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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가슴멍들게 하는 대구지역 어르신 언론들
'대구 지하철 유가족을 '폭도'로 모는 대구매일신문
 
서태영   기사입력  2003/03/26 [00:52]
"살아있음의 유일한 증거는 우리가 밖으로 피해버린 사이에 안에서 불타버리곤 하였다."
(김중식-죽음의 한 고찰에서)

대참사는 모질다. 살아있던 모든 것들이 불타버렸다. "누구나 인간은 물에 젖고 불에 탄다." 누구나 인간은 한번 죽는다. 낡은 것들이 불타지 않은 대구에서 죽음을 수습하는 인간들은 두번 죽는다. 2.18 우리들의 죽음, 절대의 파멸이 있었다면 절대자의 파멸이 있어야 사태는 수습 가능하다.

문제되는 것들은 말썽을 일으킨다. 위태위태하게 보였던 매일신문이 급기야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멱살이 잡히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지방언론을 키우고 살리자'던 지역 유력지가 창사 이래 초유의 치욕을 경험한 것이다. 사세확장용 지방언론 살리기 캠페인의 결과치고는 뜻밖이었다.

<지방언론 키우자①> 지방분권의 '눈'
<지방언론 키우자②> 거대신문의 폐해
<지방언론 키우자③> 위기의 지방신문
<지방언론 살리자④> 위기의 지방신문
<지방언론 살리자⑤> 지방방송의 위기
<지방언론 키우자⑥〉외국 사례와 육성방안

대구지하철 희생자 대책위(실종자, 사망자, 부상자 대책위 연대모임 위원장 윤석기)는 폭도와는 거리가 멀다. 천사의 군대로 통한다. 바쁜 그들이 가는 곳마다 주류사회는 쑥대밭이 된다. 지극히 당연한 주장을 하는 위험사회의 희생양들이 주류사회의 눈에 가시 같은 존재들로 분류되는 것을 굴종의 삶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피할 도리가 없다. 군사나부랭이들이 광주민주화항쟁의 시민을 폭도라고 불렀던 것처럼 대구의 윤똑똑이들도 지하철 희생자 유족들을 폭도란다. 민완 뉴스게릴라 하니리포터 김용한 기자의 카메라는 그 어처구니 없는 대구 주류사회의 기관장들이 회동하는 장면을 담았다. 듣고 보니 가관이었다.


참사 뒤 대구의 모든 권력기관은 경찰병력이 비호한다. 매일신문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신문사를 항의방문해 전경과 대치중인 희생자대책위 윤석기 위원장.


<정재완 사장은 "일단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법을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초법자가 너무 많아졌다"는 등의 말을 이었고 "이 세상 어느 나라에 술 취한 주정꾼이 파출소에 들어가 컴퓨터를 부수는 세상이 어디 있냐"며 "미국 같으면 총이라도 맞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김용한 기자

매일신문 사장 정재완 신부(니꼴라오)는 사고 수습과정에서 증거인멸, 시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조해녕 시장을 염두에 둔듯,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기관장들끼리) 잘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범죄 혐위자를 감싸안고 나서다니! 조해녕 시장이 장발장의 후예란 말인가. 정재완 신부는 장발장에게 호의를 베푼 미리엘 신부로 착각하지 말라. 한총련을 주사파로 매도했던 박홍총장의 친구일 따름이다. "니꼴라오야, 너 거기-해체된 관계기관 대책회의- 있었느냐!"

일찌감치 피신했는지 신문사가 책임추궁을 받는 자리에 신부사장님은 없었다. 사고 뒤 한달 넘게 신문사 책상을 지키던 기자들의 수고는 사장님 망발에 잊혀졌다. 매일신문사를 항의 방문한 윤석기 위원장은 사장을 대신해 기다리고 있던 경영진과 가진 대화에서, 조해녕 대구시장이 3월 6일 이전에는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가,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게 된 배경에 대구·경북지역 발전협의회의 창립을 지적했다. "대구·경북지역 발전협의회는 지하철 참사 후 조 시장을 비호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지역 기관장들이 만든 조직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윤위원장은 매일신문에 대해 쌓인 불만을 속속 들어내었다. 대구지하철 사고수습 중앙특별지원단장(김중양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이 인정사망위 구성 때 정치권 압력을 받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 요지는 이재용 전 남구청장이 인정사망 심사위원이 되는 것을 막도록 김중량 중앙지원단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쪽 인사로는 강아무개 의원을 지목했다. 윤석기 위원장은 조만간 한나라당 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강아무개 의원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로마 교황청에도 정신부의 품행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경북혁신위원회가 발족한다(매일신문)는 보도가 나올 때부터 의심을 받았다. 지역을 망친 장본인들이 지역혁신을 빙자해 결성된 이 모임은 불순한 시기에 태동했다. 이 모임의 단기성과는 조해녕 시장 비호와 지역분열, 사고 수습의 장기화였다. 이 기구는 매월 한차례 정례모임을 갖고 지역현안과 지역발전 방안을 논의하기로 해놓고 지하철 참사관련 공안회의를 했다.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단골메뉴는 본래 그런 것 아니었던가. 대구·경북지역 기관단체장들은 평소에는 따로 놀다가 지역 경쟁력 제고와 지방대 육성, 경제활성화를 위한 ‘대구경북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지하철 참사 축소은폐 조작에 가담했다. 언제 그들이 남이었던가.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재현하려고 모였던가? 정재완 사자의 망발은 바로 이 자리에서 터졌다. 부랴부랴 모임을 결성한 본심이 탄로난 것이다. 누굴 위한 지역발전협의회인가?

모임의 가담자들은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지사, 강황 대구시의회 의장, 신상철 대구시교육감, 도승회 경북도교육감, 이병진 경북지방경찰청장, 이외수 국정원 대구지부장, 김달웅 경북대 총장, 이상천 영남대 총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김경식 대구가톨릭대 총장, 노희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김극년 대구은행장, 정재완 매일신문사 사장, 이병순 KBS대구방송총국장, 이길영 대구방송사장이었다.

조해녕 시장의 사퇴 없는 사태 조기수습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몰랐단 말인가.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일선 검찰에서 잡범을 고문수사해서 타살한데 책임을 지고 용퇴를 했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시장이 민선이라서 계속해서 임기를 채워야 한다면 차라리 무책임한 지방자치를 회수해 가라고 말하겠다. 조해녕 시장을 비호에 열성인 지역발전협의회는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이런 기구를 가동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낙후성의 표현이다. 관계당국은 의심받는 자리에 참석한 고위공직자를 마땅히 문책해야 할 것이다.

매일신문사 임직원들의 얘기로는, 정신부의 평소 언행으로는 그런 말을 할 분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매일신문사는 항복문서에 가까운 사과문을 발표했다. 만 하루를 넘는 대치과정을 거친 뒤 나온 공식 반응이었다. 매일신문은 수일 내로 부사장이 중앙로역사에 방문해 유가족들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약속하고나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사장의 발언파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매일신문의 엄청난 결속력은 조해녕 시장의 대구시와는 비교대상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유가족에게 멱살이 잡히고 볼기짝마저 얻어맞아도 속수무책이었던 대구시와는 확연히 달랐다. 친구의 죽음을 핑계로 줄행랑을 놓은 사장 신부의 비겁한 처신과 달리, 조직의 수장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 임직원의 응전은 살아있는 조직의 모습 그대로였다.

"본인이 대구·경북 발전협의회 모임에서 평소 우리 사회의 질서 문제를 토로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들 중 일부 신문에 보도된 발언 내용은 내용 그대로이며, 일부 발언 중에 지하철 참사 유가족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릴 본의는 없었으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지역언론사는 낡은 방식대로 동업자 의식을 발휘했는지, 내부검열에 걸렸는지, 매일신문 사장 발언파문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 중요한 뉴스를 대하는 지역방송사의 태도는 카메라를 회수하고 싶을 정도로 무책임했다. 항의 방문이 있던 날 방송사의 카메라는 출동하지 않았다. 예고된 사건이었는데도 말이다. 매일신문 사장 발언파문 소식을 전한 영남일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장님이 대구지역 발전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kbs, 대구방송는 비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빼주더라도, ‘지방에 대한 서울의 종속구조 탈피’를 명분으로 지역언론 자주성을 주창하고 있는 대구문화방송마저 동업자 의식을 발휘한 것은 지방언론의 따라지성과 종속성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자 현장취재가 확인되었던 연합뉴스는 기사를 고의로 누락시키지 않았는가 의심을 사고 있다. 지역언론의 역량이 신문사 사장님 봐주기로 날이 새버렸다. 그들은 뻔뻔스럽게도 낙종경쟁을 했다. 우리 살아있음의 증거치고는 부끄럽지 않은가.

한편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는 대구지역 사회의 여론과는 동떨어지게도 대구 지하철 참사 관련 보도 공로로 매일신문사에 상장을 대부분 바쳤다. 논공행상에 불신을 받을만한 기자협회의 공정하지 못한 수상작 결정이었다. 지하철 참사보도와 관련한 대구지역 사회의 매체비평계는 영남일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 필자는 하니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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