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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제2의 조승희 우리나라엔 없을까
차별과 무관심으로 얼룩진 이주민 자녀, 국가인권위 대책마련 시급 지적
 
박지훈   기사입력  2007/05/23 [20:55]
최근 세계를 경악케 만들었던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이 사건은 개인 정신 질환 차원을 넘어 이주민과 그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얼마나 큰 피해를 낳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렇다면 한국에 온 이주민과 그 자녀들은 어떨까. 국내에 정착한지 5년이 지난 새터민 김은주씨(동국대 2학년)는 “같은 언어를 가진 같은 민족이 사는 나라임에도 정착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주위에서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자꾸 내려오나’라는 반응까지 보여 힘들었다”고 말했다.

몽골 이주 노동자 자녀인 오랑거(여·15)는 아이들의 심한 놀림과 따돌림, 심지어 계단에서 밀려 앞니가 부러지는 등의 차별을 경험했다. 그는 “내가 왜 몽골에서 태어났을까. 차라리 한국이나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50만·새터민 1만·국제결혼 총 결혼 100명 가운데 13명
한국 사회 주류지만 소수자로써 편견과 차별 시달려


현재 국내에는 50만 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 있으며 새터민 또한 1만여 명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국제결혼 증가로 국제결혼가족 자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5년 국제결혼은 총 결혼 건수의 13.6%로 100명 가운데 13명이 외국인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미 한국 사회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도 소수자로서 오랑거양과 김씨 같은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2일 서울 명동 이비스 호텔에서 개최한 ‘2007 한국의 이주민 자녀 인권 현주소’ 포럼 발제에 나선 이강애 교감(재한몽골학교)은 “한국 사회에는 이미 다수의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자라고 있음에도 이들은 편견과 차별로 인한 소외감 및 열등감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수결혼 이미자 가족지원센터 이현선 소장은 “국제결혼가족 자녀들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태어났으나 한국 사회에서 방치되는 여건에 처해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 방치와 교육당국의 무관심이 자녀들의 장래 문제까지 고민할 여력이 없는 국제결혼가정에 현실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서울 명동 이비스 호텔에서 '2007 이주민 자녀의 인권 현주소'라는 주제로 제3차 이주인권포럼을 개최했다. ⓒ 박지훈 /에큐메니안
한건수 교수 “다문화 사회 관련 정책 외국 모방 수준에 그쳐”

이주민 자녀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 원인에 대해 조명숙 교감(여명학교)은 “사람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차별을 낳는다”고 말했다. 새터민들을 동정으로 대하다 문제가 생기면 분리해 특별하게 관리하는 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것. 조 교감은 “새터민 분리 정책은 사회구성원으로의 진입을 막고 주류에서 밀려나게 할 수 있어 사회 통합적 관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주민 자녀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이 잘 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건수 교수(강원대 문화인류학)는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다문화 사회 관련 정책이나 논의들은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이행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외국 수준 정책적 고민이나 이슈를 모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류혜정 변호사 “이주민 자녀에 대한 법제 정비 최우선 과제”
이우영 교수 “이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 파악부터”

이주민 자녀들에 대한 차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류혜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다문화가정 아동에 대한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명문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제를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우영 교수(북한대학원 대학교)는 “국내 적응 단계에서 청소년이 겪는 문제를 분야별로 정확히 조사하고 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어떤 수준에서 이뤄지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 차별과 편견이 계속된다면 제2의 조승희 사건이 국내에서 재연될 수 있다. 또, 이들에게 던진 차별은 우리 후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포럼에 앞서 이강애 교감이 던진 말이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이미 남의 일, 국가가 해결해야 할 정책이 아닌 내 일로 다가온 것은 아닐까.
* 본 기사는 개혁적 기독교 인터넷언론인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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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23 [20: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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