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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김정호가 붓 대신 마우스를 쥐었다면?
[책동네] 지리학에 대한 초대, 박삼옥 外, <지식정보사회의 지리학탐색>
 
황진태   기사입력  2007/07/29 [16:17]
근자에 신문, TV보도를 보면 국가균형발전 2단계 계획 발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새만금 간척지 문제, NIMBY-PIMBY 현상 등의 보도에서 지리학과 연결된 화두들이 기사화 됨을 알 수 있다. 흔히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지리는 암기과목으로만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처럼 졸업 후에도 사회를 살아가면서 지리적 사고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지리적으로 대중매체의 간접경험 혹은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과 장소에서 직접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도와주기 위해서 지리학 관련 서적에 손을 댄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경험인 듯싶다.
 
가령 제주도의 자연지리를 관심 있는 사람은 어떤 서적을 읽어야 할지 전문적인 서적들 속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더불어 인문지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화의 확산에 대해서 알고 싶지만 마땅한 책을 찾기 또한 어렵다.
 
그렇다면 지리학의 두 갈래인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를 종합적으로 그리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한 고민의 산물로 이번에 소개하는 17명의 한국을 대표하는 지리학 교수들이 집필한 <지식정보사회의 지리학탐색>(한울, 2004)은 한 단초가 될 수 있을 듯싶다.  
 
▲17명의 한국을 대표하는 지리학 교수들이 집필한 <지식정보사회의 지리학탐색>     © 한울, 2004
본서는 얼마 전 매체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지리학계의 백두대간 논쟁부터 시작해서 해안습지, 기후학, 한국의 도시화 현상, 세계도시, 지역주의까지 최근 지리학의 화두가 되는 주제들을 뽑아 논의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몇 가지를 소개하면 현대경제지리학의 중요한 축인 지역혁신체제를 국내 지리학계에 최초로 소개한 박삼옥 교수가 제출한 8장 ‘기술혁신은 어떤 지역에서 일어나는가?’는 참여정부가 시행중인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지역혁신체제에 관하여 일반독자 나름의 판단을 세울 수 있도록 기본적인 배경시각을 제공한다.
 
유근배 교수의 3장 ‘해안습지는 누구의 것인가?’는 서해안 간척사업을 사례로 들어 지역개발과 사회정의라는 두 대립축에 대한 사고를 도와준다.
 
본서는 최근의 화두뿐만 아니라 자연지리와 인문지리의 영역, 과거-현재-미래간 시간의 영역에 대해서도 상호 간 접목될 수 있는 복합적인 지리학 사고를 제시하기 위한 글들이 엿보이는 데 박수진 교수의 4장 ‘흙과 문명의 흥망’은 인간의 영향력과는 무관하게 작동할 거라 생각하는 토양체계가 인간의 영향력에 의해서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를 이스터 섬의 흥망성쇠를 사례연구로 삼아서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데, 이는 인문지리와 자연지리가 결코 따로 떨어진 영역이 아니라 연동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박기호 교수의 1장 ‘고산자 김정호가 붓 대신 컴퓨터 마우스를 쥐었다면?’, 양보경 교수의 12장 ‘땅에서 하늘까지: 세계와 인간을 담은 그릇 고지도’는 과거의 고지도에서 드러나는 조상들의 공간적 사고가 오늘날에도 유효함을 확인함과 더불어 GIS를 통해서 미래의 새로운 지도화까지 예측할 수 있는 장들이다.
 
이기석 교수의 6장 ‘한국 도시화의 공간적 이해를 위하여’와 박영한·조영국 교수의 7장 ‘산업화·탈산업화가 농촌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그리고 안영진 교수의 15장 ‘지역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는 한국이라는 시공간 안에서의 역사적 추이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지를 포착한다.   
 
물론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장들도 주옥같은 글들이다. 이들 저자들 대부분은 현직에서 떠난 분들도 있고, 곧 퇴임을 앞둔 원로학자들이라는 점이 인상 깊은데 한국 지리학계 역사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노학자들이 이렇게 의기투합한 것만으로도 후배학자들에게 연구와 대중적 지리학 집필에 대한 자극을 충분히 주었으리라.
 
사실 이번에 소개한 책은 2002년에 처음 발간되어 2년 만인 2004년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 그만큼 사회변화에 조응하여 지리학의 궤도가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다. 앞으로 노학자들의 이러한 노력에 부응하여 차후 소장학자들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지리학 서적의 출판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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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29 [16: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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