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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후퇴 막을 최후의 대안, ‘직접행동’
[책동네] 대안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분석, 에이프릴 카터의 <직접행동>
 
취재부   기사입력  2007/09/10 [11:27]
87체제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만큼은 완성되었다고 보는 상징 중 하나인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이 한미FTA 반대 단식투쟁을 하고, 대선을 앞두고서는 정치적인 셈에 따라 FTA 체결을 미루는 경우의 수를 두드리는 황당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무시되고 밀실정치로 진행된 한미FTA를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에 국민투표로 책임을 묻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 참여정부는 反한미FTA 시위조차도 공권력을 통해서 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민중의 움직임을 사법적 잣대로만 재단해도 되는가.
 
보수언론을 통해서 걸러지는 민중의 움직임은 폭도, 분란, 소요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과연 삼권이 분립되는 것으로 민주주의는 완성될 것인가. 보수언론을 통해서 학습된 민중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은 온당하게 민중에게 주입되어야만 할까. 
 
▲신자유주의 시대에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을 최후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에이프릴 카터의 민주주의 이론서 <직접행동>     © 교양인, 2007
에이프릴 카터의 <직접행동>은 "21세기 민주주의, 거인과 싸우다"라는 부제가 지적하듯 자유민주주의(의회민주주의) 일반이 성립된 현재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요원하다고 보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전면적인 전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제기된 심의민주주의, 사회주의, 세계주의, 직접민주주의 등으로 보완함으로써 실질적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효제 교수의 유려한 번역이 빛나는 직접행동(direct action)은 “본질적으로 비폭력적 방식에 의한 비타협, 저지 또는 거부를 뜻한다.”(37쪽) 그래서 극좌와 극우로부터 애용되는 소렐의 전투적 생대칼리즘(노동조합주의)을 지양하고, 간디의 비폭력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음을 강조한다. 직접행동에 있어서 폭력과 비폭력을 가늠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본서는 상당히 논쟁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본서가 일단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대안민주주의들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인식토대로서 자유민주주의 자체의 내재적 폭력성을 검토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벌어지는 신사회운동, 녹색운동, 초국적 사회운동 등의 다양한 직접행동을 소개한다. 최근에 직접행동의 스케일이 달라진 것은 전지구적 신자유주의화에 대응하여 직접행동이 국경을 벗어났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세계에서 지구적 직접행동도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맑스가 일찍이 강조한 연대(association)는 여전히 빛을 발함을 알 수 있다. 
 
500여 페이지의 상당히 긴분량을 압축해서 목차만 소개하더라도 막막하다. 본서 구성의 미덕은 직접행동에 대한 막연한 당위성을 이론적으로 적극 규명하고, 또한 이론의 바탕이 되는 전지구적인 직접행동 사례들을 소개하고 유기적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이론과 실천을 절묘하게 접맥시킨 점이다. 한미 FTA를 기점으로 국민직접정치 논의가 촉발되었지만, 현 정치체계를 본다면 국민직접정치 실현의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지방자치 수준에서 주민소환제가 제도화 되었듯이 직접행동의 움직임은 증대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저자 에이프릴 카터 (April Carter)는 민주주의와 현대정치 이론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 대표작으로 《전지구적 시민권 정치 이론》(2001), 《여성 권리의 정치학》(1988), 《권위와 민주주의》(1979), 《직접행동과 자유민주주의》(1973), 《아나키즘 정치 이론》(1971) 등이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랭카스터대학, 오스트레일리아의 퀸즐랜드대학과 디킨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번역을 담당한 조효제 교수는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겸 아시아NGO대학원 교수. 저서로 《인권의 문법》, 《Human Rights and Civic Activismin Korea》, 편역서로 《세계인권사상사》, 《전지구적 변환》, 《NGO의 시대》 등이 있다. 옥스퍼드대학과 런던정경대학(LSE)에서 비교사회학과 사회정책학을 공부했고, 하버드대학 로스쿨 펠로를 지냈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미래는 직접행동에 달렸다.”는 일갈로 본서를 갈음한다. 이는 한국사회에서도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번역자가 원서를 쉬운 문체로 번역한 것은 두꺼운 분량에 대한 부담감을 날리면서도 집중하여 읽을 수 있게 돕고 있다. 87체제에 대한 한계와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독자들의 일독을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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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10 [11: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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