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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과 해학, 퇴계원산대놀이를 아십니까?
[김영조의 민족문화 사랑] 퇴계원산대놀이 2007 단오맞이 정기공연 열려
 
김영조
우리 겨레는 악가무를 즐겨왔다. 특히 일반 백성들은 고된 삶을 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래와 춤 그리고 놀이를 즐기던 겨레이다. 하지만, 우리의 굿거리 문화는 일제의 조선 문화 말살 정책에 의해 대부분 맥이 끊겨버렸다. 그 중의 하나가 산대놀이이다.

▲퇴계원산대놀이 공연장면 / 애사당과 왜장녀의 모습     © 김영조

중부지방에 분포 전승되고 있는 탈놀음을 대놀이라 부른다. 그 가운데 하나인 퇴계원산대놀이는 1930년대까지 남양주시 퇴계원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던 전통 민속예술이다. 어제(6월3일) “2007 단오맞이 퇴계원산대놀이 정기공연”이 있다고 해서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에 찾아갔다.

퇴계원산대놀이의 특징과 개요

조선시대 퇴계원은 교통의 중심지로 상업이 발달했던 곳이다. 옛날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는 입지 조건에 따라 도시로 공급되는 숯, 장작, 건축재, 고기, 곡식, 채소, 담배 따위의 소비재가 이곳에 모였다. 당시 100여 호의 객주와 역원이 왕숙천을 끼고 곳곳에 자리를 잡고 상업이 발달하여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붐벼 산대놀이 연희가 성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산대놀이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에 이를 꺼려 탈과 의상, 악기 등을 빼앗아 불태우는 등 문화말살정책으로 그 맥이 끊기게 된 것이다. 이것을 근래에 와서 그 뿌리를 찾는 작업이 일어나, 1990년부터 퇴계원산대놀이 복원이 추진되었고, 1997년 5월 제1회 퇴계원산대놀이 탈 및 의상복원 재연 공연을 한 뒤 현재 12과장 복원을 완료하여 활발한 전수작업과 공연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퇴계원산대놀이 공연에서 반주를 하는 3현육각 / 이호용(장고), 박현호(피리), 최명호(대금), 임영은(해금) - 오른쪽부터     © 김영조
 
퇴계원산대놀이는 조선조 보통의 서민문학과 마찬가지로 파계승, 몰락한 양반, 만신, 사당, 하인들의 등장을 통하여 현실 폭로와 풍자, 호색, 웃음과 탄식을 보여주며, 그 주제는 크게 나누어 파계승 놀이, 양반 놀이와 서민 생활상을 보여 주는 놀이가 있다.

다른 가면극 형태와 마찬가지로 음악 반주에 춤이 보태지고 노래가 따르는 가무적 부분과 연극적 부분으로 구성, 공연된다. 대사는 평범한 일상 이야기이며, 간단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몸짓과 춤으로도 많이 표현한다. 옴중춤과 취발이의 대사는 이 놀이의 대사 중 재미있는 것으로 관중의 흥미를 자아낸다.

노래는 경기민요에 바탕을 둔 선소리 계통이며, 민요, 덕담, 시조, 가사 등이 나온다. 퇴계원산대놀이의 반주악기로는 삼현육각, 곧 피리, 대금, 해금, 아쟁, 장고, 북으로 구성된다.

춤사위의 분류는 거드름춤과 깨끼춤으로 크게 나뉘고, 기본춤은 15가지로 되어 있으며, 과장에 들어가면 40여 종류로 세분되어 한국 민속무의 기본을 보여주고 있다. 연희시간은 12과장을 모두 하면 보통 5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퇴계원산대놀이 나무탈들     ©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퇴계원산대놀이의 탈은 다른 탈이 바가지탈인 것과 달리 나무탈을 쓰고 있으며, 19종 23개의 탈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산대놀이의 나무가면 16개 가운데 먹중(墨僧)탈의 뒷면에 “양주군 퇴계원리 산대도감 사용 경복궁 조영당시(楊州郡 退溪院里 山臺都監 使用 景福宮造營當時)”라고 쓰여 있어서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영건도감(營建都監)을 설치한 때인 1865년 즈음에 쓰던 탈일 것으로 보인다.

퇴계원산대놀이의 탈은 나무를 깎아서 그 위에 색을 칠한다. 이 같은 나무탈은 조형적으로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옴중, 먹중, 연잎, 눈끔적이, 취발이, 샌님 등은 코가 크고 입이 타원형으로 길게 벌어져 있으며 전반적으로 선이 둥글다. 그 밖의 탈들은 대체로 선이 곱고 사실성이 강조되어 있다.

퇴게원산대놀이와 같은 산대놀이들은 송파산대(松坡山臺)놀이와 양주별산대놀이가 있다. 송파산대(松坡山臺)놀이는 197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되었고, 현재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근처에 있는 서울 놀이마당에 전수회관을 두고 있다. 송파산대놀이는 19세기 초.중엽에 구파발본산대놀이 등의 영향 아래 성립된 별산대놀이다.

또 양주별산대(楊洲別山臺)놀이는 경기도 양주군 주내면 유양리에 전승되어 온 가면극으로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유양리에 전수회관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 퇴계원산대놀이는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퇴계원산대놀이 2007년 정기공연

▲퇴계원산대놀이 공연에서 인사말을 하는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민경조 회장     © 김영조
정기공연이 펼쳐지기에 앞서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 민경조 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그는 “퇴계원산대놀이는 예전 퇴계원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소중한 전통 민속예술이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의 탄압에 맥이 끊겼다가 1997년 5월 제1회 퇴계원산대놀이 탈 및 의상복원 재연 공연을 한 뒤 다시 퇴계원 사람들의 의해서 복원되었다. 이 산대놀이가 이제 다시 퇴계원 사람들의 삶을 꾸미려 한다.”라고 말했다.

시작 전 프로그램으로 “용마산 메아리”란 이름의 기타합주단이 기타합주와 함께 7080 노래들 들려준다. 합주단은 머리가 허옇게 쉰 사람부터 젊은 30대까지의 남녀로 구성되었다. 청중들은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한다. 그런데 본 놇이도 아니고, 전통공연도 아닌 서양문화 공연 시간이 좀 길다는 소리들이 들린다. 찬조출연도 전통문화들로만 꾸며도 충분할 텐데 아쉽다는 얘기들도 한다.

이어서 참무용단의 젊어서 싱싱한 몸짓이 열린다. 그들의 춤은 전통이지만 약간 퓨전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풋풋한 아름다움과 힘찬 동작이 펼쳐지기도 한다.
 
▲참무용단의 무용 모습     © 김영조
 
드디어 산대놀이가 시작한다. 12과장을 다 공연할 수가 없기에 이번에도 제6과장 ‘애사당놀이’와 제7과장 ‘팔먹중놀이’ 가운데 ‘노장춤’ 마당을 보여준다. ‘애사당놀이’에선 왜장녀의 익살스러운 배꼽춤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애사당의 승무춤도 일품이다.

승무춤을 출 때 확성기로 들리는 북소리는 실제 전수자 이호용 씨의 장구에 의한 연주인데 애사당의 연희와 장구의 호흡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마치 전통춤 승무의 공연을 직접 보는 듯한 흥분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팔먹중놀이’ 가운데 ‘노장춤’은 늙은 중이 속세의 여인들에 반해 파계하는 내용이다. 무언극 형식이지만 누구나 내용은 쉽게 짐작할 만하다. 삼현육각 중 전수자들인 이호용(장고), 최명호(대금), 박현호(피리), 임영은(해금) 씨들의 연주에 노장춤의 무대는 흐드러진다.
 
▲퇴계원산대놀이 공연 장면 / 왜장녀의 익살스러운 모습     © 김영조
  
▲퇴계원산대놀이 공연 장면 / 노장중이 가사를 집어던지는 장면     © 김영조
 
산대놀이가 끝나고 두 전수자들이 나와서 기본춤사위 “백이기”를 선보인다. “백이기”에는 경사위, 너울잡이, 엇새기깨끼, 멍석말이, 양발치기깨끼리 따위의 15까지 춤들이 있다. 이것은 관중들에 대한 분명한 애정이다. 그저 보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본춤사위를 보여줌으로써 관중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하려는 퇴계원산대놀이보존회의 세심함이다.

마지막 찬조출연으로 ‘또랑광대’ 공연을 보여준다. 국어사전에서는 또랑광대를 “판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으로 풀어놨지만 실제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예전엔 누구나 소리를 즐겼고 마을마다 잔치를 벌이면 춤과 소리가 꼭 있어야 하기에 곳곳에 소리꾼은 있었다. 이들은 전문예인들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흥을 돋우어주는 마을의 소리꾼이다.

그래서 보통 소리가 능숙하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전문소리꾼도 그들 속에서 나오기 때문에 소리를 못하는 사람이기보다는 마을의 소리꾼이라고 해야 한다. 또랑광대는 ‘선녀와 나뭇꾼’이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익살을 석어가며 소리를 한다. 그런데 원래 또랑광대는 시간과 장소에 맞는 즉흥 사설일수록 청중들의 호응은 큰 법인데 그런 점에서는 아쉽다는 소리도 들린다. 
 
▲퇴계원산대놀이 공연 뒤 두 전수자들이 나와서 기본춤사위 “백이기”를 선보인다.     © 김영조

퇴계원산대놀이 정기공연은 공연 전체를 아우르는 사회자가 없고, 그에 따라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문제는 있었다. 하지만, 진짜 마당놀이에 걸맞은 흙 마당에서 그들은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되어가며, 온 몸을 던졌다.

▲관중 하나와 함께 소리를 하고 있는 또랑광대     © 김영조
 
시골의 한 면사무소 소재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로지 고장의 전통 민속예술을 되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뙤약볕 속에서 짙은 땀을 그들은 흘린 것이다. 언론의 조명도 받지 못하는 작은 공연이었지만 훌륭한 그리고 의미있는 공연이었다.‘라는 게 지켜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칭찬이었다.
기사입력: 2007/06/04 [22:5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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