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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의 단식, 정치인임을 증명한 것
[비나리의 초록공명] 그가 즐거운 정치, 의미있는 족적 남기기를 바라며
 
우석훈   기사입력  2007/04/24 [15:47]
천정배,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다. 한미 FTA는 쉽게 이해하기도 어렵고, 자신의 언어로 이 사건을 풀어내기는 더더군다나 힘든 일이다.
 
천정배가 단식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일종의 돌발 변수가 생긴 셈인데, 나름대로 그가 25일간 단식을 했던 것은 그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에 대한 한 단면을 보게 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천정배가 지혜로울까? 그런 것 같아보이지는 않지만, 지혜만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정치인에게는 그렇다.
 
그는 돌파를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가 정치인임을 증명한 셈이다. 
 
▲25일에 걸친 천정배 의원의 단식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야...     © 독자 에큐메니안 제공

나도 그렇게 많이 단식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오랫동안 단식하는 사람들을 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배운 것 하나는, 단식하면 그 이전에 비해서 뭔가 배우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지율 스님의 경우가 그랬고, 또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의 경우도 그랬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천정배도 뭔가 배운 것이 있을 것 같고,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천정배는 물론 민생정치준비모임에 있는 사람들 모두 재선이 힘든 상황이다. 지금 그렇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민생정치준비모임에 있는 국회의원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 모두 정치인이 아니던 시절에 알게 되었고, 10년 이상 알았던 사람도 몇 사람이 있다. 그 시절에 그들이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는 나도, 본인들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미리 나한테 조언을 구했더라면 민생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도록 조언을 했을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민생이라는 단어는 안 쓴다. 중국 국민당의 쑨원의 3민주의에서 나온 말... 약간 낯뜨겁기는 하다.
 
아주 개인적인 시간으로만 평가하자면 민생정치준비모임에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에이스들이고,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데에 전혀 지장없는 사람들이다. 어디 가든지 자신의 몫은 할만한 사람들인데, 대부분 초선들이라서 정치신인 취급 받는 것이 곁에서 보는 내 입장에서는 좀 신기하기도 하다. 아니 ‘피투성이’ 이계안이 신인이라는 소리를 듣는단 말이야? (10년 전 우리끼리 통하던 이계안의 별명이 피투성이였고, 그가 내 첫 번째 직장의 상관이었다...)
 
천정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본 천정배는 영특은 해도 영민해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단식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기를 바란다.
 
워낙 양아치들이 할 일 없어서 결국 하는 것이 정치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에서, 그렇지 않은 지도자 한 명이 늘어난다는 것을 즐거운 일이다.

그가 즐거운 정치를 하고, 그래서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기를 바란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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