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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 승리는 노무현 청산의 필연이다
[진단과 대응] 2007대선은 87년 체제의 종식, 노무현 탄핵하는 국민투표
 
정효동
87년 6월이 또다시 얘깃거리가 되었다. 지난 7일 MBC 백분토론의 주제가 바로 87년 6월이었다. 나는 386직업정치인들이 87년 6월을 이야기할 때마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곧잘 떠올리곤 한다. 그 영화가 막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당시로서는 그 영화가 단지 ‘야(野)’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장안에서 유명세를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영화가 아직도 ‘야(野)’한가? 지금은 그저 가끔씩 유선이나 케이블 채널의 노빠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방영되고 있는 ‘낡고 오래된’ 영화일 뿐이다. 나는 묻고 싶다. 87년 6월이 아직도 ‘야(野)’한가?
 
그 영화 얘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그 영화에서 배우 여균동이 배우 문성근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성근아! 나, 네가 내다버린 타자기 주워서 그냥 두들겨봤어. 재미있더라. 그때부터 나도 발기가 되고 글쓰기가 되더라고. 내 글 뭐 그리 대단한 글은 아니니깐 한번 정도만 읽어보고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버려.” 또 영화 속에서 배우 여균동은 기자회견을 하기도 한다. 그 기자회견장에서 여균동은 이렇게 얘기를 한다.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제 소설이 아도르노의 세계관을 담았다나요? 저는 그런 거 모르고요. 전 그저 내 주변에 있는 한 남자(문성근)와 한 여자(정선경)의 얘기를 했을 뿐 이예요. 그저 그래요.”
 
사람들이 아직도 87년이 내다버린 타자기를 열심히 두들기고 있다. 아무래도 그냥 재미로 두들기고 있는 것 같다.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뭐 그 사람들이 쓰는 글이란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글은 아닌 것 같다. 때때로 노뽕 맞고 나서 발기가 잘되면 한 며칠 열심히 글을 써대다가, 또 약발이 떨어지면 낙서가 잘 안 되는 그런 정도의 수준인 것 같다. 하루하루 밥 먹고 살아가기가 힘에 겨운 분들에게 여쭤본다면, 이분들은 그런 글쓰기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할까? 아마도 이분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대답하실 듯하다. “그게 글이가? 그냥 쓰레기통에 확 집어던져버리라고 혀!”
 
그렇지만 오늘도 소설쓰기는 지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은 반한나라당 전선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기에 애처롭다. 아! 어찌 연옥의 호텔에 놓여진 안락의자에서 이루어지는 퇴폐적인 소설쓰기가 속절없이 멈추어질 수 있겠는가! 뭐 그들 자신들은 거창한 ‘아도르노’적인 세계관을 멜랑콜리하게 담았다고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저 한 남자(노무현)와 한 여자(박근혜)의 얘기를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인 것 같다. 몇 년 동안, 오직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사랑싸움하는 영화만 줄곧 보고났더니, 이젠 그 영화의 대사마저 다 외우고 다닐 지경이다. 식상하다. 이젠 “보고 또 보고”해서 아무래도 내가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 모든 열정이 다 식어버린 낡은 배우들의 연기가, 오늘도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로 재편집되고 있다.
 
참고삼아 얘기를 하자면,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 속에서 문성근은 애초에는 잘나가는 소설가였다. 정선경은 그에게 몸 바치는 팬이었다. 그 결과 문성근은 정선경과의 섹스를 소설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 가서, 이 둘의 관계는 역전된다. 영화의 말미에서는 문성근이 정선경의 '시다바리(운전기사)'가 되어 정선경의 차를 몰고 있다. 잘나가는 영화배우 겸 CF모델인 정선경을 문성근이 아주 아주 극진하게 모신다. 영화 말미의 이런 관계의 역전은 노무현과 박근혜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영화에는 그 외에도 몇 몇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정선경이 문성근을 만나기 전의 젊은 날에 ‘오만과 자비’라는 별칭을 가졌던 험악한 사내에게 당하는데, 아마도 내 생각에는 ‘오만과 자비’가 지금은 낡을대로 낡아버린 386직업정치인들을 지칭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긴 잡설을 끝내고 이제 본론을 이야기하자. 심상정의 집권은 곧 노무현과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일이 된다. 이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필자의 지난 글에서 이미 얘기되었다. 오늘 이 글은 노무현이 처벌된다는 얘기를 보다 더 자세히 해설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 때문에 작성되고 있다.
 
심상정이 ‘노무현 처벌’을 내건다는 것은 곧바로 ‘전선의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도 노무현이 악전고투하며 다시금 되살리려 하고 있는 이른바 ‘반한나라당 전선’이 허깨비임을 천명함과 동시에 민주노동당과 기존의 낡은 부르주아 명망가 정당들 사이에 놓여있는 첨예한 대립전선을 구체적으로 부각시키는 일이 된다는 얘기이다. 이 전선이 곧 ‘새로운 보혁전선’이며, 이 전선은 곧바로 한미FTA 찬반전선으로 재구성된다. 그렇다고 보면, 노무현 처벌은 87년 체제를 종식시키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노무현 처벌은 곧 87년 체제라는 ‘앙시엥 레짐’의 파괴를 불러오게 된다.

좀 더 자세히 얘기를 해보자. 우리는 이 대목에서 87년의 전사(前史)를 다시금 거론할 필요가 있다.

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 주역들은 그 당시 대선을 앞두고 3개파로 분열되어 논쟁했다.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는 이른바 ‘비판적 지지’가 가장 큰 세력을 지녔었고, 김영삼 지지 그룹인 이른바 ‘후보단일화 그룹’은 ‘비판적 지지’ 세력보다 그 규모가 작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다소 그 규모가 작았지만 백기완 후보의 ‘독자정당파’가 있었다. 87년 이후, 이 땅의 정치사는 그때 당시 이미 어느 정도는 결정되어 있었던 듯하다.

김영삼이 삼당합당을 추진한 배경에는 이 ‘비판적 지지’ 세력에 대한 열세를 극복할 수가 없었던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노무현은 독특한 사람이었다. 그의 정치적 야심이 문제적이었다. 노무현의 정치적 야심은 삼당합당을 통해서 형성된 지배블럭에 ‘태생적으로’ 가세할 수가 없도록 만들었다. 그는 경기고 출신도 아니었고 서울대 출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의 있습니다”라는 구호는 그의 필연적인 정치적 선택이었다. 그때 당시 노무현은 87년 6월 항쟁이 만들어낸 최대의 정치세력이었던 ‘비판적 지지’ 세력에 ‘정치적으로’ 간택되는 현명한 선택을 했던 것이었다. 이 얘긴 김대중이 그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그 다음은 노무현에게 그 차례가 돌아오게 된다는 하나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노무현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몇 번씩이나 이런 말을 했다. “직업정치인은 누구나 정치적이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공짜를 바라지는 않았다.” 말은 맞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 땅의 현대정치사는 어느 정도는 예정된 경로를 걸어왔던 셈이 된다. 아직 언급하지 않은 마지막 하나의 정치세력이 있다. 백기완 후보의 ‘독자정당파’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모태가 된 세력이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성격은 다소간 변질되었는데, 왜냐하면 이른바 ‘비판적 지지’ 세력의 소외된 일부가 민주노동당 내부로 흘러들어와 민주노동당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사(前史)에 대한 공부를 통해서 우리는 87년 체제의 귀결인 지금의 정당구조를 어느 정도는 독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이른바 김영삼을 중심으로 하는 ‘후보단일화 그룹’이 김대중을 매개로 했던 ‘비판적 지지’ 세력의 위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군부파쇼정권의 잔당들과 결탁해서 탄생시킨 정치세력을 모태로 하고 있다는 전사(前史)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그리고 그 분열세력들은 이른바 ‘비판적 지지’ 세력을 모태로 한 전사(前史)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 ‘비판적 지지’ 세력은 나름대로는 ‘정치적으로’ 유능했다. 대통령을 둘이나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이 두 정치적 그룹이 연일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영화를 끊임없이 재방송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비판적 지지’ 세력에 다소간 오염되어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이 두 정치적 세력과는 그 출발이 매우 다르다. 민주노동당의 전사(前史)는 백기완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정당파’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87년 체제 20년이다. 그리고 필자가 민주노동당 세 대선예비후보 가운데에서 유독 심상정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전사(前史)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권영길이나 노회찬은 ‘독자정당파’의 전사(前史)에는 다소간 걸맞지 않는 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심상정이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전사(前史)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노무현의 처벌은 이러한 전사(前史)에 대한 총체적인 정리라는 역사철학적 의미를 지닌다. 권영길이나 노회찬이 과연 노무현을 처벌할 수가 있겠는가? 말은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에게서 노무현을 처벌하는 행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런 질문은 한나라당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박근혜가 노무현에게 비난의 성격을 지닌 비판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과연 박근혜가 노무현을 처벌할 수가 있겠는가? 앞서의 전사(前史)를 살펴보면 말로는 긍정할 수 있어도 행동으로는 부정할 것이다.

박근혜가 집권하더라도 노무현의 처벌은 없다. 왜냐하면, 앞서 얘기한 ‘후보 단일화 그룹’이나 ‘비판적 지지’ 세력의 질적 차별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애초에 인물을 두고서 분열했을 뿐, 정치적 노선의 심각한 대립으로 분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오늘날 ‘정치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나라당과 집권여당의 정치적 차별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지금 집권여당에서 되살리고자 하는 ‘반한나라당 전선’의 주장은 이런 역사철학적 진실을 감추고 얼버무리는 일일 뿐이다. 87년 6월 항쟁의 전사(前史)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한나라당과 현 집권여당의 정치적 차별성을 얘기할 수 없게 된다. 다시금 반복적으로 확인해두지만, 한나라당과 현 집권여당의 분열은 여전히 인물 중심의 분열일 뿐인 것이다.

이제 ‘질적으로’ 전혀 달랐던 ‘독자정당파’의 전사(前史)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면, 심상정이 가지는 정치적 위상도 제대로 이해하게 된 셈이다. 민주노동당은 어쩔 수 없이 민주노동당으로 밀고들어온 ‘비판적 지지’ 세력의 일부에게 자신의 역사철학적 위상을 훼손당했지만, 이는 심상정이 바로잡을 것이다. 권영길과 노회찬은 ‘상대적으로’ ‘비판적 지지’ 세력과 확연한 금을 그을 수 없을 만치 우경화되어 있다. 그들은 노무현을 처벌할 능력이 없다. 그나마 노회찬이 노무현의 처벌을 말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그 말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점에 관해서 나는 의문부호를 달 수 밖에 없다. 결국 심상정이 노무현을 처벌함으로써, ‘비판적 지지’ 세력의 사멸해가는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심상정은 2007년 대선을 노무현을 탄핵하는 국민투표로 이끌어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남아있는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심상정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를 바란다. 심상정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결국 당신들의 주군인 노무현이 다치게 될 것이다. 승자와 패자는 반드시 있다. 심상정과 노무현 둘 가운데에서 오직 한 사람만 생존한다. 더불어, 노무현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요모조모 조목조목 잘 따져보기를 바란다.
 
박근혜는 노무현을 결코 처벌하지 않는다. 박근혜의 당선은 결코 노무현에 대한 심판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형식적으로는’ 열심히 말 싸움을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지겹도록 협력하고 상생해온 역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후보단일화 그룹’과 ‘비판적 지지’ 세력이 정치적 노선이 아닌, 인물 때문에 분열할 수 밖에 없었던 87년의 전사(前史)를 확인해보면,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사입력: 2007/06/08 [10:5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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