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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대선자금 고해성사
이광열의 시사만화 째려보기
 
이광열   기사입력  2003/07/30 [12:31]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공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민주당이 드디어 화끈하게(?) 먼저 대선자금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고백’함으로써 한나라당과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나아가 자신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는 한나라당을 압박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을 했음직 하다.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을 가지고 한 대선자금 내역 공개인지 모르겠지만, 최초로 대선자금을 공개했다는 의미 외에는 그다지 애초에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대선 자금 공개를 두고 우리 정치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는 평가도 있었지만, 대개는 짜맞추기라는 비판적 시각이 비등했고, 대선자금 내역중 덜 밝혀진 부분에 대한 의구심만 자극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밝히기를 거부한 한나라당보다 못할 수는 없겠지만, 용감하게 발벗고 나섰던 데 비해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들이다.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다룬 지난 주의 시사만화들에선, 대선자금 공개가 일종의 대 국민 “고해성사”라는 점에서 착안한 만화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고해소에 들어간 정치권은, 그러나 애초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고해소가 아니었던 만큼, 실망스러운 고해에 임한다. 시사만화는 날카로운 풍자로 실망스러운 고해를 지적한다.

 

▲7월24일 <김용민의 그림마당>     ©김용민
 대선자금 공개와 관련해서 지난 주 “고해성사” 시리즈를 내보냈던 <김용민의 그림마당>은 24일자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끝내 ‘짜맞추기’ 고해성사를 하고 만 노대통령을 풍자하고 있다. “안 한 것보단 낫”다는 자평을 하며 기대 이하의 “대선자금 공개내역서”를 발표하고는 은근슬쩍 한나라당을 고해소로 끌어들이려는 여권의 의중을 절묘하게 휘감는 풍자력이 돋보인다. 일관된 톤을 유지한 “고해성사” 시리즈로 대선자금 공개의 원칙적 방향을 제시한 역량도 평가할 만 하다.


▲7월24일 <한국만평>     ©배계규
같은 날의 <한국만평> 속 고해소에선 고통에 찬 여론의 절규 소리가 울려 나온다. 고해 내용을 듣는 신부는 어찌된 일인지 지금 돌아가시기 직전이다. 누가 봐도 성실하지 못한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 내역 때문이다. 대선자금 공개에 나선 민주당의 태도는 당당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뻔뻔한 것으로 비춰진다. 팔짱을 낀 채 고해에 임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그것을 보여준다. 고해성사를 듣는 입장에서 이런 뻔뻔함을 감내해야 하는 국민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

 

반면,
▲7월24일 <대한매일만평>     ©백무현
역시 24일의 <대한매일만평> 속 고해소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신부는 자기 배를 쥐어 싸고 실성한 듯 크게 웃고 있다. 무슨 영문일까? 괴로워하는 <한국만평>보다도 <대한매일만평>은 더욱 냉소적으로 민주당의 대선 자금 내역 공개에 반응하고 있다. 민주당이 공개한 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것 같냐는 풍자다. 이 만화에서 민주당은 뻔뻔하지는 않은 대신 비굴하게 보인다. 이들이 하는 얘기를 고해성사랍시고 들어줘야 하는 국민은 괴롭다 못해 차라리 허허로이 웃고 싶어진다.

 

 

▲7월23일 <전일만평>     ©정설
 대부분의 만화들이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에 집중했던 한편, 한나라당을 고해소에 밀어넣은 만화도 있다. 23일자 <전일만평>은 고해소에 들어간 한나라당을 그려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고해소에 있기는 하나, 고해성사를 끈기있게 기다려주는 “민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만 잠에 곯아 떨어져 있다. 코까지 골며 “민심”의 기다림을 무시해버리는 한나라당에게 대선자금 공개를 기대하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


 고해소에 들어간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 그저 이 정도에 그치고 만다. 정치권에서 정직의 덕목을 발견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 국민은 <한국만평>에서처럼 괴롭고 <대한매일만평>에서처럼 그저 허허 웃고 싶어지고, 그도 아니면 그만 울고 싶어질 따름이다.

 

 

[저자소개]

단국대 영문과 졸업. 한겨레신문 등에 만화를 투고 했다. 본 매체에 [시사만화 째려보기]를 연재하는 그는, 영화와 문학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를 섬렵하며 신랄한 비평을 하는 열성적 문화 탐식가이기도 하다. 

시사만화를 분석함에 있어 기존 시사만화비평가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형식/미학적 접근을 함과 동시에 글의 리듬이 솔직하고 젊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만화 창작작업도 하는 그는 작가의 환경과 실상에 대해서 잘 아는터라 간간이 보여지는 비전문가의 허투루 넘겨집는 실수의 경우가 드물다.   만화와 글로 앞날을 개척중에 카툰저널 뉴스툰(http://www.newstoon.net/) 기자로 안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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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30 [12: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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