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또 일을 벌였다. 삼성은 그동안 무노조 원칙을 내걸면서 노조활동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강제 해직시키고, 이를 항의하는 해고자의 아내에게 마져 협박을 일삼았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노조위원회선거에 회사가 부당개입하여 이에 노동자가 항의하여 분신을 시도하는 등 '무노조 원칙의 악명'을 드높였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6여년이나 열심히 일해 근골격계 질환을 얻은 여성노동자 마저 산재불인정과 강제사직으로 절망에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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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광고 / 2천 4백만 여성들을 응원하겠습니다는 삼성은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노동자의 청춘을 빼앗고,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
'전 이십대 중, 후반을 꽃다운 청춘을 아니 인생을 삼성 때문에 완전히 말아먹었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목과 어깨, 두통까지.. 눈은 아파 안약을 넣지 않고는 안경을 끼지 않으면, 제대로 뜨고 있을 수도 없고, 다리와, 무릎, 등, 허리 팔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
이글은 93년 삼성SDI에 입사하여 구조조정에 의해 98년사내기업(하청노동자)으로 재입사 뒤, 99년 8월 '몸이 아프고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사측의 사문서위조에 의해 강제해고를 당한 여성노동자 김명진씨(29)가 삼성SDI부산공장 남문에서 1인시위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호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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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씨는 언양소재의 '백인정형외과'에서 "근막통증후군", 울산소재 '동강병원 재활의학과'에서도 "근막통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은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이란 오랜 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불편한 자세로 단순반복 작업을 할 경우 이로 인해 어깨결림이나 요통 또는 목과 허리, 팔다리의 신경근육 이상 등이 나타나는 직업병을 말한다.
일못하믄 나가라?!
김명진씨는 사내기업(하청노동자)으로 입사 후 98년 12월경에도 온 몸에 심한 통증과 함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너무 고통이 심해 조퇴를 하려고 해도 회사측에서 허락해주지 않아 어깨를 드러내 보여주고선 조퇴를 할 정도로 회사에서의 복지가 엉망인 상황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 당시에도 자주 조퇴해 병원을 다녔다고 한다.
김씨는 이 같은 고통이 계속되고 심각해진 상황에 이르자, 고통을 참을 수 없어 99년에 산재1차 요양신청을 했다. 하지만 회사측에서는 정당한 이유없이 불승인했다고 김씨는 주장한다.
"같은 유의 작업장에서 유사증상이 많이 발생한다든가 타 직종에 비하여 발병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산재로 단언할 수 없습니다." "주치의 소견상 증상이 범발생성으로 주로 자각증상에 의존하며, '근전도', 'CT' 소견상 정상소견이며 재해경위 상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어 불승인함" (99년 당시 공단측 자문의 소견)
공단측 자문의 소견에 대해서 산재전문병원인 원진녹색병원 노동건강연구소 임상혁소장은 "근골격계 질환이라는 것이 'CT'나 '근전도', 'MRI', 'X-RAY', 피검사 등 어떤 검사를 해도 정상소견이 나온다"라며, 공단측 '자문의'의 진단 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증상을 파악할 수 없는 방법을 선택해 환자를 정상인으로 결론낸 것이다.
산재불승인 이후 회사측에서는 "일 못하믄 나가라"라며 사직을 강요하여 김씨는 강제로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사측에서 서류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산재불승인과정에서 있었던 회사의 자사이익주의가 나온다. 사람이야 어떻게 됐던 상관없이, 최고의 이윤만 추구하면 된다는 사고방식과 '일못하는 사람은 필요없으니, 서류를 조작해서라도 쫓아내겠다'는 회사의 뒷공작이 있었던 것이다. 김씨의 호소문에 따르면 "'과장이 네 것을 고쳤다더라 반장들이 아님 직장이 고쳤다더라'라는 소리를 매 고과철마다 들어야 했고, 그 중 같은 반 반장은 선배여사원의 말만 듣고 시도 때도 없이 저에게 찾아와 이렇게 좀 해라 저렇게 좀 해라라며 사람을 괴롭혔습니다.'고 전한다.
이렇게 산재인정도 받지 못하고, 일자리까지 잃은 김씨는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회사를 나온 후 2달 동안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겨우 밥만 챙겨먹고는 또 다시 잠을 자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산재인정 절대 할 수 없다.
김씨는 이후 2002년 5월 22일 재차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산재요양신청을 하였으나 6월 18일 결과는 반려였다. 자문단에서는 반려이유로 "4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막통증후군'이 아니다. '근막통증후군'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일해서 아플때는 검사방법을 달리해 산재로 인정하지 않고, 4년이 지났으니 일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픈건 회사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임상혁소장은 "김명진씨 몸상태가 안좋은 이유는 작업현장사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작업환경의 문제와 작업내용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초일류기업이라는 삼성전자계열사인 삼성SDI작업환경이 서울변두리에 있는 영세한 사업장보다 이렇게 못할 수 있느냐"면서 분노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근골격계질환은 단순히 김명진씨만의 일이 아니다. 연합뉴스 6월 23일자에 의하면 민주노총이 지난 3월부터 5월말까지 금속과 보건, 화학, 건설 등 4개 업종 사업장 80곳 조합원 1만632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질환 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1.6%가 이같은 증상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이어 기사에서는 "산재보험으로 인정받은 근골격계 질환 근로자가 최근 4년사이 무려 961%나 급증하는 등 근골격계 질환은 노동자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위험한 직업병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심각한 근골격계 질환은 우리나라 노동 현실에서는 '산업재해'로 인정되어야만 하는 그런 중요한 질환이 됐다. 단순히 산업재해가 근무현장에서 떨어지고 다치는 수준에서 벗어나 무리한 단순 반복적 업무와 잘못된 근무환경이 '환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골격계질환은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예방을 위한 법적 기준 또한 미비해 김명진씨와 같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난 미래가 없으니, 내가 이길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항의를 하는 김명진씨에게 삼성측은 "산재로 인정되지도 못한 사안이며, 사내기업으로 분사된 것이기 때문에, 삼성측에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선 삼성SDI측의 구조조정에 의해 입사한 것이고, 전적인 책임은 삼성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명진씨는 호소문을 통해 "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병에 시달리며 살아온 5년 세월, 그리고 이제 만성이 되어버려 집안 일조차 힘겨워하는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아니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변화 없는 삼성SDI의 작업장(...)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며 지금의 산재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이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씨의 투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개선이 없는 ITC고정작업장(김명진씨가 전에 일하던 사업장)의 작업환경 아래서 일하고 있는, 김명진씨와 같은 증상과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를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일반노동조합(http://www.samsunggroupunion.org/)은 7월15일부터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앞에서 현대자동차노조 근골격계 직업병관련 근로복지공단 항의집회와 연대하여 울산지역 제 단체들과 함께 김명진씨에 대한 근로복지공단 산재요양 반려문제를 규탄하고 계속적인 항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김명진씨도 계속해서 삼성SDI 공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해나갈 예정이다.
몸이 아파서 그녀는 울고, 삼성에 분노해 그녀는 운다. 삼성일반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김명진씨의 글에는 그녀의 절박한 상황이 그대로 나타난다.
'울 엄마 언제까지 회사하고 싸울꺼냐고 물으시는데, 내 그랬지 "엄마 난 미래가 없어. 이젠 만성이 되서 내가 안아프다 생각을 해도 몸이 먼저 아프다 그래 내가 웃으면서 밝게 행동하니까 아닌 줄 알지? 그게 아냐 엄마 걱정할까봐 내색을 안 하는 것 뿐야 난 아파서 미칠 것만 같아 머리고, 어깨고, 눈이고, 허리, 등, 팔, 손, 다리, 무릎, 발 엄마 나 안 아픈데가 없어." "엄마 난 미래가 없어서 끝까지 내가 이길 때까지 싸울 수 밖에 없어. 한3~4년 아니 5년이 넘게 걸릴지도 몰라 그래도 난 할 수밖에 없어. 왜? 난 미래가 없거든 그래서 싸울 수 밖에 없어." 울 엄마한테 얘기한 그대로다 난 미래가 없다.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다. 아님 내가 죽는 수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