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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 정부와 교회가 책임질 일들
[정문순 칼럼] 한국 정부는 파병으로, 교회는 종교로 이슬람권 모독한 꼴
 
정문순
종교, 특히 한국 기독교를 비판하는 데 가담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워낙 욕할 게 많아서 흉잡는 데 열 올리다가 심성이 사나워질까 두렵기도 하거니와, 무종교인인 나로서는 종교인을 비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말을 아끼기에는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공격적 선교'  짚지 않을 수 없다
 
탈레반에 납치되어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이들의 명운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23명으로 알려진 피랍자들 대부분이 20∼30대이다. 맹목적인 열정에 쏠릴 만한 나이이기는 하다. 죽은 김선일도 20대였다.
 
이슬람 저항세력들 중 테러리스트로 선발되는 이들도 채 피어나지도 못한 연령 때가 압도적이다. 맹목을 정의로 착각하는 한 종교적 광신에 내몰리는 걸 막을 길이 없다. 철없음은 세월이 약일 수 있으나, 피어나는 젊음을 위험천만한 사지로 내몰게 한 한국 주류 개신교 집단은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한국 기독교인들의 공격적인 선교는 자국 땅이 비좁은지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선교는 결코 선행이 아니다.
 
피랍자들이 왜 하필 아프가니스탄을 택했을까. 이들은 기독교 복음을 내세운 미국의 부시 정권이 이슬람권에서 자행하고 있는 21세기형 십자군전쟁으로 이슬람 민중이 기독교에 호의적일 수 없는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독교 선교에 불리하거나, 선교는커녕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 모르는 곳일수록 소명의식이 높아 감을 느낀 듯하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미 대사관 인근 한국통신 사옥앞서 아프간 피납자 무사귀환을 위한 즉각 철군 및 탈레반 수감자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자보

종교가 곧 삶의 전부나 다름없는 이슬람 땅의 사람들을 개종시키겠다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야망에는, 다른 사람의 종교나 종교관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예수를 모르고 이상한 종교에 빠진 불쌍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주겠노라는 오만에 빠진 것이 전부다.
 
한국 교회의 현재 위상은 앞만 보고 내달려오다 외환위기 이후 죽을 쑤고 있는 한국의 경제 현실과 닮아 있다. 이 땅에서 기독교는 해방 정국에서 우익 세력의 이념적 기반으로 뿌리 내린 후 개발독재로 대표되는 약탈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역대 군사정권과 결탁하여 지배세력을 이루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교회 첨탑의 높이는 교회가 지상에서 누리는 권세의 크기를 대변했다. 주류 개신교를 장악하고 있는 배타주의와 성장주의는, 규모의 경제만을 위해 줄달음쳐오느라 살인적인 경쟁과, 약자에 대한 배척이 삶의 지배적인 원리가 돼버린 한국 자본주의의 얼굴과 흡사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철없음으로도 한국의 개신교는 그동안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공격적인 선교가 예전만큼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국으로 눈을 돌려 사지에 발을 걸칠 게 아니다. 교회의 역할은 자본주의에 지친 영혼들의 피폐한 심성을 달래주는 것이 우선이며, 그 대가로 얻은 금전이 가야 할 곳은 교회 건물 높이는 비용이나 목사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국세청이다.
 
피랍 사건 이후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도 죽음의 땅에 들어간 피랍자들을 질책하는 여론이 만발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한국 정부다. 탈레반과 무슨 원수가 졌다고 애먼 곳에 파병을 하여 한국인들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표적으로 전락시킨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정부 파병이 아프간 사태 불러
 
기독교와 이슬람교 각각의 근본주의자들이 충돌하는 땅에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어 군대를 보내는 것은 한국 정부 스스로 친기독교 근본주의자임을 선언한 꼴이며, 그 장단에 맞추어 교회는 정부가 멍석을 깔아 준 땅에 십자가를 꽂으려고 했을 뿐이다.
 
한국 정부는 무력으로 아프간 사람들의 적이 되고, 한국 교회는 종교로 그들의 원성을 삼으로써 둘이 손발을 맞춰 이슬람권을 모독한 것이다. 막무가내 선교 활동만 탓할 일이 아니라, 어설픈 파병으로 자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킨 정부부터 돌팔매를 맞아야 한다. 김선일의 희생 하나로 정신 차리는 데는 아직 모자라는가.
 
* 본문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 <경남도민일보> (http://www.dominilbo.co.kr) 7월 25일자에도 실렸습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07/07/25 [18:0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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