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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은 '선생 김봉두'를 단체관람하라
교원들이 지켜내야 할 것은 교육자로서의 명예다
 
권태윤   기사입력  2003/07/08 [16:58]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발표한 ‘교육자치와 일반지방행정 연계강화 및 시범자치’ 방안을 골자로 한 ‘지방분권 로드맵’에 따르면, 이르면 2005년부터 고교 평준화 실시여부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등을 시·군·구 등 각 기초 자치단체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고, 30여만 명에 달하는 초·중등 교원의 신분이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 혁신위 관계자는 그 배경에 대해 “초·중등 교육을 교육관계자가 독점하는 틀을 깨고 주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혁신위는 이를 위해 늦어도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 등 관련법 개정작업을 한 뒤 2005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철통밥그릇 지키기, 교육단체들의 강경한 목소리는 국가직 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함일 뿐인가?
교총은 이에 대해 ‘교원 지방직化 철회’를 요구하며 행정자치부를 항의 방문했고, 앞으로 40만 교원 서명운동, 대규모 도심 집회, 교ㆍ사대 학생 연대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교총은 “임용, 전보권 등 자기권한 확대에만 집착, 교원 지방직化를 찬성하는 교육감을 대상으로 차기 교육감선거에서 낙선운동을 강력히 전개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일반 행정학자 일변도의 지방이양추진위원들이 지방분권이라는 명분에만 집착, 교원 신분문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제2의 교원정년단축 파동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임은 뻔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정부혁신위도 이런 반응을 미리부터 짐작했는지 “교육행정에 대한 주민 참여 확대와 교육서비스 향상이 핵심이기 때문에 교원들이 끝까지 지방직 전환을 반대할 경우 국가직을 유지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퇴 여지를 남겼다.

교총은 교원의 지방직화 반대 이유로 “교육자치제가 확고히 자리를 잡기 전에는 교육의 독립성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교원지위 하락 및 사기저하로 이어져 교직안정을 해치고 교육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것을 내세운다. 또한 “교육의 지역간 균형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교원처우 등 교원관련 정책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면 재정 충실도에 따라 지역간 보수 및 교육환경개선의 격차가 심화될 것이고 당연히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중앙 정부가 교원양성기관을 관할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교육공무원이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지역별로 교원수급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되므로 교원 수급상의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교총은 “교육공무원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하여 정규 교원보다는 비정규직 교원(기간제 또는 계약제)의 임용을 확대하는 단초가 될 것”이며, “시·도간 교육공무원 인사교류가 제한되거나 더욱 어려워져 각종 민원이 끊임없이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반대이유에도 불구하고, 그간 ‘교육부 무용론’까지 제기할 정도로 교육 자치를 주장하던 교육단체가, 자신들의 신분을 언급한 부분에서만큼은 이처럼 강경한 자세로 나오는 것은, ‘철밥통’으로 일컬어지는 국가직 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고수하려는 ‘제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나라가 망하지 않는 다음에야 신분에 걱정이 없는 국가직 공무원에 비해 자치단체별 재정 상태나 자치단체장의 성향이나 역량에 따라 보수나 근무지 이동, 연금 등 여러 가지 점에서 불안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교육수요자들에겐 중요한 교육인권 문제나, 교육현장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수동적이던 단체가 자신들의 신분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쟁적으로 나오는 모습은 보기에도 별로 좋지 않다.

정부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일삼는다고 전교조를 비방하길 좋아하는 교총의 기존 입장과 노선을 생각하면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 교총은 무조건 반대이유만 열거할게 아니라, 일단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그것이 지닌 장점도 인정하면서 사회적으로 합리적 공론화를 유도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아울러 그것이 진정으로 교육자치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 논의를 거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은 반대일변도의 주장은 이기적인 모습으로만 비친다.

▲영화 '선생 김봉두' 포스터 /  '선생 김봉두'에서는 '촌지선생'에서 진정한 '교육자'로서 거듭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리는 '선생'이 아닌 교육자로서의 명예를 느낄 수 있는 '선생님'이 이 시대에는 필요하다.   ©(주)좋은영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도 말했고 에리히 프롬이나 프로이드도 주장했듯 물론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다. 누구나 자기 몫을 먼저 생각한다. 남을 위한다는 행위에서도 자기만족을 생각한다. 하다못해 자녀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모성애에도 이기심이 들어있다. 개인이 이런데 그런 개인들이 모인 집단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성스러워야 한다는 종교집단이나 교육집단 역시 앞에서는 ‘공적인 대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마련이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번 민주노동당사 이전식에 참석해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1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800만 명이고, 최저 생계비를 겨우 받는 노동자도 60만 명이며, 이 외에도 40만 명의 이주 노동자가 있고 우리는 이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집단이든 그것이 물론 자신들의 권익, 즉 권리와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들과 비교할 수 조차 없는 어려운 여전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아픔을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오로지 자신들의 신분상 권익을 지키기 위한 반대일변도의 주장과 투쟁협박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한다. 교육자로서 진정으로 지켜내야 하는 것은, 신분안정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명예다. 정부역시 “교원들이 끝까지 지방직 전환을 반대할 경우 국가직을 유지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무책임하고 소신 없는 발언을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지방직 전환을 주장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소신 있는 설명을 해줄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 필자는 '좋은 글을 통해 우리를 생각하는 PEN21사이트( http://www.pen21.com/ )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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