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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거짓말과 언론의 의도적 오보양산
대통령과 정부와 언론, 삼박자로 춤춘 파업보도
 
양문석   기사입력  2003/07/04 [01:28]

신문이나 방송할 것이 온통 '철도노조 파업'에 거품을 물었다. 철도노조는 '마녀'고 언론은 '사냥꾼'이다. 특히, 신문의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특유의 논조가 있어 차이점을 드러내 왔다. 예를 들면, 남북, 북미, 한미문제에 대해서는 소위 말하는 '조중동'과 '비조중동'간의 논조는 극명한 대조를 이뤄왔다.

한데 노동조합과 노동자 문제에 한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마녀사냥'이다. 방송과 '비조중동'은 수구언론들의 강력한 의제설정능력에 맥없이 끌려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파업을 왜곡하는 데 동조하는 양상마저 보인다.  

광고주들의 눈치 때문에 일단은 노동계를 경원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독재정권의 오랜 세월 동안 노동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파업은 무조건적 '악'이었기 때문일까. 군사독재시절에는 노동운동하는 사람을 '빨갱이'이라고 매도했다. 언론들은 '빨갱이'를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식 깊은 곳에 '파업=빨갱이들의 반체제운동'라는 등식을 주입시켜 두었다. 이런 등식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빨갱이라는 용어대신 '정치투쟁' 또는 '강경파 주도'로 바뀌었을 뿐, 국민의식화 방법론은 변한 게 없다. 

그 방법론을 보면,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이에 대한 원인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한다. 동시에 언론사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만 되풀이해서 보도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들을 사용자측과 언론사의 입장에 동조하게 한다. '노동조합의 집단이기주의'나 '일부 강경파 노동자들의 일탈행위' 등의 보도가 그것이다.

파업보도, 대통령과 정부의 목소리만 가득하고

하지만 보도에 있어 최소한의 기본원칙이라는 진실성과 공정성에 비추어 본다면 파업보도는 오히려 기자들과 언론사들의 일탈행위다. 파업은 사용자측과 노동자측 즉 상대가 있는 싸움이다. 공정성을 가장 낮은 차원의 보도원칙이라고 한다면,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기본이며 이랬을 때 진실성을 담을 수 있다. 

한데 항상 그랬듯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서도 그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파업사실은 지난달 3일 철도노조 지부장회의를 통해 예고됐고, 16일 공식적으로 파업을 선언해 언론은 이 파업의 원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대통령의 발언만 일방적으로 보도했고, 실제로 파업행위에 들어간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주장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거짓말까지

특히 대통령의 '철도노조가 공사화 합의를 파기했다'는 발언은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사실 노대통령의 거짓말이나 말 바꾸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언론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안 자체가 외교나 정치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파업이었기 때문인지, 어떤 언론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당연히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해서 비판하는 보도는 없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연맹 김영준 정책국장은 노대통령이 또 거짓말했음을 이렇게 증언한다. "공사화 합의는 사실과 다르다. 4.20 노정합의 때도 정부측의 공사화 요구에 대해 노조가 거부해 결국 정부도 철회했다. 노조와 충분히 협의한다는 당시의 약속을 오히려 정부가 깨고 의원입법으로 법안을 상정했기 때문에 파업에 나서게 된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 과정에 대한 검증보다는 대통령의 발언만 기사화 했다."

거짓말은 의도적 오보를
▲조중동 삼중주는 한국을 망하게 하는 진혼곡     ©대자보
양산하고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하고 이에 대한 사실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보도한 모든 언론은 '오보'를 낸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일방의 주장만 보도하는 한국 언론, 특히 파업보도에서 매번 저지르는 '오보행진'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것은 언론이 사용자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보도한 연 후에 '국민들의 동의'를 운운한다. 파업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했다고 평가하는 보도가 그것이다. 한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왜 파업에 들어갔는지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노동자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정부나 사용자측의 주장만 알고 있는 독자나 시청자들이 어떻게 이들의 파업에 동의하겠는가. 2003년7월, 대통령의 거짓말과 언론의 의도적인 오보소동이 철도노동자들의 목줄을  짓누르고 있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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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7/04 [01: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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