어야 믿는 척이라도 해볼 것 아닌가. 사람 의심하는 것만큼이나 피곤한 일이 어디 있을까. 의심받는 이도 고통스럽지만 매사를 의심해야 하는 이들이 실은 더 고통스러운 법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흔해빠진 '노블레스 오블레스' 어쩌구 하는 지배자들의 최소한의 금도(襟度)는 이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지 않은가. 최근의 현상만이 아니라 중세 이후 전통사회에서도 이 나라 지배층은 대륙지배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대가로 반도 안에서 피지배층을 멋대로 약탈하고 차별하고 짓밟아 곤죽을 만들어 왔을 뿐이다. 안팎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어린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까지 빼앗듯이 민중의 고혈을 빠는 것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바쁘지 않았는가.
 
역사적 경험이야 어찌됐든 허점투성이의 주민소환제가 그나마 실시되고 나서 여기저기서 일방행정을 일삼는 자치단체와 주민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려는데 왜 몰라줄까 하고 억울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민중을 위한’ 것에 있지 않고 ‘민중의, 민중에 의한’ 것이라는 링컨이래의 초보적 상식을 상기한다면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침 이러한 갈등을 빚는 지역의 단체장들이 모두 미국적 가치를 숭상하는 정당 소속인 점을 고려하면 더 잘 이해 할 수 있는 것일텐데.
기사입력: 2007/09/13 [09:3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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