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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을 구한 제2차 ‘진주대첩’의 진실들
[책동네] <진주성 전쟁기> 작가 박상하, 처절했던 진주성 전쟁기 복원
 
김영조   기사입력  2007/02/04 [23:47]
"제아무리 적이 10만 대군이라 할지라도 나는 차라리 진주 성의 돌쩌귀가 될지언정 그런 적이 두려워 도망가지 않을 것이오!"

이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 2차 전쟁의 주장 김천일 장군이 한 말이다. 우리가 그동안 임진왜란의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에 대해 알았던 것은 김시민 장군이 성을 사수한 뒤 전사했다는 것과 기생 논개가 왜장을 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는 정도이다.

▲ 박상아 장편역사소설 책 표지     © 어문학사, 2006
하지만, 진주성은 김시민 장군이 분전한 1차 전쟁보다 김천일 장군이 10만의 왜군을 맞아 1만 명으로 7일간을 버틴 처절한 2차 전쟁이 어쩌면 더 빛나는 일인데도 그것을 그동안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를 소설가 박상하 씨가 여러 고증 자료를 섭렵하여 어문학사(대표 윤석전)를 통해 '진주성 전쟁기'라는 장편소설을 펴냈다. 이 소설은 임진왜란의 대강과 함께 진주성 1차 전쟁은 물론 시체로 산이 된 2차 전쟁을 세밀한 묘사로 감동을 준다.

먼저, 이 소설은 어찌 일본에 갔다온 통신사들이 자기 붕당의 이익을 위해 말도 안 되는 보고를 하고, 조정에서는 뻔한 사실을 외면하여 임진왜란의 치욕을 자초했는지를 분석해 본다.

그뿐만 아니라 왜군이 어마어마한 병력을 동원하여 조선을 치러 오는데도 조선 수군은 까맣게 모른 채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 또 도순변사 신립 장군이 조령에 매복했다가 왜군을 막자는 대다수 참모의 의견을 무시한 채 탄금대의 너른 들판에서 배수진를 쳤다가 전멸했을까를 담담히 얘기해 준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10배나 되는 왜군, 그것도 신형 무기 조총으로 무장한 적을 맞아 어떻게 7일간을 버틸 수 있었을까?'일 것이다. 또 '일본이 어찌 조선 침략 병력의 대부분을 집결하여 진주성 공략에 그렇게 집착했을까?'와 '김천일 의병장은 왜 조정에서도 포기한 진주성에 들어가 사수하다 죽었을까?'도 정말 궁금한 일인데 소설은 그런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주고 있다.

소설의 앞 부분에선 어영대장의 칼 앞에서도 도성을 버리고 도망을 가는 선조임금을 백성들이 감히 가로막고 송강 정철을 유배지에서 불러 중용하고, 국난을 극복하라고 주문한 사건을 삽입한다. 그러면서 당시 선조임금과 조정은 백성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었는지도 얘기해준다.

어쩌면 한 곳에서 7일간 벌어지는 전쟁을 묘사하기란 지루하고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소설가는 이를 거침없이 그리고 감동적인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가슴 뭉클한, 그리고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군들의 투구와 갑옷을 자료에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흉측하고 소름끼치는 것이다. 그렇게 무장한 왜군들이 조총을 앞세워 끝없이 밀고 들어오는데 두려움에 떨지 않을 사람이 뉘 있으랴? 천하의 김천일 장군도 어쩌면 속으론 떨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10만 대군의 적이라도 두려워 도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친 것은 두렵지 않아서도, 괜한 호기를 부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라를 생각하고, 왜적에게 무참히 도륙당하는 백성들을 구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해내겠다는 그의 끔찍한 나라 사랑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임진왜란의 전쟁 가운데 진주성은 피를 뿌려 나라를 구한 고귀한 전쟁일 것이다.

"그때 문득 촉석루 하늘을 날아가는 비거(飛車)가 사람들의 눈길을 온통 사로잡았다. 비거는 공중을 유영하여 하늘을 날아가는 수레로 진주성의 사람들은 흔히 '날틀'이라고 일컬었다. '아! 날틀이다...!'"

소설의 결말부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김천일 장군과 모든 장수들이 죽고, 진주성이 왜군의 수중에 함락되면서 하늘을 난 비거가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비거는 무엇이고 왜 등장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 최형국 기자는 "조선시대에도 비행기가 있었다?"란 기사에서 일본 쪽 역사서인 '왜사기'에 전라도 김제의 정평구라는 사람이 비거를 발명하여 진주성 전투에서 썼는데 왜군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는 기록이 있다고 전한다.

당시 비거는 포위된 진주성과 외부와의 연락을 담당하였다. 18세기 후반에 쓴 여암 신경준의 문집 '여암전서'와 19세기 중반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비거'가 등장하지만 정확한 모양이나 어떤 쓰임새였는지는 잘 모른다.

'왜사기'의 기록처럼 '비거'가 왜군들에 곤욕을 안겨준 것이었다면 '비거'는 어쩌면 당시 진주성 사람들의 희망이었지 않을까? 마치 해일처럼 밀려오는 10만의 왜적 앞에서 그들이 아무런 희망도 없었으면 7일을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작가는 '비거'를 통해서 진주성 사람들의 간절한 희망을 끌어내려고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진주성 전쟁기', 과연 그런 순간에 천하의 권율 장군도 포기한 진주성에 들어가 목숨을 바칠 사람이 오늘에도 있을 것인가? 나는 '진주성 전쟁기'를 읽으면서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가슴으로 울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여, 배달겨레여! 7일간의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진주성 전쟁 속에 들어가 그들의 두려움, 그들의 아픔, 그들의 고통을 담아보기를 비손한다.

역사란 살아있는 엄숙한 예언자이다.  
[대담]  소설 '진주성 전쟁기' 작가 박상하  
▲ 장편역사소설 <진주성 전쟁기>의 지은이 박상하     © 김영조
- '진주성 전쟁기'를 쓰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임진왜란은 그 역사적 비극성 때문에 이미 여러 작가에 의해서 작품이 쓰였다. 그러나 전쟁 영웅 이순신을 중심으로 한 조선 수군에 관한 전쟁기만이 조명받고 있을 뿐 육군 전쟁, 그 가운데서도 임진ㆍ정유 7년 전쟁 중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진주성 1, 2차 전쟁에 관한 작품이 없다는데 주목하여 집필하였다."

- 진주성 전쟁기를 쓰면서 일본 민족과 우리 겨레의 기질이 다른 점을 발견했다면?

"일본 역사서에 보면 '조선에 가니까 군사들은 줄행랑치고, 백성들이 오뉴월 생선가게에 파리떼처럼 우리를 덮친다. 매우 힘들다'란 기록이 보인다. 일본은 전쟁이 터지면 동산에 도시락을 싸들고 올라가 구경하다가 이긴 편에 가서 충성을 맹세한다. 일본엔 의병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선 백성들은 전쟁이 나면 노비들까지 온몸을 던져서 싸운다.

왜군이 이런 우리의 민족성을 몰랐기 때문에 대군과 조총을 가지고도 결국 패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조선을 지켜낸 것은 백성들이다.

또 진주성 싸움에서도 보았지만 일본은 성을 함락시키면 백성들까지 전원 몰살시킨다. 그에 비하면 조선은 당위성이 없으면 절대 죽이지 않는다. 부상자, 어린이나 노인과 여성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들이 크게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진주성 싸움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표현해 본다면?

"진주성 싸움은 조정, 조선 관군, 구원하러 온 명군 등의 구경하는 사람과 성안에서 처절하게 몸을 던져 싸우는 사람, 그리고 자존심 때문에 철저하게 조선 백성을 전멸시키는 왜군들의 한판 드라마이다. 그들 중 과연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는 독자들이 슬기로운 판단을 내려 줄 것이다."

- 진주성이 함락된 직접적인 원인은 성벽 아랫돌 몇 덩어리가 빠진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다. 당시의 성곽은 돌 하나 빼내버리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만일 아랫돌이 빠지지 않았다면 더 버텼을 것이고. 결국, 진주성을 지켜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후 정조임금과 정약용이 돌 하나 빼내도 무너지지 않는 최첨단 성곽인 화성을 쌓게 되었을 것이다."

- 7일간의 싸움을 시시각각 섬세한 그리고 감동적인 묘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쩌면 이 소설의 진가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독자들은 섬세함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이 외면하기에 서술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 그런 방향으로 장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듯하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눈을 책에 담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며, 전쟁 소설이지만 잔혹하지 않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다. 또 독자들의 상상력을 억제할 수 있는 지나친 감정 표현은 삼갔다."

- 진주성 전쟁기에서 주목하여 읽을 점을 꼽는다면?

"소설은 전지적 시각에서 임진왜란 전쟁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즉, 진주성 전쟁기를 중심으로 임진왜란 전체를 철저한 고증에 의해서 낱낱이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소설에서는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하고, 독자들 스스로 찾아보기를 권하고 있다.

그것은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라 할만한 때이며, 뛰어난 참모들이 포진한 나라임에도 왜 일본군에 의해 온 나라가 유린당했던가 하는 점, 당시의 집권세력인 동인들에 대한 백성들의 정서는 어땠는가 하는 것이다. 또 전쟁 초반 조선 육군은 왜 연전연패를 했는지, 의주까지 줄행랑을 친 선조를 평양성까지 쫓아간 왜군은 왜 더 진군하지 않고 머물 수밖에 없었는지, 왜군은 왜 진주성에 집착했는지 등을 묻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일본 수군의 저격을 받고 이순신 장군이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것은 칭기즈칸이나 알렉산더대왕 등 다른 전쟁 영웅들도 같은 말을 했다는 점에서 실제 그런 말을 했다기보다 장군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미리 정해진 '전쟁 매뉴얼'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또 이순신 장군의 생존설, 거북선의 최후 등 의문점을 훗날 밝혀볼 생각이다."

- ‘진주성 전쟁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1592년과 그 이듬해 벌어진 육군 전쟁 가운데 가장 처절했던 진주성 1, 2차 전쟁을 복원하는 것과 우리 역사 속에 진주성 전쟁을 분명하게 편입시키자는 것이다. 또 진주성 전쟁을 통해서 ‘역사란 살아있는 엄숙한 예언자임을 말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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