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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탈당의원' 어디로 가나
'암중모색'속 신당추진 지각변동 예고
 
김광선   기사입력  2003/06/25 [18:29]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의 탈당설이 수면위로 급부상하면서 정치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이후 당내 개혁과 변화를 주도했던 수도권 의원들이 대거 탈당 결심을 굳히고 있어 전당대회이후 총선체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당'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신주류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이후 탈당할 개혁파 의원들을 새롭게 흡수, '신당추진'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하는 눈치이다. 한편 개혁당은 한나라당 개혁파의원들의 탈당으로 인해 '신당'의 주도권을 놓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충격과 긴장' 속에 대응책 부심

▲이부영 의원(좌), 김부겸의원(우)     ©대자보
한나라당 김부겸의원을 비롯한 7명의 개혁파 의원들은 오는 26일 당 대표선출에서 어느 누가 선출되든 보수 성향의 후보가 선출될 것으로 판단, 전당대회 이후 탈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탈당의 참여폭을 넓히기 위해 일단 다음달 초 김부겸 의원 등이 먼저 탈당해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2차 3차로 동조세력을 합류시키는 '단계적 탈당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을 포함해 이우재, 김영춘, 안영근 의원 등은 지난 22일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이철, 장기욱 등 60여명의 전 '꼬마민주당'의원들과 회동하면서, 한나라당 내의 독자세력화 움직임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개혁파 의원들은 일단 외연을 넓혀 '독자세력신당'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향후 민주당 신주류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당'과의 결합도 염두에 두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같은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의 움직임에 대해 당내 중진 의원들은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탈당의원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중진의원 모임의 대표인 양정규 의원의 제안으로  25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한나라당 중진모임'을 통해, 대표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당내 '탈당' 의원을 막기 위한 긴급 모임을 갖기도 했다.

민주당 신·구주류 각각 다른 속셈 보여

정치권의 신당 논의가 민주당과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국민정당,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 등 여러 갈래로 진행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신주류는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합류를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24일 민주당 신주류 강경파 신기남 의원은 신당추진 3차 전체회의에서 "제발 한나라당 (개혁세력의원)이라도 먼저 나왔으면 좋겠다"며 '독자 세력 신당'에 관심이 있음을 밝혔다. 또 천정배 의원도 "그분들이 나름대로 독자세력화 하겠다는 것이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다"고 말하며, "탈당은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신주류 강경파는 한나라당의 개혁파 세력을 결집해 신당추진을 가속화할 방침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당 이상수 총장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 강경파는 가능한 많은 사람을 신당에 참여토록 하되 `개혁'에 무게를 둔 신당을 하자는 '개혁적 통합신당'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김원기 고문, 임채정 의원 등의 온건파는 `통합'에 무게를 둔 '통합적 개혁신당'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이 입장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구주류는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탈당을 두고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공세적 입장을 펴고 있다. 특히 구주류는 민주당이 분당사태까지 가는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민주당 사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동교동계 일부 지도급 인사들은 신당 추진파와의 결별까지 각오하고 '당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구주류가 이같은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신주류와 한나라당 탈당의원들이 `신당'에  합류할 경우 그 파급효과로 인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구주류와 신주류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도파 의원들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민주적으로 당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호 의원은 "민주당이 개혁돼야 하지만, 그 정통성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금의 신당논의는 공식적인 전당대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신구주류가 지역구도 안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역, 계보, 금권정치에서 탈피해 당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당'을 추진하는 개혁당 또한 한나라당 개혁파의원들과 결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개혁파 의원들은 아직까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개혁당 김원웅 대표가 "한나라당 의원 7-8명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은 "전혀 사실 무근이며,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발끈한 사실을 비추어 볼 때 한나라당 탈당 의원들은 섣불리 그들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신당추진, 노대통령의 정국장악이 관건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탈당 의원들이 민주당 분열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신당'의 추이를 지켜보며, 연대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내년 총선을 두고 민주당의 '신당'과 한나라당의 '독자세력신당'이 '당대당 결합'이 아닌 정책공조 차원에서 연대하고, 총선 이후 각자의 길을 간다는 정반대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정치권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신당'논의가 구체적인 가닥을 드러낼 수 있는 시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장악과 국민의 지지도를 회복할 때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신당 불개입' 입장을 아직까지 명확히 밝히고 있어, 정치권의 '신당'논의는 앞으로도 암중모색 속에 첨예한 대립각을 유지하면서 논란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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