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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조승희, 그는 왜 총을 들었을까
[정문순 칼럼] 대한민국의 집단 사죄의식, 계층간 이동 막힌 현실 반영
 
정문순
조승희 씨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미국에 미안해하는 태도는 사대주의가 아니다. 이주민의 자식이 엘리트가 되기 힘든 한국의 현실에서는 자연스러운 여론일 수도 있다.

한 재미교포 대학생의 총기 난사 참극으로 떠들썩했던 10여 일이 지나갔다. 사건의 장본인 조승희 씨가 범행 실행 이전에 찍었다는 영상물이 나타나고 주변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참극을 나름대로 해석해보려고 한다. 이 중에서 이민자의 미국 사회 부적응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건 가장 일반적인 관점일 것이다. 주변이 알려주는 조씨의 생전 행적이나 그가 남긴 영상물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또는 '자식 농사'에 대한 열망이 큰 해외교포들의 일반적인 성향을 조씨의 범행과 연관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들이라서 부모의 기대에 따른 압박감이 특히 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이런 해석들은 조씨가 이민자이고 한국계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서 그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배경을 살피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
 
한국인에 초점 맞추는 여론
 
그러나 한국 여론은 한국 출신 이민자가 감당했을 사회적 갈등보다, 참사를 일으킨 장본인이 한국인 핏줄이라는 당혹감에 집중하고 있다. 조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을 뿐 어린 시절 미국에 건너가 줄곧 성장했음에도 한국 사회는 그를 기꺼이 같은 한국인으로 대접한다. 총 들고 '설치는' 것이 지극히 미국적인 사건이지만, 태어날 때 한국인이면 평생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따라붙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조승희 씨 관련보도. 사건의 배경이나 사회적 문제는 도외시 한 채 희대의 살인마로 묘사하고 있다.     ©조선일보 4월 20일자 PDF
 
미국 영사가 사과 발언을 입에 담고, 한국 여론이 미국에 미안해하며, 언론이 조씨 관련 취재에 열 올리는 것은 한국인의 이런 민족주의 성향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남의 땅에서 일으킨 사건으로 치부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미국에 죄스러운 심정이 들 리 없다.
 
그러나 미국에 미안해하는 마음의 바탕에는, 조씨를 한국인으로 보는 사람들의 인식 말고도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분명 깔려 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이민자 집안 출신이면서 명문대학생인 조씨와 같은 존재가 한국 땅에서 희귀함을 아는 사람들은, 조씨가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이유를 이해하는 데 인색하다.

가난한 집안 자식도 엘리트가 되는 길이 열려 있는 미국 사회에 감사해 하기는커녕 분수를 모르고 어이없는 비극을 저질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회 주변부인 이민자의 자식에게 기회를 준 미국 사회에 총질을 해댔으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무리가 아닐 수 있다. 미국에 죄의식을 느끼는 심리의 밑바닥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하는 미국과는 동떨어진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큰 나라에 납죽 엎드리는 사대주의로 치부되기 쉽지만, 그만큼 한국 사회가 계층 이동의 기회가 갈수록 막히는 불합리한 사회임을 입증한다. 극히 예외가 아닌 다음에야 자식이 부모의 부와 빈곤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한국 사회에서, 조씨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이 촉망받는 엘리트로 성장한다는 것은 갈수록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 당장 한국에서 이민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사람이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만 생각해보아도 이민자에 대한 한국과 미국 사회의 대우는 더욱 하늘과 땅 차이임을 알 것이다. 하인즈 워드와 같은 존재는 한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한 미국 시민권자의 총기 난사 참극은 한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이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죄책감에 가려진 사실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죄책감에 치우치는 태도는, 조씨를 배부른 자로 치부할 뿐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살피지 못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무엇이 그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갔는지는 가족들도 모른다고 했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엘리트라는 처지가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한국 사회가 개천에서 용은 아니더라도 이무기라도 나올 수 있는 곳이라면 조씨의 비극은 이 땅에서 좀 더 친절한 접근이 가능했을 수 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처지이면서 그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가 아니라, 그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살핌의 자세로.
 
* 본문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 <경남도민일보> (http://www.dominilbo.co.kr) 4월 30일자에도 실렸습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07/05/03 [23:5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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