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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했다는 당신(?) 대구를 떠나라!
대구지하철참사 대책위원장 무자격 논란 벌어져
 
서태영   기사입력  2003/07/22 [20:03]

▲시민단체는 시민회관과 중앙로에서 노제를 지냈다.     ©서태영
대구지하철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과 영원히 헤어지는 장례식은 맥빠진 채 끝이 났다. 그날 6월 29일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터진 날이고 노태우의 6.29선언이 있었던 날이었다. 하필이면 예정에도 없던 합동영결식이 거행되었다. 원만한 수습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허탈하게 장례식을 치를 줄 몰랐다. 200명이나 되는 목숨을 그렇게 무가치하게 장사지낼 줄이야! 그것도 강성으로 대책위 활동을 전개했던 희생자 대책위위원장이 전격 결정한 일이라 여기저기서 어이없어 했다.

하기사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 근래 대구에서 보기 드문 가장 화려한 장례식이었다면 입을 다물고 감사해야 할 일이겠지만, 당초 협상안보다 천만원 많은 위로금을 챙겨주었어도 뒷말은 무성하고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그는 무엇에 쫓겨 내린 결정인지 몰라도, 사실상 합동영결식을 할 기회를 박탈해 버린 사고수습 활동으로 유족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이정우 청와대정책실장의 눈물은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서태영
그 인자함으로 존경의 대상이었던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장례식에 참석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참으로 착잡했다. 고건 총리를 대신해 추도사를 읽은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정 각 분야에서 안전을 최우선시하겠다"고 다짐했다. 차마 다함께 하지 못한 영결식은 마치 유월이 가기 전에 마쳐야 하는 작전명을 하달받은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다. 

막상 장례를 치른다고 하니 후련해 하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막말로 "이럴려고 여태 싸웠습니까?"하고 역정을 내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한 시민운동가는 시민단체까지 나서 노제를 치른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영구히 헤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를 올리고 진혼굿을 바치고 조시를 읽어내려간 것은 한 마디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이런 결과에 동참하려고 했으면 그냥 하던 시민운동이나 열심히 할 일이지, 뭐하려고 여분도 많지 않은 역량을 탕진했는지, 비판의 목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한 사람의 고귀한 죽음에 항거해서 '10월 인민항쟁'-백과사전에서 대구폭동으로 기록하고 있는 10월 인민항쟁은 대구시 등신체제가 역사도시 대구를 잘못 관리하고 있다는 물증이다. 제주 4.3항쟁의 성격은 10월 인민항쟁의 연장선으로 알려져 있건만 특별법 제정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데, 친일파의 후예들과 유신잔당과 그 수혜자들이 기고만장하게 살아있는 대구의 역사는 폭동이란다. 후손들이 못나면 조상들이 욕을 먹는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제주도에서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을 일으킨 전사들의 투쟁의 고향이었던 대구가, 200명 가까운 몰사를 당하고도 냉정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끔찍했다. 

조해녕시장 물러가라고 연일 1인 시위를 하고 있지만, 그는 유니버시아드처럼 건재하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종적을 감추었다. 누구는 이를 두고 대구시민운동의 의문사라고도 한다. 여파가 컸던지 시민단체간 연대활동이 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이래저래 대구시민운동의 출혈만 엄청났다. 시민단체의 활동이 말미에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그 활약상이 빛바래진 않는다.  다만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말하지 못할 따름이다. 

막판 궁지에 몰리고 있는 희생자대책위 윤석기 위원장

졸속으로나마 장례식을 마치자, 이번에는 윤석기 희생자대책위원장의 그간 행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기 희생자대책위 위원장. 그는 "경황이 없는 유가족을 대신해 대책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사회를 보겠노라고 자청했고,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위원장을 맡게(한국경제 3.23)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위원장이 실종자 가족의 '두터운' 신망을 얻었던 것은 그의 '공정한' 일 처리 때문이었다. "(오마이뉴스)  어찌된 영문인지 윤석기위원장은 사고 막판 수습에 매진해야 할 지금 독단과 독선, 그리고 무능함 때문에 불신을 받고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그 자신 열심히 일 했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한때 그는 대구사회에서 영웅호걸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그 빛나던 희생자대책위원장도 사고수습과 관련해서는 목소리만 요란했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라 했던가. 그가 위원장 공약으로 내건 4대과제는 누구의 주제였던가. 어떤 대책위원은 시민단체도 못하는 과분한 일을 포함시켜 사고수습을 오래 끌게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 6대 보상협상 기준안 가운데, <사망자 손해배상금 협상에 따른 합의서>에만 합의했지, 나머지 5개항은 대구지하철참사 유족연합회에서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추도사를 하고 있는 조해녕 대구시장 어깨 너머로 대구에 한참 공을 들이고 있는 정동영의원이 보인다.     ©서태영
그는 잠깐동안 대구시민과 다수 유족들이 밀어준 힘으로 공권력보다 우월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위임해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급기야 100일을 넘겨가며 질질끌던 일을 불과 삼일 안에 후다닥 해치우는 변덕성을 발휘해 구구한 억측을 낳았다. 곧장 그는 궁지에 몰렸다. 합동영결식은 그 졸속성에 걸맞게 심한 후유증을 동반했다. 급작스럽게 강행된 영결식이 끝난 뒤 들려오는 소식은 유족들이 윤석기씨의
'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는 비보였다. 끓어오르는 반대여론에 대하여, 윤석기씨는 “추모사업위원회가 구성돼 사업 준비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모사업과 관련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위임장을 돌려받은 유족들은 더 이상 희생자 대책위 소속이 아니므로 위원장의 자격 유무를 얘기할 수 없다”(박주희 기자, 한겨레 6.30)고 주장했다. 윤석기씨는 당초 알려진 것처럼 처형쪽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유족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희생자대책위원장으로 처신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열심히 일한 당신(?) 대구를 떠나라!

▲보상협약관련 사정기준안 6중 5는 언론의 주목을 타지 못했던 유족연합회와 대구시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영
무슨 미련이 더 남았는지 윤석기씨는  크게 상관도 없어진 대구지하철참사 관련 희생자대책위원장으로 계속해서 군림하려 하고 있다. 엉성하게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대구지하철참사. 남는 것은 덜 지급된 국민성금 몇 푼일까?

 "성금배분에 대해서는 희생자 1인당 성금액을 배분하고 남는 액수는 추모사업비로 지정해 추모공원 건설 또는 추모재단 설립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윤석기씨 기자회견, 조선일보 6.28)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대사안 결정에 관해서 총회를 한번도 열지 않았던 그는 국민성금 배분도 마음대로 결정했고, 시민들의 중지를 모아내야 할 추모재단 설립에 관해서도 월권을 행사했다. 추모사업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그는 친여인사들을 끌어들여 적극 활용했지만, 대구시로부터는 환영을 받지 못했고, 시민들로부터는 박수를 받지 못했다. 중앙정부에서 급파한 사람이라는 의혹을 살 정도로, 그는 대구시 공격에만 열을 올렸다. 그의 사고수습 활동은 대구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유족들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몰라도 대구시민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더군다나 현직 대구시장과 맞대결을 벌였던 인사를 추모위원으로 영입한 처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했고, 만만찮은 여론의 역풍을 초래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그의 석연찮은 행적은 손해사정 업무에서 두드러졌다. "갑이 을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보수는 대구광역시로부터 지급받는 것으로 한다"는 다른 유족의 계약내용에 비해, 그는 위원장 직권으로 손해사정 업무 보수를 유족들이 지급하도록 계약을 해 말썽을 빚었다. 손해사정업무 수임료를 희생자대책위원장 자격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닌데도, 7%라는 고액에 사인을 해준 것은 또 다른 의심을 사게 했다. 위임장을 받아서 일괄계약하는 방식에서 곧잘 화근이 발생한다. 항시 막도장을 찍게 하는 계약은 의심해야 한다. 

▲당초 유족들에게 수임료를 떠넘겨 반발을 산 손해사정 업무관련 계약서.     ©서태영
문제가 불거지자, 손해사정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백손해사정법인은 6월 28일 <손해사정 업무 수수료와 관련한 통지>를 통해, "손해사정수수료를 대구시에서 수령할 것과 희생자대책위 또는 희생자 개개인에게는 절대로 청구하지 않을 것을 확약했다.  

 "모든 의심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그러나 겁많고 허약한 사람들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 그들을 억압하는 사람들의 강력한 힘을 이제는 더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 <브레히트, 「의심을 찬양함」> 

지금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들은 사분오열되어 눈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딱히 누구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대구를 잘 모르는 용병위원장의 분투노력은 뜻밖에도 유족간 감정대립으로 치닫는 결과를 맞게 했다. 희생자 가족대표는 부름받은 몸이다. 그런 반면에 의심받는 자리다. 그런데 윤석기위원장의 경우, 그동안 일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신분으로 대책위원장 행세를 했다는 말이 된다. 일부 유족들은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의 자격을 문제삼고 나섰다.  끝까지 간다고 유종의 미는 아닐 것이다.  

이런 논란을 산경험했던양, 사고 당시 중학생 아들을 잃었던 상인동가스폭발사고 유족회 정덕규 대표는 "사고수습 활동은 유족들 중심으로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했다. 그렇게 해야 사고수습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중앙로 지하철역에서 거대한 죽음이 있었다. 거대한 국민성금이 뒤따랐다. 원만한 수습을 바라는 거대한 국민의 뜻 또한 아마도 식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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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22 [20: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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