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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대량해고' 파문, 왜 또 이랜드인가
94년부터 노사분규 이어져...노조 불인정, 군대식 기업문화 등 원인
 
이석주
'윤리경영', '기독교기업', '유통업계의 자이언트'…
 
국내 재계 순위 50위 권을 자랑하는 이랜드(EㆍLAND) 그룹. 지난 1980년 두 평 남짓의 허름한 옷가게로 출발, 2007년 현재 약 6조원 규모의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이랜드 기업의 '수식어'다.
 
'한국의 대표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 그룹은 지난 몇 해 간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통해 유통업계에서 이른바 '큰 손'으로 불리며 초고속 성장을 이뤄 왔다. 가히 국내 유통업계 선두주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 
 
▲ 1990년대 초 사업다각화를 진행할 당시, 이랜드 그룹이 인수를 통해 매각을 시도했던 브랜드들. 기업 스스로 '성장기'라고 밝힐 만큼 급성장을 이룬 시기이기도 하다.     © 이랜드 홈페이지
하지만 겉으로 보여진 양적 성장과 달리, 지난 1994년 노조 설립 이후 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첫 발을 내딘 2007년 7월 현재까지 끊임없는 노사 분쟁으로 진통을 겪어왔다. 즉 외부적으로는 성공을 거뒀지만, 내면적으로 지속적인 진통이 계속돼 왔던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이랜드 산하 유통업체인 홈에버(600명), 뉴코아(470명) 등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외주용역'이라는 명목으로 정리해고 한 상황이어서, 그룹에 '꼬리표' 처럼 따라 붙는 노사 분규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 이랜드는 "선처"라는 '당근'을 내세워 농성 조합원들의 투쟁중단을 종용하면서도 "노조 측의 불법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지난 1일 부로 '칼날 해고'의 쓴 맛을 본 비정규 직원들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부터 이어져온 이랜드 그룹의 인력관리 방식이 또 다시 비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른바 '이랜드 성공신화' 이면에 감춰진 노사간 갈등, 그 안에 숨어있는 이랜드 그룹의 비정상적 인력구조 방식이 다시금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개월 치 월급 주면서 '투쟁 중단하라'고 말해"
 
이랜드 측이 '외주용역' 방침을 밝힌 후 기자가 최근에 만난 노조 관계자는 "이랜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1년 이상을 근무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룹 내 인력관리 방식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가 밝힌 이유는 이른바 '369계약' 제도 때문. 즉 회사는 3개월에 한 번씩 비정규 노동자들과 계약을 맺고 9개월째가 되면 퇴직금 지급 등의 이유로 일방적 해고 통보를 내린다는 주장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9개월이 되면 어차피 나가야할 처지로 변한다"며 "이들 모두 급여를 떠나 고용만 보장 된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는 처지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이랜드 그룹은 부곡물류센터 소속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30여명에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단행했다. 최초 근로계약 후 정확히 9개월 째가 되던 시점이었다. 노조측이 전한 해고 이유는 회사가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
 
이에 직장을 잃은 여성노동자들은 그해 12월 "9개월이 지나도 일만 하게 해달라"며 투쟁에 돌입했다.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 등의 이유가 아닌, 단지 일자리 유지를 위해 한겨울 거리로 나왔던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이상하게도 '생존권'을 위해 울분을 토했던 여성 노동자들이 노조 지도부와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이듬해 1월 초 투쟁을 중단했다는 것.
 
이날 노조 관계자는 "당시 이들은 집회와 현장순회, 거리선전전 등을 진행하며 한 달 여간 생존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며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들의 행동에 이상이 생겼고 모두 투쟁을 멈춰버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3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의 '머리띠'를 풀어버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와 관련해 노조는 "당시 이랜드 그룹이 이들에게 협박과 회유를 통해 의도적으로 투쟁을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즉 여성 노동자들에게 '당근'을 던져주고 투쟁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노조 측 이남신 수석 부위원장은 이같은 근거로 이랜드개발 권순문 대표이사가 '보안유지'라는 제목으로 당시 노무관리자들에게 보낸 한 건의 이메일 자료를 공개했다.  이 수석 부위원장은 이 자료를 얼마 전 회사 측 관계자로 부터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우리도 최근에서야 이러한 증거자료를 발견하게 됐다"며 "자료를 보면, 당시 회사측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회유와 협박을 자행했는지, 명확한 사실이 드러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이랜드
■ 권순문 대표이사는?

 
이랜드 그룹과 노조에 따르면,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이랜드 개발을 이끌고 있는 권 대표이사는 그간 각종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이른바 'M&A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 측은 권 대표이사를 'M&A의 귀재'라고 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기독교 기업'이라는 이유로 1989년 이랜드에 입사한 그는 리드 본부장을 지낸 뒤 2001년부터 이랜드개발 대표를 맡으며 기업을 '유통중심의 그룹'으로 변모시켜 실질적인 기획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슈아이>가 노조 측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발신자 이름이 '권순문'으로 표시된 이메일에 "주부사원 몇몇에게 '(투쟁에 따른) 고소고발을 취하해 주겠다'는 조건을 달아라… 나머지 주부사원들에게 '법적 소송을 당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식시켜라"는 내용이 제시돼 있었다.
 
이밖에도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발신자 '권순문'은 노무관리자들에게 "여성노동자들을 향해 전직(轉職) 장려금으로 각각 200만원 씩을 지급하라", "시점만 맞으면 (돈에 의한 회유가)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언급 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경영 방식을 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 권 대표이사가 지난 2003년 노무관리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 문건. '보내는사람'이 권순문으로 표시된 이 편지에는 당시 주부노동자들에 대한 권 대표의 회유와 협박이 잘 드러나있다.     © 2007 이슈아이 이석주
이 수석 부위원장은 "당시 200만원은 이들에게 2개월 치 월급에 해당하는 액수였다"며 "30명에게 지급된 총 6천만원의 돈은 주부사원들의 요구를 들어주고도 남을 만한 액수였다. 이것이 '윤리경영'을 내세우는 이랜드의 진짜 모습"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왜 그 당시에 바로 법정 소송 걸지 않았느냐"
 
하지만 이러한 노조측 주장에 이랜드 그룹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왜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확인되지도 않은 4년 전 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슈아이>와 통화한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만약 노조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당시 고소고발을 해야하지 않았겠느냐"며 "최근 외주위탁에 따른 해고 건 때문에 노조측에서 그러는 것(우리를 공격하는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가 이메일 자료를 최근에 발견해 그 당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2003년 말이면 장기파업이 끝난 시점으로 기억되는데, 사람 기억속에서도 잊혀진 얘기를 왜 지금에 와서 그러느냐. 회사측에서도 (노조 때문에) 손해를 많이 입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어 홍보실 관계자는 "(노조가 입수한 이메일 자료를) 내가 직접 보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이메일을 직접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권 대표이사와 직접 통화를 해 볼 수 있느냐'는 기자의 제안에는 "그건 불가능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고질적 군대문화… 노조 조합원들을 '강아지'로 표현"
 
이밖에도 이랜드 그룹의 비상식적 인력관리 방식은 지난 1998년 이들이 규정해 놓은 '노조 투쟁에 따른 행동 임무요령'을 보더라도 명확히 알수 있다.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입수해 <이슈아이>에 건네준 문건에 따르면, 지난 98년 '2001 아울렛 안양점' 파업 당시 사측은 노조 조합원들을 '강아지'로 규정하고 상황 발생시 회사 측이 대처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1 '출근과 동시에 각 층 및 내부팀은 모두 무전기를 개방한다…무전기는 우리의 생명이다'
 
#2 '무전기 사용요령… OOO에 '강아지' OO마리 출현'
 
#3 '출현 즉시 팔장을 끼고 인근 아파트 뒤로 이동 시킨다…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특히 노조가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임무조' 까지 구성, 각 한 개 조가 노조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조합원 2~3명을 집중적으로 관리 감독 하게 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노조측이 제시한 사측의 '행동임무 요령' 문건. 모자이크로 처리된 부분이 노조 지도부를 감시하는 사측 인력 명단이다.     © 2007 이슈아이 이석주
노조는 이처럼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과격한 용어가 등장하는 이유로 이랜드 그룹의 '군대 문화'를 꼽고 있다. 즉 군 출신 인사들이 주요 매장의 점장을 꿰차고 있어 직원들에 대한 탄압 자체가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부위원장은 "이랜드에서 가장 선호하는 집단은 ROTC(학군) 출신들"이라며 "현재 주요 유통점장들은 대부분 학군출신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조 탄압 문건에서도 '군대식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랜드 그룹 및 노조에 따르면, 회사측은 공채과정에서 장교 출신 지원자를 우대하고 있고, 2007년 현재 이랜드 산하 주요 유통매장을 이끄는 30~40대 점장들 중 다수가 ROTC출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당시 국회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이미경 의원(현 열린우리당)은 1998년 국정감사를 통해 "이랜드는 합법적인 노조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부당 해고했다"며 "임금도 체불하고 상여금 반납도 강요하는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랜드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10년 전의 일을 왜 언급하느냐"고 되물으면서도 "노조가 일방적 얘기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대립각'이라고 조차 볼 수 없다. 과거부터 회사와 노동자들의 분쟁은 '비일비재'하게 있어왔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최근 '외주위탁'에 따른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보여졌듯, 이랜드는 용역직원들을 고용해 투쟁중인 조합원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인권유린적 탄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2000년 서울 서부지방노동사무소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기피하고, 노조간부를 부당징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있다"며 "수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윤리경영' 내세웠지만, 비도덕적 경영방식 만연
 
이처럼 이랜드에서는 노조가 설립된 지난 1994년 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2007년 7월 현재까지 기간제 근로자들의 처우개선과 관련한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돼 왔다.
 
즉 지난 10여년 간 인수합병을 통해 주요 유통업체들을 흡수, 외형적인 몸집을 불리는데만 주력해왔지만 사실상 자신들의 '식구'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상식밖의 인력관리를 해왔던 것.
 
또한 '윤리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지난해 5월 1년이 지난 재고상품에 일련번호만 다시 붙여 신상품으로 둔갑시키는 등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영으로 사회적 뭇매를 맡기도 했다. 당시 이랜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까지 받기도 했다.
  
▲ 5일 오후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집단 계약 해지에 맞서 홈에버 상암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매장 계산대를 점거한채 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7 이슈아이 박항구
▲ 5일 오후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집단 계약 해지에 맞서 홈에버 상암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매장 계산대를 점거한채 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7 이슈아이 박항구
이처럼 '윤리경영'을 자처하면서도 끊임없는 문제를 야기시킨 이랜드의 출범은 지난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랜드 그룹에 따르면, 당시 서울대를 졸업한 박성수 회장이 '잉글런드'라는 옷가게를 이화여대 앞에 차린게 그 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상점 규모가 커지자 박 회장은 상표 등록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1986년 비로소 '이랜드'라는 이름으로 법인등록을 마쳤다. '이랜드'라는 법인명은 '상표명에 국가 이름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규정에 따라 '잉글런드'의 E와 랜드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법인 등록이 완료되자 이랜드는 그야말로 급성장을 이루기 시작했다. 1989년 아동복 사업을 시작으로 여성캐쥬얼, 쥬얼리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했던 것. 특히 1993년 부터는 5천억원의 매출액을 달성 했고, 급기야 1994년 현재 이랜드의 대명사 겪이 돼버린 유통업을 시작, 이른바 사업다각화의 진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1조7천억에 '한국까르푸' 인수…'몸집키우기' 곱지않은 시선도
 
현재 이랜드는 지난해 약 6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전년도(2005년)에는 2조 7천억원의 매출과 2천여 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사이에 매출규모가 3배나 상승했던 것.
 
이랜드는 '2001아울렛'과 '뉴코아 아울렛'을 포함해 총 27개의 아울렛 매장을 운영중에 있다. 또한 70여개가 넘는 의류 브랜드에 백화점, 슈퍼마켓 등 전국적으로 56개의 유통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가히 국내 유통업계의 중심에 서 있다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이밖에도 이랜드는 지난해 4월 말 한국까르푸를 인수했다. 현재 이랜드 그룹에 속해있는 홈에버의 전신이다. 당시 이랜드는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자'였던 롯데쇼핑을 막판 '뒤집기'로 따돌리고 전격 인수에 성공했다.
 
당초 업계에선 "롯데쇼핑이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랜드는 무려 1조 7500억원이라는 어마 어마한 매각대금에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거액의 매각자금은 수차례 인수합병을 시도했던 이랜드로서도 최고가의 매물 거래였다.
 
이때문에 1조 7500억원 중 이랜드가 자체 조달한 금액은 고작 3천억원 정도. 나머지는 금융권의 컨소시엄과 지분투자가 대부분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랜드가 은행권에 빛까지 얻어가며 단숨에 한국까르푸를 인수하자, "과도한 투자에 따른 '몸집 불리기'가 아니냐"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 비판과 대안, 새로운 상상력 <이슈아이> (www.issuei.com) / 대자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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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08 [17:2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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