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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전두환·노태우 엽기 12년 재조명했다
백무현 화백, <만화 전두환>에서 언론과 지식인의 굴종 생생히 그려
 
박철홍   기사입력  2007/08/02 [15:57]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비판적 안목으로 재조명한 만화가 나왔다. 

백무현 화백은 <만화 전두환>(전 2권, 시대의 창)을 통해 12.12사태부터 5.18광주 민중항쟁, 6월 항쟁, 전두환과 노태우 구속 사태까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숨가쁘게 벌어졌던 일련의 굵직한 사건들과 그 이면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백무현 글·그림, (1. 화려한 휴가 2. 인간에 대한 예의)     ©시대의창
 
5.18 광주민주화 항쟁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지난달 개봉함으로써 젊은층에게도 잊혀져 가는 ‘5월 광주’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만화 전두환>은 TV 드라마식의 ‘백무현 표 만화’이며 사진까지 곁들여지면서 사실감을 높였다.
 
백 화백은 1년 반 동안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4개월 간 그림 작업에 몰두하면서 2005년 <인간 박정희>의 후속작을 내놓았다. 1일 오후 7시 서울 종로 인사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백무현 화백의 <만화 전두환> 출판과 관련해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백 화백은 “포털에서 전두환 검색을 해보니 어디에도 ‘학살’, ‘반란’이라는 용어는 없는데, 학생들이 즐겨찾는 포털에서도 이렇게 되버리면 과연 올바른 기록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책을 만들게 됐다”며 “과연 현대사가 전두환을 이렇게 기록해도 되는가라는 자문에서 시작했다”면서 출판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저자는 “올해 6월 항쟁 20주년이 되어 <만화 박정희> 이후, 전두환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리를 하고 싶었다”며 “광주 5.18의 경우에 등장인물도 많이 나왔는데 5.18관련 단체들이 많다 보니 중심인물을 누구로 둘 것인가에 대해서 곤혹스러웠으며 이들 단체들을 만나서 종합한 결과, 윤상원 열사를 중심에 놓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식인과 언론인들의 가면을 벗기면서 각 신문을 뒤졌는데 거기서 조병화 시인의 시가 여러 개가 나왔으며 그 시가 1권의 마지막 부분에 인용되어 있고, 조 시인이 앞장서서 전두환 찬양한 것은 놀랍고도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 2권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인간’의 의미와 관련, “1987년 6월 당시 아스팔트를 뜨거웠을 때, 열정적으로 싸운 사람들을 기억하며 이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재정권 나팔수로 변신했던 언론과 지식인의 굴종 모습 그려
 
▲백무현 화백     ©박철홍
백 화백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10년 전부터 현대사를 기록해왔고, <만화 전두환>은 전두환 공화국에서 일어난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저자가 2005년 펴냈던 <만화 박정희>가 인물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만화 전두환>은 시대에 방점을 찍었다.
 
저자는 제 1권 <화려한 휴가>에서 ‘5월 광주’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공수부대의 잔혹한 살상 행위와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는 헬기 기총소사 장면까지 그려내었다. 당시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아붙이면서 전두환 독재정권의 나팔수로 변신을 거듭했던 언론의 추악한 자화상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 전두환 찬양시를 지은 시인을 비롯해 지식인들의 정권에 굴종한 모습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제 2권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는 사회정화를 내걸고 삼청교육대를 설치해 무자비한 ‘인간청소’를 자행한 것과 ‘땡전 뉴스’를 통해 정권을 미화하고 일체의 비판과 반대를 금지한 현실을 고발했다.
 
특히 저자는 당시 언론과 정권이 어떻게 결탁하고 있으며 그 결탁이 우리 사회의 작동 기제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를 전하고,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추잡한 속살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저자는 서문에서 “2년 동안 현대사와 치열하게 씨름했으며 생존해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사료에 충실하고자 했다”며 “모든 내용은 당시의 보도내용 등 사실과 증언을 토대로 구성해 역사적 사실에 혼동이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두환·노태우 공화국 12년, 그 엽기의 현대사를 만화로 재현한 백무현 화백은 저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1979년 10월 26일, 유신의 심장이 멎자 다들 ‘서울의 봄’을 노래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12일,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접수하면서 ‘서울의 봄’도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언론을 나팔수로 만든 뒤 끝내 총구를 국민을 향해 겨눴다. 1980년 5월, 그렇게 잘못 겨눠진 총구는 수백인지 수천인지 가늠도 못할 만큼 많은 무고한 국민을 무차별 살육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육한 국민의 시신더미를 밟고 올라 마침내 모든 권력을 한손에 움켜쥐었다. 1961년에 이어 1980년, 우리 역사는 이렇게 다시 야만과 반동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중략) ”
 
이어 저자는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우리 역사는 과연 야만과 반동을 넘어 문화와 진보의 제 궤도를 찾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우리에게 제기한다.
 
전두환 공화국 그 엽기의 현대사가 담긴 <만화 전두환>은 전두환 시대를 발가벗기며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고발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평화의 댐 사건을 통해 국민들이 전두환 정권에 어떻게 동원되고 동조했는지를 묘사했으며 전두환 정권에 협력했던 일그러진 ‘우리들’도 까발렸다. 반면 전두환 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부천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는 그동안 묻혔던 의로운 일반인들을 대거 등장시키면서 주역으로 부활시켰다.
 
<만화 전두환>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철언 등 정치인의 비화는 물론 언론인의 추태까지 다루고 있고, 미국이 전두환 신군부의 쿠데타를 공식 지지하고 6.29 선언, 그리고 3당 합당에까지 은밀히 간여한 사실 등의 정치공작도 폭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백무현 화백은 <서울신문>에서 시사만평을 맡고 있다. 그는 1988년 <평화신문> 창간과 함께 시사만평을 연재한 바 있고, <언론노보> <월간 말> <대학신문> <노동자신문> 등 진보적 매체에 시사만평과 시사평론을 발표해왔다.
 
또 그는 8.15해방부터 전두환·노태우 구속까지 50년 현대사를 다룬 <만화로 보는 한국현대사>(전 3권)를 1996년 펴낸 데 이어서 2002년에는 언론개혁 시사만평집 <언론, 딱 걸렸어>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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