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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한목소리, '네덜란드 모델' 거부
노동계 비정규직 증가우려, 재계 경쟁력 약화 등으로 반대
 
홍성관   기사입력  2003/07/06 [22:02]

▲경제자유특구의 도입 등 세계투기자본의 무차별 침투앞에 속속무책인 국내 자본-노동시장에 네덜란드 모델 도입은 독인가 약인가?     ©참세상방송국
정부가 향후 추구할 노사정책의 틀로 네덜란드 모델의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가 모두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논란의 불씨는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지펴졌는데, 이 실장은 지난 2일 청와대 소식지에서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을 언급하고 4일에는 중기협 중앙회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 모델의 도입을 거듭 강조했다.

 이 실장의 입장을 요약해보면, 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이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하며 결정권은 사측에 있되 노측의 의견을 반영하는 협의 수준의 경영참여를 수용하자는 것이다. 또  노사정위원회를 강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착시켜 지금의 경제적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 총회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럽식 경영참가 요구는 비현실적인 것이라며 반발했고, 노동계도 노사간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현실에서의 성급한 네덜란드 모델 도입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희생을 확대 시킬수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네덜란드 모델이 대체 뭔데..

논란이 되고있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은 1982년 노사정이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고용을 최대한 증대시키기로 한 바세나르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이전의 '네덜란드 병'이라 불리던 고질적 노사문제를 개선해나가면서 주목받은 모델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사회경제위원회(SER)와 같은 노사정협의체를 구축하여 경제노동정책을 노사정이 협의하여 결정하고,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반면,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늘려서 실업을 줄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노조의 제한적 경영참여를 허용하는 것을 덧붙이고 있다.

 정부의 네덜란드 모델 도입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데에는 근래의 연이은 파업 등 노사갈등이 심화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고, 그것이 국내 경제에 직, 간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네덜란드 모델 논쟁, 뭘 가지고 싸우나

네덜란드 모델 중 노사정 위원회의 강화에 대해서는 노동계나 재계나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논란이 되는 것은 임금인상 억제와 비정규직의 증가, 그리고 노조의 경영참여 부분이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근거는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할 때, 정규직과 동등에 가까운 처우를 받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며, 임금인상의 억제도 재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편 재계는 노조의 경영참여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면서 선진국의 실패 사례 들고 있다.

한편 네덜란드 모델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이견이 있다. 우선 네덜란드 모델을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 모델의 핵심이 획기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차별철폐 있다고 본다. 즉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차이'는 있되 '차별'은 없앰으로써 진보적 노동시장 유연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2000년 이후 네덜란드의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이 증가한 것을 들어 모델 고유의 한계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방법론을 답습하는 것은 한국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네덜란드 모델'의 도입 논란의 문제는 노사 양측의 반발이 현재의 노사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데 있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대화, 타협의 일말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고, 또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사 양측이 반발만 하고 나선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노사 양측에 대한 실망감을 재차 확인시켜준 꼴 됐다. 그리고 이 논란이 네덜란드 모델의 장, 단점과 우리나라에서의 성공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한 다각적 분석은 배제한 채, 세(勢) 싸움의 감정적 대립으로 치달을 조짐도 보이고 있다.

대립적 노사관계의 극복이야말로 노사문화 개혁의 핵심과제다. 네덜란드 모델이 성공적이었던 근간도 모든 정책들이 철저히 노사간의 합의에 기초했다는데 있다. 한치의 물러섬도 용납못하는 우리의 노사에게 '대화와 타협' 요구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걸까.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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