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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에 대한 무관심이 '빈곤'한 사회만든다
빈익빈부익부 양극화심화, 비정규직 여성차별 가중돼
 
김주영   기사입력  2003/07/23 [18:29]

한국사회는 빈곤사회로 가고 있는가? 연일 보도되는 사람들의 '못살겠다'는 원성과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가슴아픈 사연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는, 단순히 자살의 증가가 아닌 사회전반에 걸쳐 빈곤화가 진행되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빈곤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빈곤문제연구소'가 창립2주년을 맞아 세미나를 개최했다. 7월 22일 인권위 11층 배움터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약 세시간 동안 이뤄진 이번 세미나는 'IMF 이후 한국사회의 신빈곤과 정책과제'라는 이름으로 시민사회 관계자들의 참여속에서 이뤄졌다.

▲세미나 모습     ©대자보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국사회에서 빈곤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발표가 이뤄졌다. 소득 재분배의 문제와 청년실업의 문제, 신용불량자, 비정규직, 여성, 농민등 사회전반에 걸친 빈곤계층의 문제가 논의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날마다 자신의 빈곤한 삶을 비관하여 자신의 아이를 안고 투신자살을 하는 등 '정말 살기 어렵다'라는 한탄이 서민들의 입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제대로된 복지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다수의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강력대응'을 통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오히려 '로또'와 같은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산업에 힘쓰는 등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전체를 생각하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세미나는 그 의미가 크다하겠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의 허춘중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사회는 빈곤문제에 대한 관심이 빈곤한 사회"라고 지적하면서, 사회의 관심이 경제에만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소장©대자보
류정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발제를 통해 "지난 5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사회구조는 질적으로 바뀌어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기존의 근로무능력자 중심의 빈곤층에 새로운 빈곤층이 합세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양극화로 가는지 그렇지 않으면 80:20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정교한 자료와 방법으로 더 검증을 해봐야 하겠지만,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하여 살펴 본 결과 시장승자의 생활수준은 나아지고 있는 반면에 시장경쟁력 취약계층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강조한다.

세미나에서는 '책임론'도 이야기 됐다. 연일 신문과 TV에서는 '우선 사고보자'라는 소비의식을 부추기는 언론의 무책임과, 이를 간과하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에 대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신용불량자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쌓여가는 빛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의 증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빈곤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소비가 일어날리 없다. 소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니,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일자리는 나오지 않아 실업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실업문제는 또다른 형태로 비정규직의 문제와 여성의 차별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삶의 어려움은 사람들을 육체와 더불어 정신적인 피폐까지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있어도, 복지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의료보험재정이 줄어 이런 사람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질환이 있으면 일단 병원에 6개월 입원시킨 후, 치료의 여부와 상관없이, 요양할 곳에 대한 확인도 없이 그냥 사회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 이렇게 사회에서 방치하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은 다시 사회로 가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는 현 사회에서 발생되고 있는 여러 가지 엽기적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하겠다. 복지에 문제가 있으니, 사회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박찬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불평등, 빈곤과 재분배 정책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우리사회의 소득불균형의 심각성을 지적하였다. 박찬용 연구원은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96년에서 2000년으로 가면서 18%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상위 10%는 소득이 31.91%가 증가하였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소득격차는 10분위에서 100분위로 결과를 살펴보면 더욱 크게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하위 1%는 20%정도 소득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상위 1%는 약 78%의 증가율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빈익빈부익부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소득격차가 큰 이유가 자본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살펴보았을 때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감소하였지만, 고소득층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30~40%증가하였고, 최상위는 사업소득이 161%증가한 것이다. 박연구원은 이러한 소득격차의 문제를 "재분배를 아무리 열심히 하려 해도 시장에서 벌어지는 소득격차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지니계수 축소에도 역부족이다. 이는 시장이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미나에서는 이제는 신자유주의식 경제논리가 아닌 사회학적 관점으로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제안됐다. 류정순 소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에 의하면, 구조조정의 결과 경기가 살아나면 부의 총량이 커져서 국민 모두가 다같이 잘 살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의 열매는 초국적자본과 소수의 승자들이 독차지하여 삶의 질의 상대적 격차는 커지고 많은 일반국민은 생계불안에 처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다수의 삶이 피폐화되는 불평등 사회로 이행되면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이 결집하여 저항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다.대다수 보통사람의 집단적 회생의 대가로 국가적 파이를 키우고, 커진 파이의 몫은 소수의 시장승자에게만 돌아가게 사회정책을 운용하겠다면 과연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을까?"라면서 국민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에 미연에 이를 방지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게 시급함을 강조했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많은 기대에 부풀었었다. 이제 사회가 개혁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극빈층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삶은 영위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될 것이라는 꿈을 꾸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꿈이 단순한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류정순 소장은 "국가가 IMF이후 심각하게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삶이 불안정해 지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조세개혁을 통해 탈루소득을 찾아내고,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를 이룩해야하며, 사회복지제도를 정비하여 소득재분배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시행해야 함을 주장했다.

빈곤화되고 있는 사회, 이 사회는 제도적인 개혁과 관심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무조건적인 '발전지상주의식'으로 나가다 보면 이는 국가의 일부분을 상처입히는, 사회를 썩어가게 만들어 회생불능으로 만들 수도 있다.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사회정책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비젼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사람이 행복한 세상은 유토피아에 불과하지만, 조금이라도 유토피아에 가깝게 나갈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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